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유럽…농민·반전·기후시위에 독일선 20만명이 "反극우"
네덜란드 환경시위대 1천명 체포…영국선 수만명 가자 휴전 행진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주말을 맞아 독일, 영국, 이탈리아, 그리스, 네덜란드 등 유럽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다.
각지의 농민들은 지원확대를 촉구하며 이날도 트랙터를 몰고 거리로 나섰으며, 독일에서는 극우세력 확대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컸다.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나 기후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도 이어졌다.
3일(현지시간) DPA,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독일에서는 20만명 이상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규탄하며 거리로 나왔다.
반이민 정서를 타고 세력을 넓혀 온 AfD는 최근 당원들이 극단주의자들과 함께 이주민 수백만 명을 독일에서 추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경찰 추산으로 베를린 국회의사당 앞 집회에서만 15만명이 모였고, 프라이부르크(3만명), 아우크스부르크(2만5천명), 크레펠트(1만명) 등에서도 반극우 집회가 잇따랐다.
시위를 주최한 시민사회단체 연합체 '핸드 인 핸드'는 의사당 앞 무대 위에서 "우리는 인간 방화벽"이라고 외쳤고, 시위대는 서로의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들었다.
독일 여권을 가진 튀르키예 난민 출신 교사인 세르칸 빙괼은 집회 현장에서 "우리는 모범을 보이고 싶고 차별에 반대한다"며 "독일에는 다양성이 있는 사회가 계속 존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번 주말에 계획된 반극우 집회에 대해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와 독일 기본법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라면서 지지를 표시했다.
농업용 경유 면세 유지 등 농업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유럽의 농민시위도 이어졌다.
독일 농민 수백명은 프랑크푸르트 공항 주변에 트랙터 400여대를 집결시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항공 연료는 면세가 계속 유지되는 것과 달리, 농업용 경유 면세 적용이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고 지적했다.
함부르크에서는 시위 보도에 불만을 품은 농민 60여명이 지역 신문사의 신문배급센터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농민들은 로마 집결 시위를 준비하면서 로마에서 북쪽으로 차로 1시간 거리인 오르테에 트랙터 150대를 몰고 왔다.
시위대는 "역사상 처음으로 농부들이 같은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쳤다"면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리스 농민 2천여명도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테살로니키에 모여 농업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그리스는 유류 특별소비세 환급 조치와 농어촌 전기료 할인 혜택 종료 시점을 5월에서 9월로 연장했으나 농민단체들은 사소한 조치에 그쳤다며 시위 확대를 검토 중이다.
영국에서는 런던과 에든버러를 중심으로 가자지구에서의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는 행진 시위가 있었다.
유엔 국제사법재판소가 지난달 26일 이스라엘에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방지하고 가자지구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할 조처를 하라고 명령한 이후 영국에서 처음 열린 이날 시위에는 수만명이 동참했다.
런던 시위대는 "살인을 중단하라", "어린이를 자유롭게 하라",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이스라엘 보이콧" 등의 구호를 내걸었다.
일부 유대인 단체들도 "네타냐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끄럽다, 부끄럽다, 우리의 이름으로 (전쟁을) 하지 말라"고 외쳤다.
이스라엘 현지에서도 이날 수천명이 나와 인질 석방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카이사레아 지역에 있는 네타냐후 총리 사저 앞에 모인 시위대는 총리 퇴진을 주장했고, 텔아비브에 모인 시위대는 즉각적인 선거를 통한 내각 교체를 요구했다.
네덜란드에서는 화석연료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에 항의하는 환경단체가 의회와 주요 정부 부처에 가까운 헤이그 주변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환경단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의 시위에 가담한 1천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의회는 2022년 화석 연료 산업에 대한 규모의 보조금을 점진적으로 없애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요청했으나, 관련 정책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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