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 "'LTNS'도 은퇴작?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2. 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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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티빙

배우 안재홍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이 공개된 이후 돌연 은퇴설에 휩싸였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이 은퇴를 결심한 사람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거라는 일종의 '극찬'이었다. 차기작인 티빙 오리지널 'LTNS' 제작발표회에서 안재홍 역시 이를 언급하며 "'LTNS'는 은퇴 복귀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높은 수위와 파격적 소재를 다룬 'LTNS'은 오히려 안재홍의 '은퇴설'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이렇게 강렬한 모습을 보여준 배우가 은퇴를 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아쉬운 일이다. 안재홍 역시 "오래오래 하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은퇴설을 전면 부인했다. 

'LTNS'는 삶에 치여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가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 협박에 나서고, 그 과정에서 이미 망가졌던 그들의 관계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드라마다. 서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마음의 병을 얻은 채 회사를 나와 택시 기사가 된 사무엘 역을 맡았다. 최종화 공개 직전인 1일 오후, 안재홍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가지고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오늘 최종화가 공개되는데 기다렸던 날이면서 마음이 무거워요. 이 부부가 정말 끝까지 가는 장면들이 나오기 때문에 어떻게 보실지 궁금해요. 제 주변에도 6화까지 나오면 처음부터 보겠다는 분들이 꽤 많은데 드디어 최종화가 공개되니 보시고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해요."

마지막 공개된 5,6화 에서는 불륜 커플을 추적하던 우진, 사무엘 부부가 불륜의 당사자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상황이 그려졌다. 안재홍은 결말에 대해 "만족한다기보다는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만족한다기보다는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대본이 담고 있는 롤러코스터를 충실하고 생생하게 재현하고 싶었어요. 한 부부가 끝까지 가는 그 화룡점정이 담겨있는데 혈압상승을 주의하셨으면 좋겠어요. 뜨거운 매운맛을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구성, 소재를 담고 있고 새로운 시도들도 많아요. 특히 6화에는 격렬하게 서로를 공격하고 아프게 하는 장면들이 담겨있어서 새로운 맛을 잘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우진과 사무엘 부부는 각각 육체적, 정신적 외도를 펼쳐진 상대에게 모진 말을 내뱉는다. 이를 보는 시청자는 자연스레 육체적 외도와 정신적 외도를 저울질하고 나아가 외도의 기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안재홍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것 같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사무엘은 분명 정신적인 외도를 했어요. 우진은 육체적인 외도를 했고요. 'LTNS'가 그 부분에서 우열을 가리는 작품은 아닌 것 같아요. 반대로 생각해 보니 명쾌해지더라고요. 정신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이 같이 갈 때 완벽한 사랑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정신적인 외도와 육체적인 외도에서 우열을 가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우진과 사무엘 두 사람이 한 덩어리고, 보시는 분들의 수만큼 다양한 해석이 나올 것 같아요."

/사진=티빙

전작 넷플릭스 '마스크걸'에서 강렬한 연기로 '은퇴작 아니냐'는 반응을 이끌어냈던 안재홍은 'LTNS'에서도 모든 걸 내려놓는 연기를 선보였다. 'LTNS'를 감상한 시청자들은 '또 하나의 은퇴작 아니냐'는 반응으로 화답했다. 안재홍은 '굉장한 칭찬이라는 말씀을 알았다'면서도 "오래오래 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스크걸'에서 주오남을 연기하고 은퇴설이 나올 때 '나는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나고 나니 다 내려놓고 연기했다는 것에 대한 굉장한 칭찬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구현한 인물이 이런 뜨거운 반응으로 다가올 때 너무도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그전에는 '은퇴하나', '이민가나' 이런 말씀을 해주시지 않았던 것 같은데 찬사라는 게 느껴져셔 감사해요. 그래도 전 오래오래 연기하고 다양한 감정을 나누고 싶어요."

이처럼 최근 강렬한 캐릭터를 자주 보여주다 보니 안재홍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궁금해진다. 안재홍은 의도한 것이 아니라 "운명 같다"고 밝혔다.

"의도한 건 없어요. 설명드릴 수는 없는데 운명 같아요. 어떤 시점에서 어떤 캐릭터를 보여드려야지라고 생각했을 때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주오남도 고민의 시간이 길지 않았어요. 새롭고 듣도보도 못한 캐릭터를 표현해 보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임했어요. 임박사무엘 역시 운명적으로 만난 것 같아요."

