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관 피한 학전, '김민기 정신' 어떻게 이을까

홍혜민 2024. 2. 4. 11: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폐관 앞뒀던 학전, 문체부 나선 '장기 임대 협의'로 새 국면
"가장 중요한 건 학전의 DNA 유지"...학전 미래는
대학로에 위치한 소극장 학전은 오랜 시간 국내 대중문화인의 산실로 명맥을 이어왔으나 최근 설립자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와 지속적인 재정난으로 올해 폐관을 예고한 바 있다. 연합뉴스

학전을 살리고자 했던 대중문화인들의 마음이 통한걸까. 올해 개관 33년 만에 폐관을 예고했던 학전에게 새 돌파구가 생겼다. 과연 학전은 폐관 위기에서 벗어나 설립자인 김민기 대표의 정신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학전은 1991년 3월 김민기 대표가 개관한 대학로 소극장으로,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내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이자 국내 대중문화인의 산실로 명맥을 이어왔다.

학전은 소극장 뮤지컬 최초로 라이브 밴드를 도입했고, 간판 공연인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 학전만의 특색을 담은 공연을 기획·제작하며 한국적인 창작 뮤지컬의 성장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외에도 학전은 연극, 라이브 콘서트 등 다양한 대중문화 공연을 기획·제작하면서 수많은 국내 문화 예술인들을 배출 및 성장시켜왔다.

이러한 학전의 중심에는 설립자인 김민기 대표가 있었다. 김 대표는 1971년 '아침이슬'을 작사·작곡한 인물이자 뮤지컬 작곡 및 연출가로 오랜 시간 예술인들에게 존경을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김 대표는 학전을 설립한 이후 꾸준히 청소년·아동극을 무대에 올리며 국내 대중문화를 위한 의미있는 '씨앗'을 뿌려왔다.

하지만 소위 '돈 안 되는' 공연으로 불리는 청소년·아동극을 꾸준히 무대에 올려온데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소극장의 특성상 학전 역시 재정난을 피할 순 없었다. 지금까지 학전 운영을 위한 비용은 김 대표 본인이 저작권료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충당해왔지만 최근 공연계의 불황으로 인해 경영난은 더욱 가중됐다. 여기에 김 대표가 위암 판정을 받고 투병을 시작하면서 학전은 결국 존폐 위기를 맞았다. 당초 김 대표는 학전이 33주년을 맞는 올해 3월 15일 폐관을 알렸다.

학전의 폐관 소식에 학전을 거쳐간 수많은 대중예술인들과 동종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문화인들이 발을 벗고 나섰다. 다음 달 개최되는 '학전 어게인' 공연 역시 그 일환이었다. 학전을 위해 뜻을 모은 문화예술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학전 어게인' 공연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러한 움직임은 '학전 살리기'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과 응원으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 지난 15일 개최된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학전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유병채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는 학전, 김민기 선생의 뜻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계속 협의해왔다"라며 "건물주와 협의가 잘 돼서 지금의 용도로 계속 사용하겠다는 합의를 얻어냈다. 김민기 선생이 운영해 온 어린이 작품, 대중가요 콘서트 등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김민기 선생이 회복하면 마무리해서 3월 이후에도 학전과 김민기 선생의 뜻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당장 월세로 극장이 운영돼 온 탓에 재정난이 가중됐고, 더 이상 학전의 터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던 상황에서 건물주와의 협의를 통해 극장의 용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으로 풀이된다. 아직 김 대표와 문예위의 협의가 끝나지 않은 만큼, 학전이 폐관을 피했다고 확언하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학전 살리기' 바람 속 꽤나 의미 있는 움직임임에는 분명하다.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운데, 앞으로 학전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이에 대해 '학전 프로젝트'를 기획한 가수 겸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회장 박학기는 본지에 "아직까지 결론이 난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건물을 매입하는 건 어려우니 문체부에서 건물주와 장기 임대로 협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문예위에서 국가적 차원으로 학전을 운영해 보겠다는 취지인 것 같다"라며 "기본적으로는 감사하나, 구체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전의 DNA 유지이기 때문에 (김민기) 선생님의 의견을 정리 중이다. 학전의 본질대로 선생님의 뜻을 이어서 다양한 콘텐츠와 공연을 만들고 평생의 숙원사업이었던 아동극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것, '김광석 다시 부르기' '빨간 벽돌' 등을 계속 발전시키고 훼손 없이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김 대표가 항암치료 중인 만큼 문예위와의 의견 조율에는 조금 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학기는 "결과적으로 좋은 뜻을 함께 하는 것이지만 앞으로 학전이라는 이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 지금은 선생님이 항암 중인 상황이라 건강 상태에 따라 조만간 대화를 위한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예위가 학전을 이어가게 될 경우, 향후 학전의 운영 주체는 문예위가 되는 걸까. 이에 대해 박학기는 "아직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럽다"라면서도 "문예위에서 운영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이 계신 동안에는 선생님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며 뜻을 이어가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