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놀랐어요"…19살 최고 유망주, 프로 데뷔 전에 ML 슈퍼스타들 만나나
[스포티비뉴스=시드니(호주), 김민경 기자] "처음에 듣고 너무 놀랐어요. 예상하지도 못했거든요."
두산 베어스 최고 기대주인 우완 투수 김택연(19)은 지난 2일 KBO가 발표한 '팀 코리아'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이번 대표팀은 다음 달 17일과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와 평가전에 나선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메이저리그와 야구 세계화의 일환으로 올해 샌디에이고와 다저스의 시즌 개막전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르기로 했다. 팀 코리아는 샌디에이고와 다저스가 '서울 시리즈'를 치르기 전에 시범경기 개념으로 몸을 풀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해 소집됐다. 팀 코리아 외에도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가 스파링 상대로 선정됐다.
팀 코리아 예비 명단에는 투수 19명, 포수 3명, 내야수 8명, 외야수 5명 등 모두 35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과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끈 대표팀 세대교체의 주역들이 대부분 다시 팀 코리아에 합류했다. 예비 명단인 만큼 파격적인 선택도 있었는데, 아직 프로에도 데뷔하지 않은 신인 김택연과 황준서(19, 한화 이글스)가 그랬다. 김택연은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제 2순위, 황준서는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리그 최고 기대주들이다. 최종 명단까지 포함될지는 알 수 없으나 예비 명단에 든 것만으로도 두 선수는 이미 대표팀에서도 주목할 잠재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3일 시드니 블랙타운 블랙타운야구장에서 만난 김택연은 "처음에 예비 명단에 들었다고 듣고 너무 놀랐다. 예상하지 못했다. APBC에 나갔던 형들이 그대로 나간다고 알고 있었는데, 예비 명단에 든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아직 프로에서 보여준 것도 없는데 이 자체가 영광이고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최종 명단에 포함되면 KBO리그를 경험하기 전에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을 만나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된다. 다저스에는 올해 메이저리그 FA 시장을 뜨겁게 달군 투타 겸업 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있다. 투타 겸업을 실현한 오타니는 10년 7억 달러(약 9369억원)에 계약해 미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액을 기록했고, 투수 최대어였던 야마모토는 12년 3억2500만 달러(약 4350억원)로 투수 FA 역대 최고액을 달성했다. 두 선수 외에도 MVP 출신인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등 빅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모여 있는 팀이 다저스다.
샌디에이고에는 지난해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한국인 빅리거 김하성이 있다. 서울 시리즈를 성사시킨 주역이 김하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한국 대표 선수인 김하성을 전면에 세워 서울시리즈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김하성 외에도 올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투수 고우석이 있고, 일본인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도 샌디에이고에 있다.
김택연은 최종 명단에 들었을 때 가장 유심히 보고 싶은 선수로 야마모토를 꼽았다. 그는 "오타니는 당연히 보고 싶겠지만, 투수 중에서는 야마모토를 한번 보고 싶다. 실제로 공 던지는 것을 제일 보고 싶은 투수"라고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이어 "야마모토를 영상으로는 많이 봤다. 일본에서 최고 투수이기도 했고, 미국에서 한번도 뛰지 않았는데 미국 투수 중에서 제일 많은 연봉을 받는 것도 대단한 것 같다. 신장(178㎝)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도 강한 공을 던진다. 영상으로는 변화구를 중점적 봤었는데, 변화구 완성도가 진짜 좋은 투수 같아서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나는 당연히 팀 코리아에 못 들어갈 줄 알고 중계로라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실제로 경기를 하고 볼 수 있으면 신기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택연이 마운드에 설 수 있는 기회까지 얻는다면 가장 궁금한 타자로는 오타니와 베츠를 꼽았다. 그는 "누구나 오타니는 같을 것 같다. 나는 베츠도 실제로 치는 것을 보고 싶다. 동기인 (여)동건이도 베츠를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투수가 나왔을 때 보니까 베츠가 밀어서 홈런을 치고 그런 모습을 많이 봤다. 실제로 치는 건 어떨까 궁금하다"고 했다.
김택연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에 지명을 받은 순간부터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다. 데뷔 전에 너무 큰 관심을 받고 있나 싶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대되는 선수니 호평이 끊이질 않는다. 팀 코리아 예비 명단에 든 것 역시 신인 선수에게 흔치 않은 기회인데 김택연에게 계속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김택연은 이와 관련해 "나도 이렇게 나와 관련된 좋은 기사가 계속 나올 줄은 몰랐다. 데뷔도 하지 않았는데 많이 응원해 주시고, 기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 기대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이 기대가 너무 커지니까 이만큼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씩 드는데,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택연은 입단 동기인 외야수 전다민(22)과 함께 이번 호주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유이'한 신인이다. 팀 분위기나 훈련 방법 모두 낯선 일의 반복이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배우며 성장하는 시간으로 삼고 있다.
2일에는 첫 불펜 피칭에 나섰다. 이천에서 2차례 하프 피칭할 때는 호평을 들었는데, 5개월여 만에 마운드에 서서 던지다 보니 영점이 흔들렸다. 처음 김택연의 공을 받아보던 포수 안승한은 곧장 불펜 포수와 교체한 뒤 "처음부터 공을 안 받을까 했는데, 나 때문에 긴장했나 싶어서 더 받지 않았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 신인은 신인인가 보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조웅천 두산 투수코치는 "(김)택연이는 별로 신경 안 쓰고 던졌다고 하는데, 선배들이랑 같이 와서 불펜을 했으니 아마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신인들하고 이천에서 공을 던졌을 때랑은 달랐다. 어떻게 보면 연습하는 시간이 조금 부족했다. 마운드에서 포수를 앉혀 놓고 던진 건 처음이니까. 오늘(2일)은 첫 피칭을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면 될 것 같다"고 다독였다.
김택연은 "5개월 만에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니까 영점 잡는 게 힘들었다. 몸이 약간 뜬 것 같다. 생각한대로 안 돼서 아쉽긴 한데, 다음 피칭이 더 기대가 되기도 한다. 오히려 다음 피칭 때는 내 것을 잘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야수들과 수비 훈련 때도 마찬가지. 김택연은 실수가 나오자 머쓱한 표정을 지었고, 선배들은 "(집에) 가야겠다"고 짓궂은 농담을 던지며 신인의 긴장을 풀어주고자 했다.
김택연은 "원래 공을 위로 던지려 했는데, 토스 콜이 나서 나도 모르게 공을 흘렸다. TV로 보던 형들과 같이 하니까 약간 긴장했던 것 같다. 그래도 처음이고, 원래 처음에는 누구나 실수를 하는 거니까. 오히려 실수를 해봐야 더 성장할 수 있고, 지금은 많이 실수도 해보고 실해도 해보는 게 내게 인생과 미래에 약이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못했던 게 훈련 한 턴 내내 이어지지 않도록 연습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며 남은 스프링캠프도 잘 마치고 일본 미야자키 2차 캠프까지 합류할 수 있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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