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재판행 부산 중견기업 사주 일가, 경영권 다툼 내막은

주식양도·주주총회 대표이사 선임 놓고 치열한 법정 싸움
고소에 맞고소 대응하다 82억 비자금 들통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가족 간 다툼으로 비자금 문제가 불거져 재판에 나란히 서게 된 부산의 한 중견기업 삼부자는 최근 몇 년 동안 경영권 문제를 놓고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표이사 직무대행이자 사주 일가의 장남인 A씨가 회사와 누나를 상대로 낸 주주권 소송은 지난 2022년부터 시작해 올해 1월에 마무리됐다.

장남이 아버지와 남동생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주주총회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은 지난해 5월 1심 판결이 났고, 2심 선고는 이달 중 내려질 예정이다.

판결문과 취재를 종합하면 장남과 나머지 가족들의 불화가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10월이다.

창업주인 아버지로부터 2002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물려받아 오랜 기간 경영을 하던 장남 A씨가 2020년 10월 돌연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됐고, 이듬해 3월에는 회사에서 아예 퇴직 처리됐다.

장남이 물러난 대표이사직에는 차남 B씨가 선임이 됐다.

장남 A씨는 회사에서 물러났지만, 지분이 여전히 51%인 점을 들어 자기 아들과 아내를 사내이사로 넣으려고 했다.

그러자 A씨의 누나 C씨가 2015년 A씨에게 자신의 지분을 12%가량 넘겼던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여 장남 A씨의 지분은 39%에 불과하다며 주주명부를 변경해 버렸다.

이후 주주총회에서 장남의 아들과 아내를 사내이사로 넣는 안건은 부결됐고, 차남의 배우자와 엄마를 사내이사로 하는 안건은 가결되며 장남 외 가족들이 경영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이후 2022년 5월에는 일선에서 물러났던 아버지까지 복귀해 차남과 함께 대표이사로 중임됐다.

장남은 이에 대한 반격으로 법정 다툼을 벌였다.

2015년 누나에게 사들인 지분은 유효하다고 주장했고 1심과 항소심, 대법원은 장남의 손을 들어줬다.

아버지와 차남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주주총회 취소를 다투는 소송에서도 지난해 1심이 장남의 주장이 맞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아버지와 차남은 직무가 정지됐고, 장남이 직무대행으로 다시 대표이사에 오르게 됐다.

법원 판단이 장남에게 유리하게 흘러가자 나머지 가족들은 회사 명의를 앞세워 경찰 수사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장남은 이에 1년 넘게 검경의 수사를 받다가 82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장남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차남도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고 보고 삼부자를 나란히 기소했다.

이들 사주 일가의 비자금 문제는 지역 사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일부가 금융기관 직원이나 공무원에게 뿌려진 정황을 포착하고 용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 수수자와 관련한 혐의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엄정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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