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포기한 28㎓, 제4이통 '핫스팟'으로 승부…기대 우려 공존

심지혜 기자 2024. 2. 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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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절성 약하지만 속도 더 빠르고 처리 가능한 트래픽 더 많아
스테이지엑스, 공연·병원·공연장 중심 서비스로 자신감
이통3사 28㎓ 실패 사례 근거로 회의적 시각은 여전
[서울=뉴시스] 알뜰폰 스테이지파이브가 컨소시엄을 꾸리고 이동통신 신규 사업자에 도전한다. (사진=스테이지파이브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5G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낙찰 받으면서 네 번째 이동통신 사업자 등장이 현실로 다가왔다. 스테이지엑스는 정부에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하는 절차를 거치면 정식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가 된다.

스테이지엑스가 확보한 28㎓ 주파수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도 포기한 대역인 만큼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4301억원에 28㎓ 주파수를 가져가게 된다.

이 금액은 이통3사가 2018년 할당 받았을 때보다 2배 높은 금액이다. 당시 이통3사는 100㎒ 폭당 259억원에 각각 800㎒ 폭을 할당 받았다. 최종 금액은 위치에 따라 달라졌는데, SK텔레콤 2073억원, KT 2078억원, LG유플러스 2072억원이었다.

과기정통부가 신규 사업자의 초기 투자 부담 완화를 위해 최저경쟁가격을 이통3사보다 3분의 1가량 저렴한 742억원으로 설정했지만, 주파수 경매에서 공격적 베팅이 이뤄지면서 시장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금액에 낙찰됐다.

28㎓는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이통3가 포기한 주파수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아닌 스테이지엑스가 이통3사보다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해당 주파수를 가져가게 되자 승자의 저주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해외에서도 5G 상용화 초기에는 28㎓과 같은 고대역의 주파수에 투자했지만, 이통3사와 같은 이유로 중저대역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28㎓, 이통3사 쓰는 3.5㎓ 보다 빨라

28㎓은 회절성이 약하고 직진성이 강한 고주파 대역으로 전파 도달 거리가 짧다. 이에 기지국을 많이 세워야 하는 단점이 있어 전국망보다 핫스팟을 중심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른 데다, 이통3사가 확보한 5G 주파수보다 대역폭이 더 넓어 확실히 품질 차이가 날 수 있다. 이통3사는 전국망으로 3.5㎓ 대역을 각각 100㎒폭씩 쓰고 있다면 스테이지엑스는 800㎒폭을 쓰게 된다.

주파수는 주로 고속도로에 비유해 설명한다. 도로 폭이 넓으면 더 많은 차가 보다 원활하게 달릴 수 있는 것처럼 주파수가 넓을수록 트래픽 처리가 용이해진다.

LG유플러스가 2019년 상용 환경에서 28㎓로 차량 주행 중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최대 속도 다운로드 4.2Gbps 업로드 1Gbps로 나타났다.

지난해 과기정통부가 실시한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에서 이통3사의 5G 다운로드 속도는 939.14Mbps 였다. 서울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전년보다 15.7% 빨라진 1092.62Mbps를 기록했다.

당시 LG유플러스가 측정한 28㎓ 속도 측정 결과와 비교하면 다운로드 속도는 대략 3배 이상 빠른 셈이다. 이대로라면 고화질(HD)급 2GB 용량의 영화를 4초 만에 다운 받을 수 있다.

특화망으로 대기업이 사용…스테이지엑스 "'진짜5G' 선보일 것"

현재 28㎓은 이통3사가 포기하면서 특화망(이음5G)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네이버와 LG CNS, 삼성전자가 28㎓을 할당 받아 사옥, 공장 등에 적용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28㎓에 대해 대용량 데이터의 초고속 전송, 대규모 단말 연결이 가능한 주파수라고 평가하면서 기존 유선망 대비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생산설비 운영이 가능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용절감은 물론 생산성 증대와 보안·안전 강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지엑스는 28㎓로 ‘진짜 5G’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우선 정부의 주파수 할당 조건에 맞춰 3년간 90개의 핫스팟에 6000대의 기지국을 구축할 계획이다. 서비스는 기업간거래(B2B)를 비롯해 기업소비자간거래(B2C)로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KAIST(과학기술원)와는 리빙랩 형태로, 연세의료원(세브란스)과는 디지털 기반 스마트병원 사업을 추진한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도 서비스를 공급한다. 국내 주요 경기장 및 공연장과 협업해 실감형 K-콘텐츠를 서비스 제공하고, 또 공항 등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에 28㎓ 5G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쓸 수 있는 단말 아직 없어…28㎓ 회의적 시각 여전

28㎓을 지원하는 단말기가 아직 없지만, 스테이지엑스는 국내 대표적 사업자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구글, 폭스콘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지원 단말기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도 팔을 걷어 부쳤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스테이지엑스에 대한 주파수 할당이 확정 이틀 만에 삼성전자를 찾아가 단말을 출시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 차관은 정호진 삼성전자 부사장을 만나 스테이지파이브가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가운데 시장에 조기 안착할 수 있도록 전용 단말을 출시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다만 28㎓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2G 이동통신부터 시작해 3G, LTE, 5G까지 운영해 온 이통3사가 포기한 대역인 만큼 신규 사업자가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안정상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미국 등 해외 주요 나라들은 핫스팟 중심으로 28㎓ 대역을 활용하고 있으나, 3.5㎓ 대역처럼 보편적 B2C 서비스는 거의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수석은 “28㎓ 대역으로 수익 창출을 위한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예측된다”며 “이는 자본력이 탄탄한 기존의 통신3사 마저 사업 실패로 막을 내렸던 사례가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성명을 내고 “스테이지엑스가 28㎓ 대역의 대국민 서비스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기존 이동통신 3사마저 포기한 28㎓ 주파수 대역으로 신규 사업자가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광범위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많은 투자비와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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