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조선인 기념물들 다 철거해야” 日의원 망언에 비판 쇄도
오사카선 ‘헤이트 스피치’ 관련 집회 열려
최근 일본 군마현 당국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도비를 강제로 철거한 가운데,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이 조선인 노동자나 위안부를 기리는 일본 내 다른 기념물들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놔 논란이 되고 있다.
자민당의 스기타 미오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군마현이 최근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철거했다는 내용을 다룬 기사를 인용하고 “정말 잘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 내에 있는 위안부나 한반도 출신 노동자의 비 혹은 동상도 이를 따라갔으면 좋겠다”며 “거짓된 기념물은 일본에 필요하지 않다”고 적었다.
스기타 의원은 구체적으로 교토에 있는 징용공(강제동원 노동자) 동상의 사진을 올리며 철거를 요구했다. 그는 “이 동상을 세운 단체는 일본의 과격파 노조와 관계가 깊은 한국의 노조”라며 “(이 동상은) 사유지에 있어 철거할 수 없는 상태다. 이쪽도 빨리 철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해당 동상은 2016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의뢰로 제작돼 교토에 건립된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상이다.
스기타 의원의 이번 발언은 군마현의 움직임을 계기로 일본 내 역사 수정주의를 부추기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재산권 침해이며, 표현의 자유에 반한다”, “명확한 사상 탄압”이라는 등 그의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도통신도 “(스기타 의원의 발언은) 역사 수정주의와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언행으로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스기타 의원은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활동하고,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등 우익성향의 인물이다. 2016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참여했을 때는 한복 차림의 여성을 비꼬는 글을 SNS에 올렸으며, 이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난해 일본 법무성 산하 조직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에도 ‘재일특권’(在日特權)의 존재를 주장하는 등 재일 한국인이나 자국 내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이날 오사카에서는 스기타 의원의 인권 침해 등을 주제로 한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소수민족인 아이누 여성 단체의 한 관계자는 “스기타 의원의 언동으로 인해 인터넷에 658건이나 되는 헤이트 스피치가 퍼져 괴로웠다”고 지적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차별자를 방치하는 자민당과 일본 사회의 변혁을 요구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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