'경성크리처' 수현, 이런 글로벌 배우가 필요하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글로벌 배우 수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경성크리처'에서 빌런 '마에다 유키코'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내용인데, 여기서 수현은 옹성병원을 후원할 정도로 경성의 누구보다 강력한 부와 권력을 쥐고 경성 일대를 호령하는 일본의 경무국장인 아내 마에다 유키코 역을 맡았다. 마에다는 옹성병원의 생체실험을 지원해온 막후 세력임이 밝혀진다.
수현은 일본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마에다를 거의 완벽하게 연기했다. 기모노 의상과 헤어스타일 등 비주얼은 기본이고, 일본사람이 한국어를 좀 배워 발음하는 것까지 정확했다. 나막신을 신고 걷는 모습은 영락 없는 일본인이었다.
수현이 한국인이자 글로벌 배우라고는 하지만 그런 단계까지 가려면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과거가 배경인 크리처물이지만 마에다는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로 보이도록 했다.
"일본말 수업을 많이 받았다. 일본어 선생님 세 분으로부터 '줌'으로 일주일에 2~3차례 수업을 들었다. 현장에서도 선생님이 계셨다. 언어를 배우기가 어려운 데다 제가 유일하게 교토 사투리를 사용했기 때문에, 소리를 그림으로 그려서 익히고 운전 하다 대사를 해보기도 했다. 기모노 입는 데만도 1시간반이 걸렸고, 기모노 입었을 때 지켜야 하는 품위는 일본 배우가 기모노 입은 모습을 찾아보며 참고했다."
게다가 수현은 압축과 상징이 많은 마에다 역을 잔인함이 감도는 절제된 감성으로 연기해 자신만의 캐릭터 표현법을 만들어냈다. 수현은 "극한 빌런인 마에다에 대한 코멘트가 좋은 게 많아 기뻤다"고 전했다.
'경성크리처'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조선인 등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일본인 빌런을 연기한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정작 수현은 "민감한 배역이라는 시대적인 부분에 초점을 두는 분도 있겠지만, 크리에이티브한 것을 추구하는 배우의 입장에서 선택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면서 "작가와 감독님이 이 작품을 만든 포부에 대해 용기 있는 점이라고 생각하고, 일본인 빌런을 만드는 건 신선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역사를 공부했나?"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시대적인 공부보다는 캐릭터들이 다 자기만의 이유가 있고, 갈등과 경계에 선 것에 포인트를 맞췄다"고 답했다.
마에다의 대사와 감정은 절제돼 있지만 권력자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의 구상대로 되지 않으면 극도로 분노하는 캐릭터인데, 조용하면서 무서운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마지막에는 그의 정체가 완전히 밝혀지며 극의 긴장감을 높여준다.
마에다가 장태상(박서준)에게는 묘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수현은 "마에다는 이시가와와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다. 태상에게 감정이 있었을 것이다. 다른 것에 집착하지 않고 살아가는 장태상을 멋있는 사람으로 봤다. 태상을 자신과 동등하게 친구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수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르코 폴로'(2016)에 출연한 적이 있다. '경성 크리처'를 촬영하면서 '마르코 폴로'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수현은 "두 작품 모두 시대적 배경이 있고, 규모도 남다르게 컸다"면서 "당시 한국에는 넷플릭스가 없어 공유가 거의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글로벌한 화제가 됐다"고 했다. '마르코 폴로'에서는 액션에 능한 캐릭터를 맡았는데, 이번에는 액션이 없어 섭섭했다고 한다. 수현은 "감독님께 액션이 있냐고 물었더니 마에다에게는 액션이 안맞을 것 같다고 하셨다. 시즌2에서는 액션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현은 '마르코 폴로' 외에도 할리우드 영화인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다크타워 : 희망의 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등에 출연해 글로벌 배우로서의 입지를 구축했다. "글로벌 배우로서 가는 방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똑같다. 나는 계속 뻗어나가며 롱런 하고 싶다"면서 "나는 강인한 여자를 좋아한다. 한국에서도 한소희 씨가 연기한 '마이 네임' 같은 작품들에서 액션, 로맨스, 코미디 등을 다양하게 연가하고 싶다. 어디까지나 크리에이티브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하면서 살고싶다"고 말했다.
이어 수현은 "도전을 즐기는 편이다. 아시아권의 배역을 해보는 것도 매력적이다. 앞으로도 변신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항상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연기하고싶다"고 덧붙였다.
수현은 영자지 인턴기자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기자는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좋고, 기자의 보이스는 힘이 있다. 목소리를 내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기자나 아나운서를 하고싶었다. 어렸을때 책을 읽을 때도 녹음해 들어봤다. 그래서 말을 하는 직업을 선택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제는 단순한 캐릭터들은 거의 없다. 시청자 수준도 높아졌다. 소재도 다양해졌다. 모델 출신이어서 키가 크다, 영어를 한다는 건 버려야 한다. 일본인인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고 좋았다. 외국인에게 많은 얘기를 들었다."
수현은 "문화적으로는 중간지대, 미국 문화와 한국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건 제 정체성 문제이고, 배우로서는 한국 배우로서의 책임과 자부심이 있다. 제가 한국 작품에 출연한 걸 보고 외국인들이 봐줬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 "'마르코 폴로'를 할 때는 한국인들이 몰라 아쉬웠다. 한국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방황했던 저의 정체성에 대한 보상도 되고, 내가 누구인가 생각하게 하는 계기도 된다"고 이번 작품 출연과 반응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수현은 올해 첫 한국영화인 '보통의 가족'을 통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 수현은 이 영화에서 설경구와 부부 관계로 나온다. 수현은 "작품을 다양하게 하는 게 유일한 목표다. 글로벌 작품도 하지만 한국 작품도 놓치지 않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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