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총리에 사상 첫 '아일랜드 민족주의자' 임명

권영은 2024. 2. 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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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 신임 총리에 사상 최초로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인 미셸 오닐(47) 신페인당 부대표가 임명됐다.

과거 아일랜드의 독립을 주장하며 분리주의 무력투쟁을 벌이던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정치조직으로 출발한 신페인당 출신 총리 탄생은 북아일랜드 역사상 중대한 정치 지각 변동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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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집안 출신' 신페인당 부대표 미셸 오닐 
벨파스트 협정 후 정치 입문… 평화 강조
북아일랜드 신임 총리로 임명된 미셸 오닐 신페인당 부대표가 3일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의 의회 건물에서 걸어 내려오고 있다. 벨파스트=AP

북아일랜드 신임 총리에 사상 최초로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인 미셸 오닐(47) 신페인당 부대표가 임명됐다. 과거 아일랜드의 독립을 주장하며 분리주의 무력투쟁을 벌이던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정치조직으로 출발한 신페인당 출신 총리 탄생은 북아일랜드 역사상 중대한 정치 지각 변동으로 평가된다.


2년 만에 연정 구성 파행 매듭… "역사적인 날"

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오닐 신임 총리는 이날 총리직 수락 연설에서 "오늘은 새로운 새벽을 맞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나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섬기고 (북아일랜드 시민) 모두를 위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임명은 예견된 일이었다. 아일랜드 통합을 지향하는 신페인당이 2022년 5월 치러진 자치의회 선거에서 득표율 29%를 기록하고 사상 처음으로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총리 지명 권한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친영 성향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후 본토와의 사이에 무역장벽이 생긴 데 불만을 품고 연립정부 구성을 거부하면서 자치의회 및 행정부 출범이 계속 지연돼 왔다.

북아일랜드 영유권을 둘러싼 유혈 사태를 종식하고 현재의 평화 체제를 구축한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과 연방주의 정당이 함께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그러다 최근에야 DUP가 영국 중앙 정부와 무역에 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에 합의, 연정 복귀를 선언하면서 2년 만에 자치정부 공백 사태가 마무리될 길을 열었다.


오닐 총리는 누구? 벨파스트 협정 이후 정치 입문

오닐 총리는 벨파스트 협정 이후 정치에 입문한 첫 세대다. 그의 아버지 브랜던 도리스는 IRA의 일원으로 수감된 전력도 있다. 오닐 총리의 사촌인 토니 도리스도 IRA 일원으로 1991년 영국 공군특수부대(SAS)에 의해 살해됐다.

배경부터 민족주의자이지만 그는 무장 투쟁 대신 평화를 강조해왔다.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했을 때 그는 조의를 표했으며, 찰스 3세 대관식에도 참석했다. 이 같은 행보는 신페인이 IRA의 정치 조직이었던 과거에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AFP는 전했다.

오닐이 표방한 좌파 자유주의와 정치 스타일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인 직장과 주택 부족 등에 시달리는 젊은 층의 지지를 얻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오닐이 이끄는 신페인당은 통일된 아일랜드라는 공화주의적 열망을 내세우는 대신 브렉시트 충격 후 급등한 물가에 대응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정책을 강조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두 자녀의 어머니인 오닐은 16세에 딸을 출산했다. 그는 자신의 단단함이 10대 때 엄마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닐은 "나는 어려움에 부닥치는 것이 무엇인지, 학교에 다니면서 집에서 아기를 키우고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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