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남부 공세 강화…헤즈볼라에도 경고수위 높여
휴전 협상은 난항…"하마스 가자지구-망명 지도부도 갈등"
이스라엘군, 헤즈볼라에 "도발하면 즉시 공격"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공세에 고삐를 죄면서 가자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해서도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요르단에서 자국 군인이 사망한 데 대한 보복에 나선 상황이라 중동 정세는 점점 더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가자 남부 인도주의 위기 심화…"라파, 절망의 압력솥"
3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국경에 가로막혀 더 이상 피란 갈 곳이 없는 피란민들로 포화상태인 최남단 라파를 폭격했다.
이 폭격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최소 17명이 숨졌다고 AP가 사망자들이 이송된 병원을 인용해 보도했다.
최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칸 유니스에서 하마스를 격퇴했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우리는 또한 라파에 도달해 우리를 위협하는 테러 요소들을 제거할 것"이라면서 라파를 비롯한 가자지구 최남단 지역에서 작전을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라파는 이집트와의 국경 지역인 까닭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이 지역까지 세력을 넓힌다면 이집트는 물론이고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가자지구 북부에서 피란민들이 남쪽으로 떠밀려갔고, 이집트와의 국경 지역인 라파에는 피란민 천막촌이 대거 들어섰다.
인권단체들은 인구 25만명이던 라파에 현재까지 190만명의 피란민이 몰려든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개전 초반 피란민들이 모여든 칸 유니스에서도 지상 작전을 본격화하면서 피란민들은 칸 유니스에서도 빠져나와 라파로 향했다.
이스라엘군이 북부, 중부에 이어 라파까지 공격하면서 더 이상 대피할 곳도 없는 민간인들의 대규모 피해가 우려된다.
유엔은 이미 칸 유니스의 부상자들에게 구조대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며, 라파에서 전투가 벌어질 경우 그 결과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옌스 라에르케 대변인은 "라파는 절망의 압력솥이며 우리는 이다음에 일어날 일이 두렵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 2만7천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OCHA는 가자지구 인구 230만명 가운데 집을 잃고 보호시설 등지에 머무는 피란민을 17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미 가자지구 전역은 식량 위기 상태다. 유엔은 작년 12월부터 가자지구 주민 모두가 급성 식량 위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지원은 끊길 위기에 놓였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들이 작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16개 주요 공여국이 이 기구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는 현재 일시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죄수 교환을 골자로 하는 휴전 중재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안된 중재안에는 영구적 휴전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두 달간 전투를 중단하고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136명을 단계적으로 풀어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성과 노약자, 환자를 1차 석방한 후 젊은 남성과 하마스 측에서 군인으로 규정한 인질을 2차 석방한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이 중재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휴전 기간과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 규모를 두고는 이견을 보이면서 휴전이 쉽게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마스가 협상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소식통들을 인용해 하마스 내부 의견 충돌로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자지구 내 하마스 최고 지도자인 야히아 신와르가 6주 휴전안을 받아들이려 하지만, 외국에 망명 중인 하마스 지도부는 영구 휴전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헤즈볼라에 "도발하면 즉시 공격" 경고
이스라엘군은 3일 북부 국경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해서도 도발하면 "즉시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며 지금까지 중 가장 구체적인 경고를 하고 나섰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우리는 전쟁을 최우선 순위로 선택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준비돼 있다"며 "우리는 헤즈볼라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있을 것이며 중동에서 필요한 곳이라면 계속 행동할 것이다. 레바논이나 시리아, 더 먼 곳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에 직접적인 경고 카드를 꺼내든 한편, 미국은 요르단 미군 기지에서 발생한 자국군 사망에 대해 보복 공격을 개시하면서 중동 확전 우려는 최고조에 달하게 됐다.
미국은 지난 2일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 연계 세력을 겨냥해 85개 표적에 공격을 감행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요르단 주둔 미군 기지 '타워22'가 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친 데 대한 보복이다.
이어 3일에는 미군이 영국군과 함께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을 공격하는 예멘 후티 반군을 공습했다.
미국이 보복 공격을 결국 감행함에 따라 이제 중동 확전 여부가 달린 이란의 대응에 세계 이목이 쓸리게 됐다. 만약 이란의 대응이 나온다면 어느 정도 수위가 될지를 놓고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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