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뱅 챔피언 짝꿍' 김예은-최혜미, '서로 당구인생 바뀐다면'[인터뷰上]
[고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팀리그 일정을 모두 마친 2023~2024 여자 프로당구가 시즌 8번째 정규투어인 웰컴저축은행 웰뱅 LPBA 챔피언십을 4일 열었다. 단 한 명의 챔피언을 향한 토너먼트가 다시 시작된 것.
'어제의 팀리그 동료'이자 '오늘의 경쟁자'가 된 김예은(24‧웰컴저축은행)과 최혜미(29‧웰컴저축은행)는 모기업의 이름이 걸린 대회에서 왕좌를 되찾겠다는 마음이다. '최연소'와 '최초'의 이름을 달고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는 두 선수는 5일 열리는 64강전을 시작으로 새로운 여정에 임한다.
김예은과 최혜미는 시즌 내내 한 팀에서 동고동락한 사이답게 매끄러운 '티키타카'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두 선수이기에 다양한 주제 속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스포츠한국은 투어 개최 전 최혜미가 상주하는 경기도 고양의 당구클럽에서 두 선수를 만나 나눈 당구 이야기 기사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웰뱅 챔피언 짝꿍' 김예은-최혜미, '서로 당구인생 바뀐다면'[인터뷰上]
팀리그 아쉬움 딛고 '챔피언' 되찾으러, '당구 진심러' 최혜미-김예은[인터뷰下]
▶'조기교육' 김예은-'아르바이트로 입문' 최혜미, 만약 반대였다면
두 선수가 LPBA 우승을 차지했었다는 사실은 같지만, 당구 인생의 시작은 완전히 달랐다. 김예은은 PBA 초창기 드림투어에서 활약한 경력이 있는 아버지 김진수의 권유로 중학교 때부터 당구를 배웠다. 반면 최혜미는 성인이 된 후 당구장 아르바이트로 당구와 처음 만났다.
만약 두 선수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김예은은 "혜미 언니처럼 성인이 된 후 일하다가 우연히 당구를 시작했다면 취미까지였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혜미는 과거의 꿈도 소환했다. 그는 "아버지가 당구만 시키셨다면 그쪽으로 진로를 정할 확률은 50% 정도일 것이다. 당구를 하기 전에도 유도, 사격, 축구, 배드민턴 등 주로 운동을 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배드민턴을 하다가 흥미를 잃었을 때는 잔머리를 굴려 아버지께 '유도부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으니 유도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인이 된 후 당구장 아르바이트로 당구를 처음 접하게 됐는데, 사실 처음에는 당구 선수보다는 당구장 사장님이 되고 싶었다(웃음). 당구대를 설치하고 운영만 잘하면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이기에 시행착오가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 이후에는 사장님의 꿈을 접고 당구 연습에 전념하다가 재미를 붙여서 선수의 길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혜미의 말을 경청하던 김예은은 "언니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다가 당구를 접한 경우가 부럽기도 하다. 아버지는 당구를 그만두면 아무것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너 당구 칠래, 공부 할래'라고 물어보셔서 더 재밌을 듯한 당구를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큐도 제일 좋은 걸로 사 주시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셨다. 하지만 당구가 어린 나이에 직업으로 다가오니 점점 흥미를 잃게 되더라. 당구를 그만두려고 가출까지 했지만, 아버지도 완강하셨다. 정작 성인이 된 후에는 풀어주셨는데, 그때는 사회에서 당구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이 밀려오더라. 그 시점에 LPBA 첫 우승을 이뤘던 게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며 과거 겪었던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프로당구선수' 김예은-최혜미를 만든 시간들
결국 김예은에게는 아버지, 최혜미에게는 당구장 손님들이 '첫 연습상대'가 됐다. 두 선수는 당시의 경험이 현재 프로선수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예은은 "아버지가 내게 당구를 본격적으로 가르치실 때 당구장을 닫고 테이블 4대 규모의 아카데미를 여셨다. 당시 당구장에서 흡연이 빈번하게 이뤄져 미성년자인 내게 좋지 않다고 판단하신 거다. 아버지는 냉정하게 실력으로 정상급은 아니었지만 당구를 정말 좋아하셨고, 이과 출신이라 그런지 큐의 각도, 쿠션과 공의 성질을 세심하게 연구해 코칭에 접목시켰다. 그 점이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김예은이 아버지의 코칭에 적응해나갔던 반면, 최혜미는 거친 야생에서 살아남았다. 그는 "당구장을 찾는 손님들과 연습하며 정신력 측면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한번은 옆 테이블 손님이 큐를 들고 뒤로 걷다 본의 아니게 내 얼굴을 찌를 뻔한 아찔한 적도 있었다. 봐주는 것 아니냐는 등 '트래시 토크'를 듣는 순간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런 경험 덕에 프로 무대에 와서 실수를 해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표정의 변화를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여자 프로당구 챔피언을 지냈던 선수들답게 쉬는 날에도 당구를 떼 놓을 수 없었다.
김예은은 "쉬는 날이라고 해서 당구 연습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다. 최소 2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 연습한다. 또한 신정주, 임성균 등 또래 선수들과의 모임에서 단식이나 복식으로 연습 경기를 한다. 남자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배우는 점도 많고, 당구로 밥, 설거지 내기 등을 하다보니 웃고 떠들다가도 순간적으로 집중하는 법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됐다"며 노하우를 전했다.
최혜미는 "개인 연습보다는 경기를 주로 한다. 정말 안 풀리는 공만 20분 정도 짧게 연습한다. 해당 공을 어떻게 쳤을 때 득점이 이뤄지는지를 파악하고, 10번 쳐서 10번 그대로 오면 그 느낌을 완전히 기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연소vs동호인 최초', LPBA 챔피언들의 '티키타카'
두 선수의 챔피언 타이틀 앞에 붙는 별명 역시 엄청나다. 김예은은 2015년 제1회 안양시장배 한국여자쿠션마스터즈 대회에서 16세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연소 우승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듬해 열린 제4회 국토정중앙배 2016 전국당구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하며 천재 당구소녀로 이름을 날렸다.
김예은은 이후 LPBA 통산 우승 2회에 빛나는 프로선수가 됐다. 심지어 데뷔 2년차인 2020~2021시즌 첫 번째 개인 투어에서 기존 23세의 이미래를 제치고 당시 22세의 나이로 LPBA 최연소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현재도 유지 중이다.
최혜미는 지난해 11월 열린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공교롭게도 김예은을 꺾고 커리어 첫 LPBA 왕좌에 올랐다. 2019년 프로당구 출범 당시 여성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연 LPBA 오픈챌린지에서 7.3 대 1의 경쟁률 뚫고 프로당구선수로 데뷔한 최혜미는 이 우승으로 '동호인 출신 최초'의 프로당구 챔피언십 우승자가 됐다.
그렇다면 각자의 우승을 수식하는 '최연소'와 '최초'라는 칭호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두 선수의 반응은 어땠을까.
최혜미는 "'최초'는 영원하지만 '최연소' 기록은 깨질 수 있다. 학생 선수들 중에도 실력이 상당한 강자들이 많기 때문(웃음)"이라며 친한 김예은을 재치 있게 도발했다.
그러자 김예은은 "좋다. 지난해 LPBA 투어 결승전에서 혜미 언니에게 진 후 서로 크게 싸웠다고 기사에 적어달라"고 장난스럽게 말해 최혜미의 웃음을 터뜨렸다.
-2편 팀리그 아쉬움 딛고 '챔피언' 되찾으러, '당구 진심러' 최혜미-김예은[인터뷰下]에서 계속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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