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안 마시는데 와이너리를 샀다...‘장사 천재’ 이 남자의 거래 [김기정의 와인클럽]
하지만 1999년 산사태가 나면서 오션 트레일 골프장의 마지막 홀인 18번 홀이 무너져 내립니다. 골프장은 보수를 했지만 18개홀이 아닌 15개홀로 반쪽 골프장이 됩니다. 제대로 된 그린피를 받을 수가 없었죠. 이때 ‘짜’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나타납니다.
트럼프는 2002년 오션 트레일 골프장을 매입해 전면 보수를 한 뒤 2006년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이란 이름으로 18홀 정규 골프장을 개장합니다. 그린피는 1인당 100달러에서 400달러로 올려 받았습니다. 지금은 2월4일 일요일 11시 티타임 기준 1인당 750달러나 하네요.
골프장의 인수 사례에서 보듯 트럼프는 문제가 있는 부동산 물건을 고쳐서 가치를 올리는 소위 픽서 어퍼(fixer-upper) 능력이 뛰어난 투자자입니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트럼프가 ‘와이너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그의 부동산 투자 기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번 주 김기정의 와인클럽은 ‘거래의 신’으로 불리는 트럼프가 미국 버지니아주 와이너리를 인수한 과정을 소개합니다.
그런 존 클루기가 한 저녁 파티에서 벨리댄스를 추는 33살의 패트리샤에 반해 1981년 결혼합니다. 당시 그는 67세로 세 번째 결혼이었습니다. 패트리샤도 재혼이었는데 몸매가 좋아 첫 남편은 그녀를 누드모델로 삼았다고 합니다.
패트리샤와 존 클루기는 버지니아 주 샬로츠빌에 앨버말 저택(Albemarle House)이라고 부르는 궁궐 같은 저택을 지어 거주합니다. 완공하는 데 4년이나 걸린 이 저택에는 방이 45개나 됐습니다. 집 주위에는 5개의 인공호수를 조성하고 18홀 골프코스와 영국식 정원도 만들었습니다. 또 여의도 넓이만 한 850에이커에 달하는 땅을 함께 매입해 사냥터로 만들어 동물을 풀어놓고 사냥을 즐겼습니다.
앨버말 저택에선 정치인들을 위한 후원금 모금 행사도 많이 열렸습니다. 아칸소 주지사였던 빌 클린턴의 후원행사도 1989년 앨버말 저택에서 열립니다.
결국 결혼한 지 9년 만인 1990년 패트리샤와 존 클루기는 이혼합니다. 당시 패트리샤 클루기가 받은 이혼 합의금이 1억달러로 알려지며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게 됩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이혼합의금은 2500만달러였고 패트리샤가 죽을 때까지 매년 100만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고 합니다. 이와 별개로 앨버말 저택도 패트리샤 클루기의 소유가 됩니다.
클루기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인 ‘클루기 SP 로제’는 프랑스에서 골드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이런 자신감이 결국 화를 부르게 됩니다. 저택과 땅을 담보삼아 더 많은 돈을 빌리고 와이너리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됩니다.
또 담보대출을 받아 포도밭 주위에 수영장이 딸린 23채의 럭셔리 주택 개발사업도 시작합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터치면서 클루기는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걸 알게 됩니다.
연간 3만 케이스의 와인을 생산했는데 판매는 3분의 1정도로 저조했습니다. 클루기 와이너리는 매달 50만달러의 적자가 발생하면서 사업은 유동성 위기에 몰리기 시작합니다.
한 레스토랑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버지니아 와인을 팔기는 쉽지 않았다. 컬트와인 컨셉으로 소량생산을 하면 몰라도 크루기처럼 버지니아에서 대량생산한 와인을 팔기는 더욱 어려웠다”고 회상했습니다.
상황은 계속 안 좋아졌고 빚을 갚지 못하자 채권자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클루기의 앨버말 저택을 2011년 차압해 경매에 내놓습니다. 하지만 은행의 매각은 계획 대로 진행되지 못했는데 그 배경에는 트럼프의 치밀한 매입 전략이 숨어 있었습니다.
투자은행인 로스차일드가 2008년 평가한 클루기 와이너리의 가치는 7500만달러였습니다. 트럼프는 776에이커에 달하는 포도밭과 와이너리 장비를 각각 620만달러와 170만달러에 매입합니다. 평가액의 약 10분의 1 가격입니다. 그리곤 잡초가 수북하게 자라도록 놔둡니다. 왜냐하면 와이너리 가운데 앨버말 저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앨버말 저택과 붙어있는 앞, 뒤땅과 도로를 포함해 200에이커를 50만 달러에 조용히 매입합니다. 사실 이 땅은 패트리샤 클루기가 저택을 함부로 팔지 못하도록 존 클루기가 자신의 아들 앞으로 넘겨준 땅이었습니다. 주변 땅이 없으면 앨버말 저택은 마당도 없고 접근도 쉽지 않아 매각이 어렵기 때문에 전 아내가 임의대로 저택을 처분하는 것을 막기위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인데 트럼프가 이를 알고 재빠르게 먼저 주위 땅을 매입을 한 겁니다.
결국 앨버말 저택은 잡초에 둘러싸인 채 거의 ‘맹지’와 비슷한 수준이 돼버립니다. 은행은 앨버말 저택을 팔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트럼프 땅에 둘러싸인 앨버말 저택을 사겠다는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떄 다시 트럼프가 ‘짜잔’하고 나타납니다. 그리곤 매입가격을 제시합니다. 은행은 너무나도 낮은 가격이라 매각을 거부합니다. 하지만 은행은 부실한 부동산을 오래 들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은행은 부동산업이 주업이 아니기 떄문에 부실 부동산은 가격을 대폭 낮춰서라도 떨어내야 합니다.
결국 트럼프는 2012년 앨버말 저택을 670만달러에 은행으로부터 매입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매각희망가 1억달러의 20분의 1수준에 인수를 한 것입니다.
트럼프는 2015년 앨버말 저택을 리모델링해 호텔로 전환합니다. 하룻밤 투숙료는 당시 여름 기준 399달러인데 와이너리를 끼고 있는 호텔이라 지금도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미국서는 골프장이나 와이너라 주변에 주택을 지어 매각하는 사업이 활발합니다. 트럼프 와이너리 주변에도 결국에는 주택이 들어서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트럼프가 와이너리를 매수한 것도 이런 개발사업을 마음에 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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