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민주 첫 경선 사우스캐롤라이나서 압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첫 경선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예상대로 압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나라를 위해 선거에서 질 수 없다”며 대선에서 재대결이 유력해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를 강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개표가 99% 진행된 가운데 96.2%를 득표했다. 경선에 출마한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 후보와 딘 필립스 연방하원의원은 각각 2.1%, 1.7%를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에 따르면 부재자 투표를 포함해 5만1710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흑인 유권자 비율이 76%를 차지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전체 520만명의 인구 가운데 흑인 비율이 26.3%, 올해 대선을 앞두고 등록한 유권자 325만명 중 흑인 유권자가 79만3500명인 것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투표 참여율을 보여준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승리가 확정된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2024년 사우스캐롤라이나인들은 다시 한번 목소리를 냈다”며 “여러분이 우리를 대선 승리와 도널드 트럼프를 다시금 패배자로 만드는 길로 이끌었다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라는 프리미엄에다 당내 마땅한 경쟁자도 없어 바이든 대통령의 경선 승리는 기정사실에 가까웠다. AP통신 등은 투표 마감 20여분이 지난 시점부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당내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가 이미 정해져있던 이번 경선의 최대 관심사는 흑인 표심이 얼마나 결집하느냐였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2020년 대선 때도 격전지였던 아이오와, 뉴햄프셔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과반에 가까운 승리를 안겨줬다. 무엇보다 흑인 유권자 67%의 압도적 지지가 바이든 대통령에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가 1980년 이래 줄곧 공화당 대선 후보가 승리한 공화당 ‘텃밭’임에도 민주당이 첫 경선지로 택한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흑인들의 바이든 지지 이탈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흑인 유권자 결집을 통해 전국적으로 흑인 지지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셈법을 갖고 있었다.
다만 전체 투표율은 2020년 대선 경선 때보다 낮아졌다. 민주당 등록 유권자 375만명 중 약 13만여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4년 전 경선 투표인원 54만명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측은 일부 투표소가 급작스럽게 변경되며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었다며 공화당이 장악한 주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첫 경선지에서 손쉽게 승리한 바이든 대통령은 곧바로 본선 행보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델라웨어주의 선거대책본부를 찾은 뒤 선거자금 모금 행사 참석 차 캘리포니아로 떠난 그는 핵심 경합주 네바다를 방문할 예정이다.
컬럼비아(사우스캐롤라이나)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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