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살림 못 바꿔요”…삼성·LG, 4분기 TV·가전 동반 적자

경쟁 심화에 비용 늘며 수익성 악화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강남구 삼성스토어 대치점에서 ‘네오 QLED 8K’ TV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TV·가전 사업에서 동반 적자를 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에 영업손실 500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두 사업부의 4분기 매출도 14조26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TV 사업을 하는 VD 사업부는 전반적인 TV 시장 수요 정체와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삼성전자는 연말 성수기를 맞아 고부가 TV 중심으로 판매 구조를 개선했으나,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져 수요는 전년 대비 감소했다.

생활가전은 시스템에어컨 위주로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 성장하고 비스포크 프리미엄 중심으로 제품 믹스를 개선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수요 역성장 속에 경쟁이 심화하면서 실적은 둔화했다.

LG전자에서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지난해 처음 연간 매출 30조 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도 2조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76% 이상 늘어나는 등 선전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손실 115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및 직전 분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소비 수요가 큰 ‘볼륨존’ 공략 강화, 가전 구독 등 신규 사업 영역 확대 등에 힘입어 분기 매출은 6조674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소폭(4.5%) 증가했다.

그러나 글로벌 가전 시장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와 연말 성과급 반영 영향에 수익성이 악화했다.

TV 사업을 하는 HE사업본부도 지난해 4분기에 영업손실 722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2022년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이후 1년 만이다. 분기 매출도 프리미엄 TV 수요 부진 여파로 전년 동기보다 7.4% 감소한 4조1579억 원을 기록했다.

2024013001039907301001_b 조주완 LG전자 사장. LG전자 제공

경기 침체로 TV도 저가 제품 선호가 뚜렷해지면서 고가 프리미엄 제품인 OLED TV가 주력인 LG전자가 받은 타격이 컸다.

올해도 글로벌 경기 부진과 국제 정세 불안 등에 TV와 가전 시장에 불확실성이 크고 경쟁도 계속 심화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TV의 경우 올해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져도 파리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어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완만하게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한편, 각각 자사 스마트 TV 운영체제(OS)인 타이젠과 웹OS(webOS) 기반 플랫폼 사업 확대에도 힘쓸 계획이다.

최근 삼성전자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노경래 VD사업부 상무는 "프리미엄 및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제품 혁신과 라인업 다변화로 다양한 수요를 공략하고, 차세대 인공지능(AI) 프로세서와 타이젠 OS를 바탕으로 일상 속 초연결 경험과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 혁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 역시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시장 경쟁도 치열한 가운데 최근 성장세가 탄탄한 B2B 사업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시스템에어컨을 중심으로, LG전자는 냉난방공조(HVAC)와 빌트인 제품을 중심으로 각각 B2B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LG전자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김이권 H&A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시장 수요 변화에 맞춰 프리미엄과 볼륨존의 ‘투트랙’ 전략을 실행해 왔으며, 이후에도 시장 상황과 경쟁 변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