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대 박물관, 소장한 1천개 인간해골중 흑인 19개 장례

차미례 기자 2024. 2. 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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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연구 빌미 백인우월성 연구에 사용하던 모톤 수장품
"매장과 장례에 지역 의견 수렴 없이 진행 " 주민 반발도
[필라델피아=AP/뉴시스] 남북전쟁 이전시대부터 수집한 흑인들의 두개골 등 1000여개의 유골을 소장한 미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박물관. 이 박물관에서 흑인 두개골 19개를 비롯한 소장 유해 일부를 묘지에 안장하기 위해 2월 3일 추모식과 장례식을 거행했지만 지역사회와 흑인 주민들은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화해와 매장이라며 반발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2024. 02. 04.

[필라델피아( 미 펜실베이니아주)=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미국의 명문대 아이비 리그 가운데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학교는 한 때 백인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인종에 대한 연구자료로 사용했던 인간의 두개골 수백 개를 보유해왔다.

그런데 최근 이 대학교는 2백여년간 보유하고 있던 인간 유해들의 자료적 가치를 재평가하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지난 주에 특별히 19명의 흑인 필라델피아 주민의 것으로 판정된 해골을 묘지에 안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학 교직원들은 3일(현지시간) 이들을 위한 추모 예배와 장례를 거행했다.

대학교 측은 지난 과거사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이런 작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사회 주민들은 결정과정에서 자기들의 의견이 배제되었다고 느끼고 있어 이 대학은 앞으로도 제도적인 인종차별이란 비난의 부담을 안게되었다.

크리스토퍼 우즈 박물관장은 이에 대해 "유해의 재안장은 박물관 업무 가운데 하나이므로, 우리가 이를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학 박물관에는 전 세계에서 온 1000명이 넘는 인간의 유해가 보관되어 있는데, 우즈 관장은 일단 대학교가 있는 곳 현지 출신의 유골부터 안장하는 것이 순서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재 매장에 대해 필라델피아의 일부 지도자와 흑인 사회의 대리인들은 여러 해에 걸쳐서 이 대학의 계획에 반대해왔다. 그들은 흑인 유골을 역사적인 흑인 묘지인 에덴 묘원에 다시 집어 넣는 것은 그들의 동의 하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웨스트 필라델피아 원주민으로 지역 활동가인 알리 무하마드는 정의란 대학교가 바로잡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서 어떤 식으로 그 일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 그런 일은 우즈 박물관장이 독단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이 곳 조상들을 붙잡아다가 그 유해를 오랜 세월 동안 소유하고 이용해왔던 (대학)기관이 그들에게 묘지를 마련해 주는 기관과 같은 곳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즈 관장은 3일 대학박물관에서 열린 임시 추모 예배에서 "19명의 두개골의 신원은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만약에 그 중의 누구라도 신원이 밝혀지거나 상황이 바뀌어 유해의 반환을 요구하거나 할 경우에는 쉽게 계획을 변경해서 후손들에게 유골을 내어 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유해라도 이 곳 시민들 중 후손이 밝혀져 인계할 수 있다면 기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박물관에서 16km 거리에 있는 에덴 묘지에서 나중에 열린 매장식에서 지역 주민 단체의 맥브라이드 윌리엄스는 " 이 유해에 대해 문제를 일으켰던 장본인인 대학이 해결책을 찾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자라면서 실수를 했을 때에는 스스로 바로 잡고 자기가 한 짓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배웠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최근 여러 해 동안 미국 전국에서 인종 차별에 대한 정의의 회복을 부르짖는 운동이 휩쓸면서 수많은 박물관들과 대학 박물관이 오랜 세월동안 부도덕한 상황 속에서 편취하거나 훔쳐온 유골과 유물들의 반환을 시작했다.

하지만 미 연방 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인류고고학 자료로 이용되는 피해를 입었던 미국 원주민들 단체 하나 만이 그 유해의 반환과 매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필라델피아의 흑인들의 경우 처럼 강제로 수집된 두개골 등 유해들은 반환에도 같은 기관들이 그 전과정을 장악하고 있다.

19명의 필라델피아 흑인 해골은 펜 박물관의 모톤 두개골 수집품의 일부에 불과하다. 1830년대부터 이 두개골을 수집한 의사이자 교수인 사뮤엘 조지 모톤이 900개의 해골을 수집했고 그가 죽은 뒤에 필라델피아 자연과학 학술원이 수 백개를 더 모아서 소장해왔다.

모톤의 수집 목적은 흑인과 백인이 인종적으로 다를 뿐 아니라 아예 전혀 다른 영장류라는 것을 증명해서 백인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그의 인종에 관한 학설은 수 백년 동안 학계를 지배하면서 남북전쟁 이전의 미국 남부의 노예제도와 흑인 학대를 정당화하는데 이용되었다.

미 의학계에서도 이 이론이 현대에까지 뿌리깊게 남아있어서 의대생을 뽑거나 흑인 의사들을 훈련하는 과정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의학부문의 흑인 운동가들은 말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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