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적게 가면, 건보료 돌려받는다…전국 비급여 가격 공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필수의료 적정 보상 위한 지불제도 개혁
과잉진료 유도하는 비급여 항목 손보기
“의료 남용 줄이고, 의료혁신 지원체계 구축”
정부가 의료 행위를 항목으로 나눠서 수가 인상이 필요한 항목은 인상하고, 환자 상태의 난이도와 시급성에 따라 정책수가에서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평소 병원과 약국을 잘 가지 않는 사람에게는 국민건강보험료 일부를 건강관리에 사용하도록 ‘바우처’로 돌려주고 의료 이용이 지나치게 많은 가입자는 환자의 본인부담 비중을 높여 합리적인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4일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추진되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종전 건강보험 정책은 국민들의 의료 보장 범위를 넓히는 데 집중하다 보니,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지역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은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불제도, 의료 지원체계, 비급여 관리, 의료 혁신 4가지 축으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정부는 먼저 필수의료 분야에 충분히 보상할 수 있게, 중증 응급 환자를 다루는 항목의 수가는 집중 인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현행 ‘행위별 수가’제도는 중증 응급 시차와 무관하게 같은 항목의 의료 행위는 같은 값을 지불하게 했다. 지불 가격을 인상할 때도 똑같이 인상했다. 하지만 앞으로 각 항목의 의료비를 조사 분석해서, 저평가 항목은 집중 인상하도록 손보기로 했다. 난이도 위험성 당직 대기시간 지역 격차 등을 고려한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고, ‘중중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처럼 사업의 목적을 달성한 경우에는 보상을 더 많이 해 주는 ‘대안지불제’도 도입한다.
올해부터 고난이도 외과 수술과 중증 내과 시술 보상을 강화하고, 대학병원의 정신질환 폐쇄병동의 집중관리료 등을 인상한다. 또 병원이 응급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보상하고, 분만실을 둔 병원에 지역수가 55만원과 안전정책수가 55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응급분만 정책수가 55만원도 올해부터 도입된다.
의료 서비스 체계도 바꾼다. 병원을 거의 가지 않는 가입자는 연 12만원 한도에서 전년도 납부한 보험료의 10%를 바우처로 지급하기로 했다. 건강 관리를 잘해서,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가입자에게는 그만큼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34세 청년 층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하고, 사업 결과에 따라 전체 연령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반대로 병원을 너무 많이 이용한 환자는 건보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정책도 추진한다. 1년에 365번 넘게 외래 진료를 받거나, 같은 병원에서 하루 2번 이상 물리치료를 받으면 본인부담금을 높이는 식이다.
이른바 ‘의료 쇼핑’이라고 불리는 의료 남용을 차단하기 위해 방안도 도입된다. 한국의 인구 100만 명 당 CT(컴퓨터단층촬영)기기 대수는 42.2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9.8대의 2배에 이른다. 한국의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이용 횟수는 15.7회로, OECD 평균 5.9회의 3배에 달한다.
정부는 먼저 비급여 진료 목록을 만들어 해당 항목별로 권장 가격을 제시할 계획이다. 국민이 비급여 진료 병원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명목에서다. 지금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이트에서 전국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를 볼 수 있는데, 이 사이트에서 보면 서울 안에서도 도수치료 비용은 5만원에서 60만원으로 편차가 컸다.
비급여 진료와 급여 진료를 동시에 받는 병원 꼼수도 힘들어진다. 개원가에서는 백내장 수술은 실비보험과 건보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백내장 수술이 필요하지 않는 환자에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백내장 치료 목적으로 권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정부는 불필요한 고가 비급여 진료는 퇴출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생애주기별 건보 혜택도 늘어난다. 정부는 청년층의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오는 2025년부터 정신건강검진을 확대하고, 정신질환자들이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게 행정입원이나 사업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마약류 중독 치료 대상도 올해부터 치료보호대상자까지 확대한다.
난임 시술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시험관 시술 등을 통한 쌍둥이 출생이 늘어난 데 따라 임신 출산 진료비 바우처 지원금은 태아 수에 따라 10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유방암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치료 효과가 높은 항암제 급여 지원도 늘리고, 골절 고위험군인 어르신에 대해선 골다공증 진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검토한다.
소아 청소년 건강 관리비도 대폭 늘어난다. 스스로 인슐린을 분비할 수 없는 소아 제1형 당뇨 환자들이 손쉽게 혈당을 관리할 수 있도록 인슐린자동주입기 비용을 올해부터 405만원까지 늘려 지원한다. 비만 아동에게는 병원 보건소 학교를 연계한 비만 상담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2세 미만 아동의 입원비는 건보가 전액 지원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인 임종을 살고 있는 집에서 맞을 수 있도록 의료지원을 강화한다. 거주지에서 사망했을 때 사망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병원에는 임종실을 설치하는 것을 지원한다. 치료효과가 없는 의료 행위를 줄이기 위해 연명 의료 결정 제도도 활성화한다.
다만 급속한 고령화 등이 맞물리면서 건보 재정에는 이 같은 필수의료 지원책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오는 2026년부터 건보 재정이 적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수입 지출을 토대로 한 전망에서 2026년 당기수지가 3072년 적자로 돌아서고 적자폭은 2028년 1조 5836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박민수 제2차관은 “현재의 건강보험 혜택은 계속 지원하면서, 국민 생명 안전과 직결된 필수의료에는 5년 동안 10조 원 이상을 집중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필요한 의료는 튼튼히 보장하고, 가격을 조정해 의료 공급을 정상화하겠다”며 “의료 남용은 줄이고, 안정적 공급망과 의료혁신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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