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시장, 4분기 `성장 둔화`…"당국 규제·저조한 수익률 부담"

신하연 2024. 2. 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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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사후심사 강화에 은행 자금 대량 이탈
'단기·고수익' 개인 투자자 성향과도 삐끗
새 수익 모델로는 퇴직연금 시장 '기웃'
美 퇴직연금 절반 이상이 RA로 운용 중
그래픽 픽사베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해까지 꾸준히 이용자 수와 운용금액(AUM)을 늘려왔던 로보어드바이저(RA)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개인 고객 이탈보다는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로보어드바이저 계약자수는 29만2532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인 같은 해 6월 말 37만6122명에서 8만명(22.2%) 이상 빠져나갔다.

특히 집계가 시작된 2017년 12월 3만8000여명이었던 계약자 수는 작년 6월까지 꾸준히 증가하며 37만6000여명까지 늘었으나, 지난 분기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운용금액(AUM) 역시 1조9396억원에서 7579억원으로 60% 넘게 쪼그라들었다.

서비스 유형별 계약자와 운용금액을 살펴보면, 일임과 자문 유형보다는 무료추천형으로 유입됐던 고객의 자금이 크게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임과 자문 계약자는 각각 0.36%, 0.96% 줄어들면서 1%포인트(p) 내외의 감소율을 보였지만 무료추천 유형 계약자는 36% 이상 줄었다.

운용금액도 마찬가지로 일임과 자문에서는 각각 14.4%, 2.3% 줄어든 반면 무료추천 유형에서 70% 가까이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증권사(-6.6%), 자산운용사(-18.0%), 자문일임사(-10.0%) 대비 은행(-69.5%)의 운용금액이 크게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분기 은행의 운용금액(1조6384억원)이 전체 운용금액의 85% 가량을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4분기 자금이탈의 대부분은 은행 운용금액에서 발생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로보어드바이저 규제 합리화 방안'에 따라 작년 6월부터 코스콤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사후 운용심사를 개시하면서 은행 사업자들이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던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대거 중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RA 운용 사업자들이 매 분기 코스콤 점검을 거쳐야 하며 상품으로 출시된 알고리즘의 경우 연 1회 현장 실사를 실시해야 한다. 사후운용 심사를 받지 않으면 공시가 중단되고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경우에도 해당 알고리즘을 이용한 상품 운용과 상용화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코스콤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후점검 자체는 올바른 정책"이라면서 "다만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마케팅 차원에서 고객에게 제공했던 시중은행의 경우에는 분기마다 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분기 평균 수익률이 벤치마크 수익률을 밑돈 점도 개인 투자자의 심리적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기간 투자유형별(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수익률은 각각 1.87%, 3.00%, 4.41%로 같은 기간 코스피200 수익률(9.57%)을 하회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단기성·고수익 추구' 투자성향과 지난해 하반기 증시 활황장이 맞물리면서 일시적인 이탈이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로보어드바이저 업계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시장이 오를 때 이를 전부 반영하지 못하는 대신, 하락장에서는 시장 대비 방어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증시 랠리가 이어진 가운데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를 위해 자금을 인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국의 규제 부담과 개인 투자자의 심리적 장벽에 발목이 잡힌 RA 업계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전망이다.

연금저축은 기존 연금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투자 가능 상품이 제한돼 있었지만, 늦어도 내년 상반기부터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로보어드바이저 투자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퇴직연금인 401K의 절반 이상이 RA로 운용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6월 로보어드바이저의 퇴직연금 일임 운용에 대한 혁신금융 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퇴직연금 운용 상품은 코스콤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알고리즘에 한해 신청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퇴직연금 일임을 허용한 가운데, 대부분의 RA 업체들은 관련 시장에서의 저변 확대를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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