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팬들 쓰레기 주웠더니 일 매체 “일본 문화 퍼져”

한국 팬들 아시안컵 관중석 청소, 현지인들에게 화제 되자

3일(현지시각) 카타르 매체 ‘알 카스 티브이’는 엑스(X·옛 트위터)에 “한국 팬들이 오스트레일리아와의 경기가 끝난 뒤 알 자누브 스타디움의 관중석을 청소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관중석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한국 팬들의 모습을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알 카스 티브이 엑스 갈무리

한국 축구대표팀이 오스트레일리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역전승을 거둔 가운데 경기 뒤 한국 팬들이 관중석에 떨어진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포착돼 현지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3일(현지시각) 카타르 매체 ‘알 카스 티브이’는 엑스(X·옛 트위터)에 “한국 팬들이 오스트레일리아와의 경기가 끝난 뒤 알 자누브 스타디움의 관중석을 청소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관중석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한국 팬들의 모습을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한국 축구대표팀은 카타르 도하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8강전에서 오스트레일리아에 2-1로 역전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알 카스 티브이가 공개한 영상에는 관중들이 빠져나간 뒤 일부 한국 팬들이 대형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며 관중석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담겼다. 한국 팬들은 손깃발, 과자 봉지, 음료 컵, 페트병 등을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영상에서는 사무라이 복장을 하고 이마에서 정수리까지 머리를 밀고 옆머리와 뒷머리를 길어 상투를 튼 일본식 상투 가발을 쓴 일본인으로 보이는 팬도 함께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대단하다. 한국 팬 여러분을 존경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 축구대표팀 김민재가 3일(현지시각)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스트레일리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뒤 도핑 테스트 대상자로 지명돼 검사를 마치고 대표팀 관계자들과 검사실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8강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핵심 수비수로 뛴 김민재 역시 경기장 밖에서 청소 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이날 경기 뒤 이강인과 함께 금지 약물 투여 여부를 살펴보는 도핑 검사 대상자로 지명된 김민재가 한국팀의 도핑 검사가 끝난 뒤 도핑 검사실에 흩어져 있던 수건과 간식, 물병 등을 치워 화제가 된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국 축구대표팀 관계자는 “김민재에게 라커룸을 청소해 주는 분들이 있다고, 얼른 씻고 가서 밥 먹자고 말했는데 계속 청소를 했다”며 “김민재가 ‘여기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 먹은 걸 치우지도 않고 갔다고 말하고 다닐 수도 있는데 조금만 치우고 가자’며 ‘외국 나와 그런 소리를 들을 필요 없지 않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편, 일본이 이란과의 8강전 경기에서 1-2로 역전패한 가운데, 일본 스포츠 매체 ‘풋볼존’은 3일 “‘대단하다’ 일본 문화 파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관중석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던 한국 팬들의 모습을 두고 “일본 문화가 확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풋볼존은 “일본인 팬들은 월드컵 등 주요 대회에서 경기 뒤 쓰레기를 줍거나 청소하는 모습으로 종종 주목받았다”며 “일본 팬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전 세계에서 모범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팬들의 모습은) ‘일본 문화를 존경한다’ ‘일본인은 대단하다’는 찬사를 받으며 다른 나라 팬들에게 파급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한국 팬들도 (일본 팬들과) 마찬가지로, 쓰레기를 줍고 청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경기 뒤 쓰레기를 줍는 문화가 꾸준히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풋볼존은 2021년 11월 일본 축구대표팀이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5차전에서 베트남에 1-0으로 승리한 뒤 일본 축구대표팀 관계자가 경기장에서 일본 선수는 물론 베트남 선수가 사용한 물병까지 줍는 모습을 전하며 “일본 축구대표팀 스태프가 베트남전 뒤 보여준 행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풋볼존은 “이런 행동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배워야 한다”며 “이를 두고 해외에서는 아름다운 광경이라면서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