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서울 마포갑 교통정리…이용호 서대문, 최승재 광명갑으로

국민의힘이 중량급 인사가 대거 몰려 치열한 내부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격전지에 대한 교통정리에 나섰다. 한 지역구에서 당내 인재들이 과열 경쟁을 벌여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것을 막고, 적재 적소에 제대로 배치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용호·조정훈·최승재 의원과 신지호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 4명이 경쟁하던 서울 마포갑은 최근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최 의원과 이 의원이 출마 지역을 변경했다. 최 의원은 지난 3일 경기 광명갑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새로운 길을 선택함에 있어 광명갑에 가라는 당의 요청을 기꺼이 수용하기로 했다"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이어가기 위해 마포갑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광명갑에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의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승리를 이끌어내겠다는 당 방침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위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마포갑 출마를 내려놓고 험지인 서대문갑에 출마하겠다"며 "4명의 전·현직 의원이 한 곳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서울·수도권 승리를 위해 고심하는 당 지도부로부터 헌신을 요청받고 고민 끝에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출마 선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당의 요청'이다. 전·현직 의원 4명이 한 지역에 도전장을 내자 당 지도부에서 전략적으로 인원 재배치를 시도한 것이다.

이 의원과 최 의원이 지역구 변경으로 여당 내 마포갑 공천경쟁은 시대전환 흡수합당으로 국민의힘 소속이 된 비례 조정훈 의원,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의 맞대결 구도로 정리됐다.

텃밭인 부산지역 교통정리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3선 하태경 의원의 험지 출마로 공석이 된 해운대갑을 두고 다양한 인사들이 도전 의사를 밝혔는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해운대갑, 윤석열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낸 박성훈 전 차관이 부산진갑으로 출마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다만 일부 지역은 내부 정리가 여전히 시급한 상태다. 최근 하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출사표를 던진 서울 중성동을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구는 중·고가 아파트가 생기면서 인구 구성이 바뀌어 보수화되고 2022년 대선 때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보다 높았던 곳으로, 더 이상 험지로 분류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3명 중 1~2명 정도는 출마 지역을 변경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김웅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서울 송파갑에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안형환 전 의원, 윤석열 대통령 친구로 알려진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박정훈 전 TV조선 앵커 등이 경쟁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공천 심사가 본격화되면 교통 정리도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까지 공천신청을 접수했고, 이를 토대로 공천 심사에 돌입한다. 공천심사위원회가 후보군의 경쟁력을 파악해 일부 인사를 전략적으로 다른 지역에 배분할 것으로 보인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