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도로 인사해라” 분노 이글거리는 상사,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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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팀장이 세 살 위인데 저보고 90도로 깍듯이 인사하라고 합니다.
폭언과 갑질이 심해져서 회사에 신고했는데, 3자대면 조사에서 팀장이 저에게 "너, 나한테 몇 번 인사했어? 신입도 너보다 인사 많이 했겠다"고 소리쳤습니다.
A. 90도 '폴더 인사'를 강요하는 상사라니, 조폭이 운영하는 유흥주점도 아니고.
당장 팀장과 분리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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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
직장내 괴롭힘 신고 이후
Q. 팀장이 세 살 위인데 저보고 90도로 깍듯이 인사하라고 합니다. 모가지만 까딱하지 말고 성심을 다해서 인사하라고요. 폭언과 갑질이 심해져서 회사에 신고했는데, 3자대면 조사에서 팀장이 저에게 “너, 나한테 몇 번 인사했어? 신입도 너보다 인사 많이 했겠다”고 소리쳤습니다. 폭언에 대해서는 “일을 못해서 잘하라고 좋게 타이르고 알려준 거밖에 없는데, 그게 죄냐?”며 억울하다고 합니다. 신고 이후 저를 잡아먹을 듯 이글이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고요. ‘네까짓 게 감히 날 신고해?’ 이런 식으로 이를 갈고 있습니다. 너무 무서워요.(2024년 1월, 닉네임 ‘갑질시러’)
A. 90도 ‘폴더 인사’를 강요하는 상사라니, 조폭이 운영하는 유흥주점도 아니고. 사장이 사무실 들어오면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열병식 도열이라도 하는 회사인가요? “신입도 너보다 인사 많이 했겠다”라니요, 이 회사는 인사 횟수가 업무 평가 기준인가요? 신고자를 비난하는 2차 가해도 장난 아니네요.
‘갑질시러’님, 분노에 찬 이글거리는 눈빛의 상사와 떨어져야죠.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면 조사 기간 동안 근무 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등 피해자 보호 의무가 있습니다. 보호 조치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아야 하고요. 당장 팀장과 분리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하세요. 그런데 회사는 팀장의 역할 때문에 갑질시러님에게 다른 부서로 가라고 하거나, 둘 다 필요하니 팀장이 사과하고 같은 부서에서 일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팀장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면 좋은 팀장과 팀원으로 남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대면 조사에서도 윽박지르는 팀장의 사과가 진심일까요? 팀장이 눈에 보이지 않게 ‘보복 갑질’을 한다면? 다른 팀원들과 짜고 ‘은따’(은근한 따돌림)로 괴롭힐 수 있습니다. 따돌림은 증거를 모으기가 힘들어서 다시 신고하기도 어려워요. 팀장이 ‘갑질시러’님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까요? 그 팀장이 평가 점수를 잘 줄까요? 회사를 믿고 가해자와 같이 일하겠다고 한 뒤 2차 가해를 당하는 사례가 허다합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 제기도 어려워요.
‘네까짓 게 감히 날 신고해?’ 상사의 보복이 정말 두렵습니다.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하면 사용자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지만, 사용자가 아닌 가해자의 보복은 처벌 조항이 없어요. 그래서 모범적인 회사는 2차 가해를 별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한 공공기관은 2차 가해 행위자를 ①관리자 ②행위자 ③동료로 구분하고, 행위자 두둔, 합의 종용, 소문 등 25개 세부 행위로 명시해 징계하고 있어요.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2월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 중 신고한 비율은 7.3%에 불과했어요. 직장인 열에 아홉은 갑질을 당해도 참거나 회사를 그만둡니다. 신고자가 2차 가해를 당하는 회사에서 용기를 낼 직원이 있을까요? 매년 400명 이상이 회사 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 출구 없는 고통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 참. 폴더 인사, 어디서 많이 본 건데. 어디더라.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직장갑질119에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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