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데이즈' 윤여정의 자존감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윤여정의 자존감은 피나는 노력이 양분이다.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잔꾀를 부리지 않고 노력하는 것. 지금의 윤여정을 있게 한 자존감은 이토록 치열한 과정 끝에 지켜질 수 있었다.
2월 7일 개봉되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로, 윤여정은 극 중 건축가이자 완다의 반려인 조민서를 연기했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사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이후 애플 TV+ 시리즈 ‘파친코’에 출연하며 고희가 넘은 나이에 글로벌 신에서 배우로서 왕성하게 활약하며 후배 배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런 윤여정이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이후 약 5년 만에 ‘도그데이즈’로 국내 스크린에 컴백했다. 오스카 위너의 행보로는 다소 의아할 수도 있지만 윤여정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윤여정은 “오스카 이후 시나리오가 많이는 아니지만 제 나이에 비해서 많이 들어왔는데, 인생을 많이 산 사람으로서 좀 씁쓸했다. 내가 계속 활동을 한 사람인데 그 상을 탔다고 해서 주인공으로 나를 등급을 높여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윤여정은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사람을 본다던지 시나리오를 본다던지 그때그때 다르다”면서 “조연출이었던 김덕민 감독과 함께 작업하며 전우애 같은 게 생겼었다. 그때 ‘덕민이가 입봉 하면 나는 하리라’ 했는데 바로 입봉을 하더라”라고 ‘도그데이즈’ 선택의 이유로 김덕민 감독을 언급했다.
윤여정이 작품을 고르는 데 있어 분명한 기준이 생긴 이유는 그동안 활동해 왔던 경험이 토대가 됐다. 윤여정은 “제가 어렸을 때는 커리어 우먼이라는 말도 없었다. 적령기가 되면 결혼해야 했다. 지금 여러분이 사는 세상과 너무 다른 세상을 살았다. 배우 일은 잠깐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배우로 다시 돌아왔을 때 굉장히 감사했다. 내가 만약 대기업에서 잘 나가는 임원이었다면 10년 동안 공백을 가졌다고 다시 나를 기용할 일은 없지 않나. 그래서 난 감사한 마음으로 생각해서 열심히 했다”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어떤 역할이든 간에 내가 못하는 걸 알았기 때문에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나의 연습과정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했다. 70이 넘어서 희수까지 했으니까 살만큼 많이 살았다. 내다볼 게 없는 나이인데 그냥 시나리오가 좋아서 하든지 감독이 좋아서 하든지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나”라고 했다.
극 중 민서는 실제 윤여정과 많이 닮아있다.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실제 윤여정이 할 법한 말들이라 저절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윤여정은 그저 시나리오에 쓰인 그대로 연기했을 뿐이다. 자신의 말 맛에 맞춰 대사를 절대 바꾸지 않는다고.
윤여정은 이에 대해 “저는 대사를 수정하거나 애드리브를 많이 넣는 배우들 개인적으로 싫어한다. 제게 예전에 텔레비전 할 때에는 모든 대본을 소설가들이 썼다. 애드리브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었다. 작가들이 대사를 쓸 때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고치고 또 고치겠나. 나는 구식 배우라서 그런지 대사 수정을 별로 안 한다. 김수현 선생 드라마로 훈련받은 사람들은 절대로 애드리브를 안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파친코’의 선자와 ‘도그데이즈’의 민서, 이외에도 윤여정이 연기한 캐릭터에는 공통적인 키워드가 있다. 바로 자존감이다. 캐릭터들에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던 건 윤여정의 삶의 모토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윤여정은 이에 대해 “친절한 것과 다르다. 나는 비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친절과 비굴이 같이 갈 때가 있다. 나는 친절한 사람은 못 된다. 그렇지만 비굴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영광을 가졌음에도 윤여정은 여전히 대본 하나를 외우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노력할 정도로 연기에 열심이다. 이토록 윤여정이 잔꾀를 부리지 않고 우직하게 노력이라는 정도를 걷는 이유는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윤여정은 “나는 내가 타고난 배우라고 생각 안 했다. 나에게 타고난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찍이 깨달았다. 나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라고 간결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어느덧 연기가 자신의 일상이 된 것 같다는 윤여정은 “일상을 못 살면 사람이 죽는 거 아닌가. 제일 행복한 죽음은 자기 일을 하다가 죽는 거다. 나한테는 연기가 일상이 됐다”라고 여전한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지름길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연습을 하고 많은 대사를 외우는 건 내가 타고난 게 없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버릇이었어요. 물론 타고난 배우들이 있죠. 그런데 재주는 잠깐 빛날 수 있지만 유지하는 건 열심히 안 하면 힘들어요. 클래식을 하는 사람 보면 피나는 노력을 하잖아요. 그걸 당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CJ ENM]
도그데이즈 | 윤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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