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전에 효과 본' 박용우 라볼피아나, 김민재 빠지는 준결승전에서도 활용할까[심재희의 골라인]
후반전, 박용우 시프트 바탕으로 추격전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클린스만호가 호주를 꺾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 고지를 밟았다. 쉽지 않은 승부에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승전고를 울렸다. 전형과 전술적인 부분에서 눈에 띄는 것 하나 있었다. 바로 박용우의 '라볼피아나' 활용이다. 한국은 '박용우 시프트'를 바탕으로 포백과 스리백을 탄력적으로 오가며 추격에 힘을 실었다.
라볼피아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내려 스리백으로 변환을 주는 전술이다. 빌드업 과정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이 내려와 최종 라인에서 패스 길을 열고, 중앙수비수들은 좌우측으로 별려 스리백 형태를 취한다. 멕시코 축구 국가대표팀을 지휘한 리카르도 라 볼페가 처음 사용해 '라볼피아나'라는 이름이 붙었다. 현재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를 이끄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전에 잘 사용했고, 신태용 감독이 한국 올림픽대표팀을 이끌 때 활용하기도 했다.
박용우는 신태용 감독의 올림픽 대표팀과 프로 팀에서 라볼피아나로 뛴 적이 꽤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패스 능력이 좋아 상황에 맞게 라볼피아나 구실을 했다. 한국은 호주와 경기 후반전부터 날개 공격을 강화하며 레프트백 설영우와 라이트백 김태환을 위로 올렸다. 추격을 위해서 공격에 힘을 더 실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동점을 노리며 김태환을 빼고 윙어 양현준을 투입하기도 했다. 이때 박용우가 라볼피아나로 변신해 후방 빌드업의 키를 잡았다.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중심축이 되면서 한국의 역전승에 디딤돌을 놓았다.
박용우 라볼피이나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김민재의 결장 때문이다. 김민재는 호주전에서 옐로카드를 받아 경고누적으로 7일 요르단과 준결승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수비의 핵심인 그가 빠지면서 한국의 수비 전술 보완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로선 포백의 중앙 수비 콤비로 김영권과 정승현이 나설 공산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전반전에 썼던 스리백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없진 않다.
만약 포백을 기본으로 한다면, 상황에 따라 박용우 라볼피아나 카드를 다시 꺼낼 수도 있다. 후방 빌드업을 할 때, 박용우가 아래로 내려와 중앙에 서고 김영권과 정승현(혹은 박진섭)이 좌우측으로 벌려 전개하는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호주전처럼 레프트백과 라이트백의 적극적인 공격 지원을 펼치면, 박용우는 후방빌드업과 수비 커버에 초점을 더 맞춰 밸런스 유지에 힘을 보태게 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부상으로 전력 누수 고민을 안았다. 대회 초반 사이드백 자원들이 잇따라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설영우 시프트'로 해결책을 마련했다. 설영우가 라이트백에서 레프트백으로 변신했고, 김태환이 라이트백으로 뛰면서 균형을 맞췄다. 조별리그에서 수비가 흔들리며 실점을 많이 내주자, 토너먼트 들어서 스리백과 라볼피아나 등을 활용하면서 적절한 대응을 해냈다. 멀티 플레이어들이 꽤 많아 전형 및 전술 탄력도가 좋다는 점이 클린스만호 좋은 성적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클린스만호가 호주전에 가동한 4-2-3-1 전형(위), 클린스만호는 후반전 중반 '박용우 라볼피아나'를 활용하며 후방 빌드업을 할 때는 3-4-3 전형으로 변화를 꾀했다(중간), 박용우(아래). 그래픽=심재희 기자, 사진=게티이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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