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경선] 바이든, 예상대로 경선 순항…대선 본선엔 '먹구름'

김동현 2024. 2. 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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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지에 실망한 흑인 등 '집토끼' 이탈…국경문제 해결 난망
트럼프와 당장 붙으면 불리…11월까지 경제성과 부각하며 반등 기대
바이든 경선 승리에 환호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지자들 [컬럼비아[美사우스캐롤라이나주]로이터 연합뉴스]

(컬럼비아[美사우스캐롤라이나주]=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민주당의 첫 공식 대선 후보 경선이 열린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압승하면서 예상대로 순조롭게 경선을 시작했다.

그러나 당내 경쟁자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명의 경쟁자들과 겨룬 상황에서 당연한 승리를 거뒀을 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재대결이 예상되는 오는 11월 대선 본선 전망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흑인과 젊은 유권자의 지지가 과거 같지 않은 데다 중동 전쟁과 남부 국경의 불법 입국자 급증 등 지지율을 깎아내리는 갈등 현안이 산적하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개표율이 44.6%인 상황에서 96.5%를 득표했다.

딘 필립스 하원의원은 1.6%를, 진보 성향의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은 2.0%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는 하지만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을 그대로 유지한 재선 도전인 데다, 두 경쟁자의 지명도가 낮아 예견된 압승이었다.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는 2020년 대선 경선 때도 바이든 대통령을 밀어준 전례가 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오와주 등 경선을 치른 첫 3개 주에서 패배했으나 네번째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흑인 유권자의 몰표를 받아 승리했고, 이 바람을 등에 업고 결국 대선 후보가 된 데 이어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지만, 이곳은 공화당 텃밭을 의미하는 '레드 스테이트'라서 본선에서도 바이든이 승리를 가져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바이든 대통령의 오는 11월 대선 본선 전망은 전반적으로 밝지 않다.

CNN과 여론조사기관 SSRS이 지난 1일 공개한 미 전역 유권자 대상의 가상 양자 대결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9%의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45%)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블룸버그와 모닝컨설트가 지난달 31일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 등 7개 주요 경합주를 대상으로 한 양자 가상 대결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42%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8%)에 오차범위를 벗어나 6%포인트나 뒤졌다.

더욱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절반을 꾸준히 상회하고 있고, 갤럽이 전날 공개한 결과에선 응답자의 61%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자격이 없다'고 답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집토끼'가 이탈하고 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의 작년 12월 여론조사에서 흑인 성인 50%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이는 2021년 7월 조사의 86%보다 크게 낮다.

특히 젊은 흑인 유권자는 민주당을 맹목적으로 찍은 기성세대와 달리 바이든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중동 사태가 대표적인 이슈로 가자지구에서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는데도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계속 지지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국 수십만 신도를 대표하는 흑인 목사 1000명 이상이 백악관 당국자 면담과 서한, 광고 등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하도록 압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신도들이 중동 사태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에 크게 실망해 재선을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입국자 문제도 바이든의 약점으로 꼽힌다.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과 협상을 통해 이전보다 강경한 정책을 도입하려고 하지만, 이 문제가 계속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잡기를 바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에 비협조를 지시하면서 돌파구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긍정적인 경제 상황이 지지율 반등 동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가운데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는 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지표상으로 나아진 경제를 유권자가 당장은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아직 11월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성과를 적극 내세우며 공화당 대선후보가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법치·반(反)민주적 행태를 부각해 등돌린 기존 지지세력은 물론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美민주당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투표하는 유권자 [AFP 연합뉴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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