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진료' 없어지나…양보다 질 따져 보상하는 수가 정책 도입
난이도·위험도 등 반영한 '공공정책 수가'도 도입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정부가 2028년까지 필수의료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10조원+α' 재원에 대한 실행 방안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의료행위에서 획일적인 수가(의료행위 대가) 인상이 있어왔지만 앞으로 필수의료 분야에 수가를 집중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진료 양에 대비해 수가를 주던 것에서 진료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수가 정책도 도입된다.
보건복지부는 4일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혁 △의료서비스 지원체계 개선 △의료남용을 차단해 보험재정 효육적 관리 △필수의약품 등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하고 치료기회 확대를 위한 의료 혁신 지원 등 4대 추진방향을 담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이미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국회에 제출하게 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먼저 복지부는 필수의료 공백 및 보상 수준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지불제도를 개혁한다.
현재 행위별 수가의 일괄 인상 구조에서 탈피해 업무 강도가 높고 자원 소모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항목의 상대가치 점수를 집중적으로 인상할 수 있도록 수가 결정 구조를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내시경 수술 등 저평가된 수술과 고난도·고위험 수술 수가를 평일 주간 50%→100%로, 평일 야간·공휴일 주간은 100→150%로, 공휴일 야간은 100→200%로 올린다.
상급종합병원의 폐쇄병동 집중관리료, 격리보호료 등에 대한 수가도 인상하고 병의원급 신생아실과 모자동실 입원료도 50% 높인다. 1세 미만 소아의 일반병동 입원시 수가 가산율을 30→150%로 확대하고 소아 중환자실 입원료도 인상한다.
또 이와 같은 수가를 계산하기 위한 토대가 되는 상대가치 점수 조정 주기를 5~7년에서 2년으로 대폭 단축한다.
이를 위해 매년 보험 재정에서 감당할 수 있는 지출 목표를 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매년 의료비용 분석 조사를 실시한 뒤 결과에 따라 저평가 항목 대상으로 상대가치-환산지수를 연계·조정한다.
더불어 △의료행위의 난이도·위험도·시급성 △의료진 숙련도 △당직·대기시간 △지역 격차 등 기존 행위별 수가 산정 시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분만 인프라 강화를 위해 지역수가와 안전정책수가를 각각 55만원씩 도입한다. 또 고위험 분만·정책 가산을 30%에서 200%로 확대하고, 응급분만 정책수가도 55만원으로 책정한다.
행위별 수가 개선으로 해소되지 못하는 영역은 진료량다는 의료의 질과 성과 달성에 따라 차등 보상을 제공하는 '대안적 지불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올해부터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행위량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지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보니 진료를 많이 해야 되는 상황이 생겨 '3분 진료'가 생겼다"며 "진료를 하고 나서 얻어지는 의료 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차등 보상하는 제도들을 계속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책임의료조직 시범사업(AOC)도 추진한다. 지역의 거점 기관을 중심으로 의료기관간 협력적 네트워크를 이루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환자가 방문한 의료기관에서 유사한 효능의 소염진통제를 중복 처방하는 일이 발생하지만, 책임의료조직을 통해 기관·질환별 분절적 의료 서비스를 막고 환자 중심의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묶음지불 확대를 위한 '신포괄수가제'도 개선한다. 신포괄수과제는 진료의 종류나 양과 관계없이 미리 일정액의 진료비를 부담하는 '포괄수가제'와 의료행위를 건별로 나눠 수가를 책정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혼합한 방식을 말한다. 현재까지 신포괄수가제로 입원료 등 기본적인 서비스는 포괄수가로, 수술·시술 등은 행위별 수가로 보상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질병군별로 포괄수가를 적용하고 의료의 질, 성과 등을 고려해 사후 비용을 조정하는 기전을 마련한다. 적용 대상 기관도 확대해 신포괄수가제 모형을 본사업으로의 전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와 같은 지불제도 개혁과 시범사업을 관리하기 위해 보험 재정 내 별도 계정(이른바 '혁신계정')을 두고 총 요양급여 비용의 2%인 약 2조원을 투입한다. 또 전담 조직을 마련해 시범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심사체계도 투입 중심에서 성과 중심으로 개선하고 진료성과를 달성한 기관은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급성 심근경색증에 대한 카테터 시술시 심장동맥에서 협착된 부분을 확장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풍선카테터는 좌우측 부위별 최대 2개씩만 급여 인정했지만, 진료성과가 우수한 기관은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풍선카테터를 2개 초과 사용해도 급여를 인정하도록 완화한다.
또 이러한 심사는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가 참여해 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투명하게 공개한다.
평가는 개별 사업별로 분절적 평가를 해왔던 것에서 평가통합포털을 활용하는 통합적 평가체계를 구축한다. 평가 결과와 성과 보상은 질환·서비스 단위 평가에서 기관 단위 평가로 전환한다. 이에 따른 평가지원금은 기관별 성과에 따라 비례 보상한다. 의료질 평가지원금에 더해 적정성평가 가감지급, 종별가산 등 기존 평가 관련 재원을 한 데 모으면 1.5조 규모에 이른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성과보상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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