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만에 부활한 탐사선 ‘슬림’… 日, 달기지 큰그림 다시 그려 [세계는 지금]

강구열 2024. 2. 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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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성패 뒤얽힌 우주탐사 역사
달탐사선 ‘슬림’의 드라마
세계 5번째 착륙 성공 불구 작동 멈춰
기체 기울어져 태양전지 발전 못한 탓
발전 가능해지자 탐사 임무 수행 시작
달 우주도시 건설 부푼 꿈
日, 소행성 모래 본 떠 채소 재배에 성공
2040년 100기 목표로 월면 천문대 건설
1000명 정주 ‘달 도시’ 건설 가능 예측도
“2023년 3월 7일 10시 37분 55초 H3로켓 시험기 1호를 발사했지만 2단계 엔진이 착화(着火)하지 않아…10시 51분 50초 로켓에 파괴 신호를 보냈고, 발사에 실패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작사) 홈페이지 H3로켓 특설 사이트는 이런 ‘실패의 기억’으로 시작된다. 우주탐사를 위해 개발 중인 새로운 주력 로켓인 H3 발사 실패는 화성 탐사 계획의 연기로 이어지는 등 우주를 향한 일본의 도전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

작사는 H3 시험기 2호 발사를 이번 달 다시 예정하고 있다. NHK방송이 “올해는 연초부터 우주를 향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한 사례 중의 하나다.

일본의 우주탐사 도전은 여느 나라처럼 성공과 실패가 뒤엉켜 있다. 이를 극적인 드라마처럼 보여준 것이 탐사선 ‘슬림’(SLIM)의 달착륙이었다. 슬림의 성공으로 중대한 진전을 본 일본은 장기적으로는 달기지를 건설해 더 먼 우주로 나아가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23년 7월 달탐사선 슬림을 탑재한 일본의 H2A로켓이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다네가시마=AFP연합뉴스
◆“아슬아슬한 합격”, 뒤엉킨 성패

지난달 20일 열린 작사 기자회견. 슬림의 달착륙 성공을 알리는 자리였지만 참석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합격 60점”이라는 야마카와 히로시(山川宏) 이사장의 냉정한 평가가 이날 회견 분위기를 웅변했다.

소련,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5번째로 달착륙을 성공시킨 건 분명 큰 성과였지만 슬림의 기체가 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태양전지 발전이 불가능해져 작동을 멈춘 게 문제였다.

달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애초 계획한 탐사는 불가능해진 듯 보였던 슬림은 29일 지상과의 통신을 재개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태양광이 태양전지와 닿게 되면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던 것이 현실화된 것이다. 슬림은 촬영한 달 표면의 사진을 보내며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불과 9일 사이에 슬림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이어진 우주탐사 성패는 반복적으로 이어져 왔다. 슬림에 앞선 두 번의 일본 달착륙 시도는 모두 실패하며 좌절감을 안겼다. 2022년 11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아르테미스 1호 우주발사시스템(SLS)에 탑재돼 달로 향한 탐사선 ‘오모테나시’는 착륙을 포기해야 했다. 태양전지 패널이 빛을 받지 않는 쪽을 향하고 있어 배터리가 부족했고, 결국 궤도 진입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민간회사로는 세계 처음으로 아이스페이스(i-space)가 같은 시도를 했지만, 고도측정 오류로 달에 충돌하는 것으로 끝났다.

H3로켓 발사 실패는 화성탐사 계획의 연기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일본 내각부는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Phobos)에서 토양을 채취해 돌아오는 ‘MMX’(Martian Moons Exploration·화성의 위성 탐사) 발사를 애초 계획했던 올해가 아닌 2026년으로 2년 연기했다. H3로켓 발사가 실패하면서 탐사선을 우주로 실어 보낼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소행성에서 모래를 갖고 돌아온 ‘하야부사2’는 일본이 자랑하는 성공 사례다. 2014년 12월 작사와 미쓰비시중공업이 공동개발한 H2A로켓에 실려 발사된 하야부사2는 지구에서 약 3억4000㎞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서 채취한 모래를 담은 캡슐을 2020년 7월 지구로 운반하는 데 성공했다. 류구 모래에서는 물방울, 유기물이 확인돼 지구의 물과 생명이 지구 밖에서 유래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년 후에 1000명 거주 우주 도시(?)

지난해 12월 오카야마현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오카야마대 연구팀은 ‘월면(月面·달 표면)농장’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류구 모래에서 나온 성분을 본떠 만든 토양, 물을 사용해 메밀 등 식량이 되는 채소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우주에서 식량을 재배할 수 있다면 사람의 우주 거주 현실화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것도 버거운 현재 상황에서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인류의 우주 정주(定住)는 장기적인 목표이고 관련 연구,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극지방에서 얼음 상태의 물이 확인된 달은 정주지로서뿐만 아니라 우주개발 거점의 유력한 후보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국립천문대, 작사 등이 우주의 기원을 밝히고 인류가 살 수 있는 또 다른 행성을 찾는 데 공헌할 수 있는 월면 천문대 건설을 진행 중이다. 2028∼2030년으로 계획하고 있는 안테나 2기 발사는 실현 여부를 점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30년대에는 10기 이상을 달 표면에 설치하고 2040년대에는 100기 이상으로 늘려 관측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가 개발한 달탐사선 슬림의 비행 모습을 묘사한 개념도. 슬림은 지난 1월 20일 달착륙을 시도해 세계에서 5번째로 성공했다. 사진=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제공
인류의 달 거주를 목표로 하는 미국 주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이다. 일본은 달에 보낼 우주비행사 중 적어도 2명을 일본인으로 한다는 데 미국과 합의했다. 닛케이는 “(달에서의) 수자원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40년대에는 1000명 규모의 월면 도시가 탄생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경제활동도 달에서 본격화된다. 일본에서는 정부, 학계, 산업계가 협력해 월면 산업 비전 협의회를 설립해 다른 나라보다 앞서 대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쿄이과대학에서는 길이 8m, 폭 5m, 높이 2.5m 크기의 비닐하우스 모양 건물을 만들어 달에서 거주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연구 중이다. 아사히신문은 “달에서 사용하려면 건물 안팎의 기압 차에 견디는 소재로 바꾸는 등의 연구가 필요하다”며 ”시미즈건설을 비롯한 민간기업과 함께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건물을 짓거나 자원을 회수하는 데 사용할 중장비를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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