'LTNS'에서 은퇴작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건 안재홍뿐만이 아니다. 이솜 역시 모든걸 내려놓는 연기로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안재홍은 "너무나 어렵고 힘든 캐릭터였는데 알아주시는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이솜도 은퇴설을 듣는다는 게 굉장히 고무적인 일 같아요. 진심으로 말씀드리면 우진이라는 역할이 연기하기 너무나 어렵고 힘든 캐릭터예요. 그 역할을 정말 멋있게 소화했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 노력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요."

이들이 '은퇴설'이 돌았던 가장 결국 연기가 아닌 실제 상황을 보는 듯한 착각에 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안재홍 역시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춰 캐릭터를 연기했다. 

"저희 작품이 보여지는 것보다 들리는 게 더 수위가 높아요. 이걸 완화하거나 수위를 낮추면 이 말이 가진 엣지를 못 살리고 더 불편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화끈하면 꽂히는 순간이 있을 텐데 애매하면 더 보기가 불편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자연스럽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해상 펜션에서 전화 상황극을 하는 장면에서도 이 부부가 놀이하는 듯한 순간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임박사무엘의 연기가 자연스러울 수 있었던 건 안재홍이 추구한 '톤 앤 매너'가 캐릭터와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안재홍은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집중했다"며 임박사무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초반에 캐릭터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운반하는 작품이 있고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를 궁금하게 만들면서 전개하는 작품이 있는데 저희 작품은 후자라고 봤어요. 사무엘이라는 인물은 제가 연기했던 인물 중에 이렇게 폭넓게 입체적인 인물이 있었나 싶을 정도예요. 양파 껍질 까듯이 이 인물을 보는 재미를 주고 싶었어요. 보이지 않는게 큰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굳이 소개하거나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디테일들을 많이 담았어요. 임박사무엘이라는 이름도 스스로 어머니의 성을 넣어 개명했다는 설정이에요. 서울대를 나와서 택시 기사를 하기 때문에 열등감도 있고, 스타트업을 실패한 경험 때문에 자괴감도 있고요. 그런 부분들이 이런 인물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이 인물을 궁금하게 만들고 다가오는 장치라고 생각해서 연기를 할 때도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잘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안재홍은 이솜과 '소공녀',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같은 배우와 세 번이나 호흡을 맞췄지만 안재홍은 "오히려 굉장히 새롭고 신선했다"고 촬영을 돌아봤다. 

"전 두 번의 작품은 한 가지 분명한 감정을 가져갔어요. '소공녀'에서는 애틋함을 안고 있는 연인의 이야기를 담당했고, 제가 만들었던 단편 영화에서는 헤어짐을 마주한 연인의 먹먹함이라는 감정을 담았다면 이번에는 한 부부의 설렘부터 경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정을 한 배우와 연기했어요. 이번에야 말로 이솜이라는 배우에 대해 알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새롭고 신선했어요. 긴장감도 생겼어요. 두 작품을 같이 했기 때문에 오히려 친분을 경계했어요. 그래서 격렬함이 잘 느껴졌던 것 같아요. 농도 짙은 스킨십이나 후반부에 서로 싸우는 장면은 액션을 찍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카메라와의 호흡도 중요하고 액션영화를 찍는 것 같은 체력, 정신력이 요구되더라고요. 다양한 감정을 한 작품 속에서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신선했어요."

공동 연출을 맡은 전고운 감독 역시 '소공녀'에서 호흡을 맞췄던 감독이다. 또 다른 연출 임대형 감독 역시 안재홍과의 친분이 있다. 그럼에도 안재홍은 "많이 배웠다"며 두 감독과 함께한 소감을 전했다.

"대단함을 느끼고 무시무시했어요. 어디까지 생각하고 바라보는지 가늠이 안 갈 정도였어요. 전고운 감독님은 학교 한 학번 선배고 작품도 같이했음에도 놀랐어요. 찍을 때는 몰랐는데 편집본을 보고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도 많았어요. 또 대학생 때 학과 사람들과 단편영화 작업을 하다 한양대학교와 작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감독님이 임재형 감독님이었어요.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됐지만, 작품을 하면서 많이 놀라고 많이 배웠어요."

​/사진=티빙

전에 보지 못한 소재와 수위 높은 대사 등으로 흘러가지만 'LTNS'가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한 작품은 아니다. 결혼과 가족, 외도라는 주제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안재홍은 "내 이야기처럼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며 아직 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미리 언질을 듣고 대본을 봤는데 처음에는 범죄 장르극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런 성향도 있지만, 굉장히 많은 메시지가 있더라고요. 영끌족의 마음부터 불륜까지 요즘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의 메시지로 정리하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우리의 이야기'고 '내 이야기'처럼 가까이 느끼셨으면 배우로서 뿌듯할 것 같아요. 표면적인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데 안 느끼셔도 좋지만, 느끼신다면 새로운 감흥을 얻게 되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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