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 먹고살기 힘들다, 상상초월 불륜 비즈니스 'LTNS'
*해당 기사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참 먹고살기 힘들다", 드라마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이미 부부의 불륜 커플 추적기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팍팍한 현실 속 이솜, 안재홍의 생존기 'LTNS'다.
'LTNS'는 짠한 현실에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 우진(이솜)과 사무엘(안재홍)이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으며 일어나는 예측불허 고자극 불륜 추적 활극을 그린 드라마다.
우진(이솜)과 임박사무엘(안재홍)은 집 대출금에 허덕이는 평범한 소시민 부부다. 집값은 나날이 내려가고, 설상가상 사무엘의 택시는 침수돼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치 않게 사무엘의 친구 정수(이학주)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 이를 폭로하려던 우진의 입을 막기 위해, 정수는 거액의 돈을 제시한다.
"돈은 원래 이렇게 더럽게 버는 것"이라는 정수의 비난에, 부부는 불륜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진이 호텔리어로 근무하며 불륜으로 의심되는 커플을 적은 노트도 있겠다, 새 차도 뽑았겠다. 부부는 비즈니스 파트너, 본격적인 공갈 협박단이 된다.
엄연한 범죄지만,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불륜과의 전쟁을 선포한 두 사람. 그러나 협박은 마냥 순탄하지 않았다. 가난한 사내 불륜 커플, 노년 불륜 커플, 동성애 불륜 커플까지. 이들을 협박하고 돈을 뜯어내는 것에 대해 윤리와 가난이 충돌하며 딜레마를 만든다.
협박 한 번에 수 천만 원의 거액을 거머쥐며, 행복할 것 같았던 이들의 결말은 파국이다. 먹고살기 위해 불륜 커플을 쫓던 부부는, 모종의 계기로 서로가 외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진은 과거 부부싸움 중 가출해 전남친 기석(류덕환)과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고, 사무엘은 옆집 여자 민수(옥자연)와 함께 집안 청소를 하며 정신적 교류를 해온 사이였다.
섹스리스 부부로 시작해, 불륜 커플을 추적하며 점차 관계를 개선해 오던 두 사람은 이혼이라는 충격적 결말을 맞는다. 6화에선 부부의 내면을 대변하듯,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집안에서 날 선 부부싸움을 벌인다. 서로의 치부를 들추며 수위 높은 대사도 서슴지 않는다.
부부싸움을 하던 중 집안 창문을 깨고 날아온 돌은 부부의 행위에 대한 인과응보를 의미하는 듯 보인다. 우진의 대사처럼 '먹고살다 보니' 시작된 불륜 추적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은 셈.
이솜과 안재홍이 두 작품 모두 출연한 'LTNS'와 '소공녀'는 서로의 멀티버스 세계관을 상상하게 만든다. 돈이 없어 사랑을 나누지도 못했지만 서로 애틋하기 그지없던 '소공녀' 이솜과 안재홍. 'LTNS'에선 상극이 되어버린다. 홈리스(소공녀)와 하우스푸어(LTNS)라는 이솜의 처지가 묘한 기시감을 주고, 가난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려는 태도는 상상력에 힘을 싣는다.
'LTNS'는 자극적 대사와 장면이 난무하는 19금의 외피를 한꺼풀 벗기면 가난과 격렬히 투쟁하는 부부의 남모를 속살을 엿볼 수 있다. 사랑을 나누려 옷을 벗다가도 보일러 킬 돈이 없어 "봄에 하자"고 다시 옷깃을 여미던 '소공녀' 속 이솜과 안재홍의 모습이 'LTNS'에선 다른 양상으로 재현된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마음의 병을 얻고 퇴사 후 택시기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무엘. 3성급 호텔에서 박봉을 받고 근근히 일하는 우진. 섹스는 현실에 쫓겨 후순위로 밀려났을 것이고 부부로서 서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을 것이다.
불륜 커플을 협박하다가 흠씬 두들겨 맞고 이빨까지 뽑힌 사무엘은 끝내 거액을 벌자 "내가 살아있는 것 같다"며 희열을 느낀다. 범죄는 부부에게 찌든 현실을 탈출하는 듯한 해방감을 안겼고, 금전적 여유를 제공함으로써 부부가 섹스리스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씩 만들어준다. 시청자들이 이들을 비난하기보다는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혼 후 다시 만나 화해한 사무엘과 우진은 다시 불타올라 함께 밤을 보낸다. 부부로서 함께 공유하는 현실인 '집값'과 '서로에 대한 의무감'으로 단단히 묶여있던 두 사람. 이혼 도장을 찍은 두 사람 앞에는 어떤 현실도 막지 못했다. '롱 타임 노 씨'가 'LTNS'의 진짜 해피엔딩이었다.
iMBC 백승훈 | 사진제공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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