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통쾌! 황희찬 페널티킥, 명물 중 명물인 이유

김세훈 기자 2024. 2. 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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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이 지난 30일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부차기에서 네번째 키커로 나서 오른쪽 골문 위쪽 구석으로 강한 킥을 때리고 있다. 골키퍼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연합뉴스



골키퍼와 1대1로 페널티킥을 차는 장면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좀처럼 떨지 않은 강심장, 온 힘으로 때리는 대포알 슈팅, 그러면서도 톱 코너에 꽂는 정확성까지. 황희찬(28·울버햄프턴)의 페널티킥은 두려움도, 거침도 없다.

황희찬은 현재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두 차례 페널티킥(승부차기 포함)을 찼다.

황희찬은 지난 3일 호주와 8강전에서 후반 인저리 타임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실축하면 한국이 패하는 벼랑 끝 상황. 키커로 나서는 걸 꺼릴 법도 하지만 황희찬은 주저하지 않았다. 황희찬은 왼쪽 골대 위쪽 구석을 향해 강력한 오른발 킥을 때렸다. 골키퍼가 방향을 잡고 움직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황희찬 킥은 골대 위쪽 코너로 향한 반면, 골키퍼는 골대 아래쪽 코너로 몸을 날렸기 때문이다.

황희찬은 앞선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도 감탄할만한 승부차기 킥력을 뽐냈다. 한국이 승부차기 3-2으로 앞선 상황에서 황희찬은 네 번째 키커로 나섰다. 황희찬이 킥을 넣으면 8강행이 확정된다. 실축해도 한국에게는 다음 기회가 있었기 때문인지 황희찬은 더욱 대담했다. 이번에도 황희찬의 킥은 역시 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향이 골문 오른쪽 톱 코너였다. 왼쪽으로 뛴 골키퍼는 킥을 막기는커녕 바라볼 수도 없었다.

페널티킥을 넣는 데는 몇 가지 불문율 같은 정석이 있다.

첫 번째는 “양쪽 골문 위쪽 코너로 킥을 하면 거의 100% 골이 된다”는 것이다. 골키퍼는 대부분 골대 아래쪽 구석을 향해 몸을 날리기 때문이다. 골대 아래쪽 구석은 키커가 가장 많이 킥을 차는 방향. 골키퍼로서는 기본적으로 그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황희찬은 두 차례 킥을 모두 톱 코너로 찼다. 지면 위를 스치는 움직인 골키퍼가 절대 막아낼 수 없는 위치다.

opta가 분석한 1982~2018년 월드컵 승부차기 현황. 황희찬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찬 두차례 페널티킥은 양쪽 골문 위쪽 구석으로 강하게 들어가 골키퍼도 손을 쓸 수 없었다.



1982년 월드컵부터 2018년 월드컵까지 총 10차례 월드컵에서 나온 페널티킥을 분석해봐도 톱 코너로 정확하게 찬 킥은 거의 100% 골이 됐다. 이걸 키커가 알고도 이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곳으로 킥을 정확하면서도 강하게 찰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황희찬의 킥이 대단한 이유다.

두 번째 정석은 75% 힘으로 차는 페널티킥의 성공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IJPAS(International Journal of Performance Analysis in Sport)가 월드컵과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나온 페널티킥을 분석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75% 힘으로 찬 킥의 성공률이 가장 높은 81%였다. 50% 힘으로 찬 킥은 47%, 100% 힘으로 찬 킥은 63%에 각각 머물렀다. 황희찬이 때린 킥은 100% 가깝다. 골문 톱 코너로 향하는 강력하면서도 정확한 킥은 보기 드문 명물이다.

마지막 정석은 오른발잡이 키커는 대부분 왼쪽 골문으로 주로 킥을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오른발잡이가 정확한 인프런트로 차면서도 킥에 상당한 힘을 실으려면 왼쪽 코너로 차야 하기 때문이다. 노스웨스턴스포츠애널리스틱스그룹이 2018년월드컵까지 10차례 월드컵 승부차기 킥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왼쪽으로 향한 킥은 45.52%로 오른쪽(34.05%), 중앙(20.43%)보다 많았다. 그런데 황희찬은 왼쪽 코너로 한 번, 오른쪽 코너로 한 번 등 두 차례 페널티킥을 양쪽 톱 코너로 번갈아 찼다.

1982년~2018년 10차례 월드컵 승부차기 킥 방향(왼쪽 그림). 오른쪽 그림은 골키퍼가 킥 방향으로 몸을 날렸을 때 킥 성공률. 노스웨스턴스포츠애널리스틱스그룹



정리하면 황희찬의 페널티킥은 강한 심장, 강력한 힘, 정확한 킥력의 합작품이다. 골키퍼가 절대 막을 수도 없고, 심지어 건드릴 수도 없는 급소로 향하는 어퍼컷과 같다. 골이 되느냐, 안되느냐가 100%로 키커에 달린 킥이다. ‘황소표 대포’가 불안하면서도 통쾌하고, 과도한 듯하지만 끝내 감탄을 자아내는 이유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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