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는 도핑룸, 붉은 악마는 관중석 청소... 미담 만드는 선수와 팬
“민재야, 여기 청소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축구 대표팀을 지원하는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3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호주와의 8강전을 마치고 당황 중이었다. 한국 간판 수비수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직접 도핑테스트 룸에서 남은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었던 것. 김민재는 “형, 청소하시는 분들이 한국 사람들 먹고 치우지도 않고 갔다고 할 수도 있잖아요. 외국 나와서 그런소리 들을 필요 없잖아요”라면서 씨익 웃었다.
김민재는 경기를 마치고 불법 약물 투여 여부를 알아보는 도핑(doping) 검사 대상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경기 직후 무작위로 선수를 선발해 소변과 채혈 검사를 진행한다. 도핑 검사를 좋아하는 선수는 드물다. 경기에서 땀을 쏟아내 체내 수분을 소진했는데도 물을 마시지 않고 소변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검사 등 여러 절차를 거치면 1~2시간까지 소요되기도 한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땀 범벅으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예민해지는 선수들도 있다.
짜증이 날 만한 상황에서도 김민재는 도핑테스트 룸에 남아있는 수건과 남은 간식, 물병을 치웠다. 김민재를 말리다 포기한 협회 사람들, 팀 닥터 등은 한국 뿐 아니라 호주 선수들이 두고 간 것들까지 전부 청소하고 도핑룸을 떠났다. 협회 관계자는 “도핑 검사는 다녀가는 사람이 워낙 많고 절차가 복잡해서 청소를 생각할 겨를이 없는 상황인데, 호주전 막판 주저 앉을 정도로 혼신을 다한 김민재가 청소를 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한 게 색달랐다”고 했다.
현지 매체에서는 한국 팬들의 뒷정리를 주목하고 있다. 카타르 현지 방송국 알카스 TV는 3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호주전이 끝난 뒤 사람들이 대부분 빠져나간 관중석을 한국 응원단이 치우고 있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한국인들은 미리 준비한 대용량 쓰레기 봉투를 들고 다니며 객석에 남아있는 쓰레기를 줍고, 카메라와 눈이 마주치자 웃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대단한 문화입니다” “멋진 매너”라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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