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빴던 그와의 19시간...‘한국 1등 남자들’ 구애작전 통했나 [방영덕의 디테일]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협업을 타진한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얘기입니다.
그는 불과 지난해 11월만하더라도 AI(인공지능) 반도체 자체 생산 계획을 무리하게 밀어부친 탓에 오픈AI CEO 자리에서 축출됐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다시 이사회로부터 재신임을 얻은 그의 행보는 이제 거침없어 보입니다.
‘AI 반도체 동맹’을 꿈꾸는 올트먼은 글로벌 메모리 강국인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누구의 손을 잡을까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역사에서 어쩌면 중요한 순간으로 기록될지 모를 2024년 1월 26일. 올트먼이 한국에 머무른 19시간을 재구성해보았습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을 모두 갖춘 곳입니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시설이죠.
그래서인지 평택 캠퍼스는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찾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올트먼 역시 이 곳에서 삼성의 반도체 역량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을 겁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이 평택 캠퍼스에서 직접 올트먼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호텔로 들어서는 최 회장을 목격한 이들에 따르면 최 회장은 봉투에 미처 담지 못한 서류를 들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동하는 중에도 올트먼과의 협업 부분을 꼼꼼히 점검한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데요. SK그룹의 주요 사업과 AI와의 관련이 깊다보니 최 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올트먼을 만났습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반도체에 필수 부품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선두주자입니다.
올트먼은 이후 저녁에 삼성 서초사옥을 방문해 삼성전자 경영진과 저녁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루에 2번 삼성전자와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 후 올트먼은 출국했습니다.
실제 전세계에 불어닥친 AI 열풍 탓에 AI반도체가 품귀 현상을 빚자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생산이란 카드를 꺼내들고 있습니다. 올트먼이 이끄는 오픈AI도 그 중 한 곳입니다.
오픈 AI는 올해 거대언어모델(LLM)인 GPT-4의 주요 업그레이드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더더욱 고가의 AI 반도체가 대량으로 필요한 상태죠.
현재 생성형 AI시장에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시장점유율 90% 이상으로 독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만의 TSMC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물량을 사실상 전량 생산 중입니다.
초거대 AI 생태계를 꿈꾸는 올트먼이 더 이상 엔비디아에 목줄 잡혀 끌려다니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픈AI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는 현재 1위 업체입니다. 그 뒤를 삼성전자가 바짝 추격중입니다. SK하이닉스(50%)와 삼성전자(40%)의 HBM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90%가 넘습니다.
물론 올트먼은 TSMC 측과도 만남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미중 반도체 갈등이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TSMC를 파트너로 맞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올트먼이 한국에 머무른 이번 19시간은 삼성과 SK만의 구애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올트먼이 꿈꾸는 AI 생태계의 비전은 물론 이를 실현시켜 줄 자금력 등을 우리 기업들도 꼼꼼히 따져봐야합니다.
삼성과 SK측 모두 “아직은 말 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AI 반도체 설계 및 생산과 관련해 오픈AI와의 협력관계가 맺어지면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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