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폐기물 사절”에도… 감시망 피해 매년 수만t 몰려 [이슈 속으로]
2018년 중국 폐기물 수입 금지 여파
원산지 위장 위해 경유국 거쳐 반입
해양 플라스틱 최다국가 90%가 아시아
필리핀, 폐기물 연 35만t씩 강서 바다로
인도네시아, 하천 59%가 ‘심한 오염’
소포장 제품 의존 ‘봉지 경제’ 한 몫
인도, 갠지스 대대적 수질정화사업
2014년부터 총 5조2800억원 투입
‘노상 배변 천국’ 오명 씻어내기 총력
필리핀 환경운동가들이 2018년 11월 현지에서 한국의 쓰레기 처리 문제를 지적하는 시위를 벌였다. 수개월 전 한국 폐기물 처리업체가 약 1만5000t의 쓰레기를 ‘재활용 폐기물’로 속여 필리핀에 불법 수출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폐기물 처리 규제의 허점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국제적 망신을 당하자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이를 전량 회수키로 하고 2020년까지 3년간 수차례에 걸쳐 쓰레기를 가져왔다.
◆쓰레기로 고통받는 동남아시아
필리핀은 2019년 시행된 폐기물 수입 금지법에 따라 재활용 쓰레기를 포함한 모든 폐기물에 대한 수입을 금지했다. 여전히 감시망을 피해 매년 수만t의 쓰레기가 필리핀과 인근 동남아 국가로 모여들고 있다.
불법 쓰레기 투기에 이어 빈곤층이 소포장 제품에 의존하는 생활 습관도 문제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세계 해양폐기물의 약 80%는 하천 등 지상으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바다에 모인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매립되는 쓰레기를 줄여야 해양 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갠지스강 살리기’에 사활 건 인도
동남아의 강이 쓰레기로 고통받는 동안 인도 갠지스강에선 인류 위생학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질정화사업이 진행 중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지휘하에 인도 정부는 14억 인도인이 신성시하는 갠지스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2014년부터 ‘나마미 갠지스(갠지스강에 대한 순종)’ 프로그램에 3280억루피(약 5조2800억원)를 투입했다. 여기에는 170개 이상의 새 하수시설과 대서양을 건널 수 있는 길이인 5211㎞에 달하는 하수관 건설이 포함된다.
문제는 새로 생긴 화장실을 처리할 하수시설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도시 하수 대부분은 공공 하수로를 통해 바로 갠지스강으로 방류됐고, 이곳에서 힌두교 신자들이 일상적으로 몸을 씻거나 심지어는 강물을 마셨다.
인도는 새로 지어진 하수 시스템에 대한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시민들에게 강과 배수구를 노상 배변이나 쓰레기로 오염시키지 말라는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쓰레기의 땅(Wasteland)’ 저자 올리버 프랭클린 월리스는 지난달 와이어드에 실은 기고문에서 인도가 겪고 있는 문제는 지난 20년간 중국이, 그리고 수십 년 전에는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겪은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갠지스강 정화 사업은 인도에서 실용적이거나 정치적인 문제 이상으로 도덕적인 문제”라며 “수억명의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강조차 정화하지 못한다면 나머지 인류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냐”고 말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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