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 이젠 그만 마셔요”…식물 닮은 ‘완벽 성능’ 정수기 등장
정화력 100%…오염수 인한 질병 방지 기대
흙탕물은 물론 미세 플라스틱까지 100% 걸러낼 수 있는 휴대용 소형 정수기가 등장했다. 이 정수기는 자연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의 몸통 구조를 이용해 만들었다. 정수 시스템이 부족해 더러운 물을 그대로 마시다 질병에 노출되는 개발도상국 국민을 보호할 새 기술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걸러 마실 수 있는 휴대용 소형 정수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정수기의 작동 구조는 단순하다. 우선 더러운 물을 주사기에 잔뜩 빨아들인다. 그 뒤 식물의 세포벽 성분인 ‘셀룰로오스’로 만들어진 얇은 막, 즉 필터를 향해 주사기의 피스톤을 내리 누르면 된다. 필터를 통과한 주사기 속 물은 식수로 거뜬히 쓸 수 있을 만큼 깨끗한 물이 된다.
더러운 물이 정화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물이 통과하는 필터는 젤리처럼 말랑말랑한데, 여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구멍이 수없이 뚫려 있다. 이 작은 구멍이 깨끗한 물은 내보내고, 더러운 알갱이는 잡아내는 ‘체’ 구실을 한다.
연구진은 대학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새롭게 개발한 휴대용 정수기로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상 입자를 100% 잡아냈다”고 밝혔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걸러내는 수준이다. 흙탕물은 물론 미세 플라스틱이 섞인 물까지도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
기존에도 특수 종이 등을 사용하는 휴대용 정수기는 있었지만, 10㎚짜리 오염물질이나 불순물을 최대 80% 걸러내는 데 그쳤다. 연구진이 개발한 셀룰로오스 기반의 정수기가 훨씬 우수한 능력을 보인 것이다.
연구진은 필터가 식물 세포벽 성분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구체적인 생산 비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낮은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유엔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20억 명이 안전한 식수를 마시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기술이 보급되면 이들이 더러운 물을 마셔서 생기는 질병에서 벗어날 길이 열리는 셈이다.
연구진은 “전 세계에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더 큰 규모로 정수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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