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빨간 맛 드라마 LTNS’…“결혼 칼싸움” 연기하는 안재홍
음침한 오타쿠가 되어 “아이시떼루!”를 외치더니 이번에는 적나라한 19금 연기다. 티빙(OTT) 드라마 ‘엘티엔에스’(LTNS)에서 성적 욕망을 되찾으려 애쓰는 부부 중 남편 임박사무엘로 나와 수위 높은 대사와 행동을 거침없이 선보인다. 한국 드라마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역대급 빨간 맛이다. 누리꾼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다 내려놓고 은퇴작을 찍었다. “‘마스크걸’ 이후 또 은퇴하느냐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그만큼 시청자들이 작품과 역할에 뜨겁게 호응해줬다는 얘기니까 기분은 좋습니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안재홍이 해맑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안재홍은 지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순수함이 발현되는 인물로 주로 사랑받았다. ‘1999, 면회’(2013)와 ‘족구왕’(2014년) 등 독립영화부터 상업영화 첫 주연작인 ‘임금님의 사건수첩’(2017), 인지도를 쌓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tvN) 등 여러 작품에서 안재홍하면 연상되는 순한 맛을 표현했다. 그런 그가 ‘엘티엔에스’ 1회부터 진한 키스를 퍼부으며 등장하자 시청자들의 두 눈이 커졌다. 안재홍은 “수위가 센 것은 고민되지 않았다. 처음 보는 독특한 이야기와 전개에 강한 매력을 느꼈고 색다른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했다. 사무엘에 대해서는 “설렘에서 시작해 회를 거듭할수록 경멸, 광기 등 여러 감정이 나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2009년 데뷔 이후 출연작은 영화·드라마 통틀어 50편 남짓이다. 영화 ‘해치지 않아’(2020)에서 동물원을 구하려고 동물 탈을 쓰고 연기하는 변호사, 영화 ‘리바운드’(2023)에서 해체 위기에 놓인 농구부를 살리는 코치 등 여러 역할을 맡았지만 19금 드라마에서 애정 신은 처음이다. 그는 “애정 신은 액션 신이었다. 카메라와의 호흡이 중요하더라. 작전에 나가는 군인처럼 신속·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느낌으로 임했다”며 웃었다. 부부가 불륜 커플을 협박해 돈을 뜯는 내용이 시작되면서는 액션 연기도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추격전을 벌이고 불륜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 헤엄치고 산에 오르는 등 의외로 움직임이 많았다. 말로 하는 애정 신, 칭찬해주기 등 부부 관계 회복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간접 체험하다 보니 미혼인 그가 결혼 생활도 짐작이 간단다. “결혼은 칼싸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부부가 나누는 모든 말에 다 칼이 들어 있더라. 부부 사이도 서로에게 지속해서 마음을 전하고 다독여주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안재홍은 영화 ‘사냥의 시간’(2020)에서 반항하는 청춘을 시작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변주하고 싶다”던 평소 바람을 조금씩 채워갔는데 ‘마스크걸’과 ‘엘티엔에스’에서 급충전됐다. 선하고 순한 이미지가 강한데 오타쿠, 19금 남편,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JTBC) 스타 피디(PD) 등 그 어떤 모습이 되어도 낯설지 않다. 안재홍은 “어떤 장르에서든 내가 맡은 인물이 어딘가에는 반드시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노력”을 강조했다. ‘엘티엔에스’에서 부모의 성을 함께 사용하고 스타트업에서 실패한 경험을 지닌 사무엘의 서사에 말투·행동·표정 등을 채워 넣어 인물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연기하는 듯한 느낌을 많이 걷어내면서 그 안에 충분한 에너지를 담는 것이 내 생활연기의 주안점”이라고 말했다.
2009년 영화 ‘구경’을 기준으로 어느덧 데뷔 15년이다. 지금의 안재홍을 있게 한 작품으로는 ‘1999, 면회’를 꼽았다. “첫 장편 영화 주연작이었어요. 지금까지 통틀어 가장 많이 본 작품인데, 볼 때마다 느낀 감흥이 지금도 생생해요. 제 작품을 보면서 어떤 장면에서 짜릿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그 짜릿한 감정이 이 일을 사랑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 순간들을 지속해서 만들고 싶어요.” 아직도 다양한 장르와 역할에 목마르다는 그는 또 다른 안재홍 만나기를 꿈꾼다. “무협 영화도 해보고 싶고 안 해본 게 너무 많아요.” 당장은 올해 선보이는 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에서 닭강정으로 변한 사장 딸을 짝사랑하는 엉뚱하고 유쾌한 고백중으로 찾아온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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