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그렇게 못하진 않았더라고요”···4년차, 이의리가 승부를 건다[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4. 2. 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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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의리가 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고 있다. 김은진 기자


이의리(22·KIA)는 지난 연말, 시즌을 돌아보았다. 이런저런 기록을 차분히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못하기만 한 시즌이 아니었다. 정신없이 시즌을 지났지만 숨을 고르고 돌아보니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의리는 지난해 참으로 희한한 시즌을 보냈다. 외줄타듯 불안한 경기를 자주 하면서도 많이 이겼고 기록도 좋았다. 28경기에 나가 11승7패 평균자책 3.96을 기록했다. 2년 연속 두자릿승수를 거뒀고 지난해 KIA의 유일한 10승 투수였다. 동시에 볼넷이 93개나 됐다. 리그 투수 중 가장 많았다. 삼진도 156개나 잡았다. 리그 전체 5위의 빼어난 기록이었다.

호주로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며칠 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이의리는 2024시즌 시작점에서 지난해 자신을 돌아본 뒤 갖게 된 새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좀 더 큰 자신감과 함께 달리기로 한 이의리의 세 가지 목표, 올해를 그 출발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커맨드 좋은 투수


이의리는 “작년 시즌 지나고 봤더니, 볼넷 많이 준 것 빼고는 내가 꽤 잘 던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하나도 안 하고 그저 너무 못한다, 창피하다는 생각만 했었다. 제구가 좀 안 좋아졌어도 무난하게 던지고 있었는데 그 제구에만 너무 신경을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구단 파견으로 정해영, 윤영철 등과 함께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단련한 동안 이의리는 새 투수코치 정재훈, 이동걸 코치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었다.

이의리는 강한 직구가 큰 강점인 투수다. 이의리는 “코치님께서 ‘너는 야구를 정말 쉽게 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더욱, 그렇게만 하면 발전하기 어렵다’고 하셨다. 나도 그러고 싶지 않다. 계속 좋은 공만 던지면서 야구 하기보다는 다양한 투구 패턴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의리의 올해 키워드는 ‘커맨드’다. 이의리는 “스트라이크를 잘 넣는 게 제구라면, 볼이 되더라도 내가 원하는 곳에 형성되도록 던질 수 있는 게 커맨드다. 지난 시즌 치르고나니 커맨드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며 “코치님께서 ‘타자가 매타석 너를 새로운 투수로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려면 내 소신을 갖고 던져야 하는데, 나는 그동안 주변의 말에 너무 신경을 썼다는 생각도 들었다. 직구를 몇 개 던지다 변화구 던졌는데 볼이 되면 ‘아, 그냥 직구 던지지’ 하는 얘기들에 계속 신경을 썼다. 이제는 내 소신을 갖겠다”고 말했다.

KIA 이의리(왼쪽)가 호주 캔버라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밝은 표정으로 훈련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한 경기 그냥 맡길 수 있는 투수


그래서 이의리는 올해 실력으로 자신의 소신과 설득력을 키우고자 한다. 이의리는 “포수 선배님한테 내가 이렇게 하고 싶다 말하려면 실력이 돼야 한다. 내 말이 설득력 있는 정도는 돼야 (포수 사인에) 고개도 저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내가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결과로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세운 목표가 ‘평균 6이닝’이다.

이의리는 데뷔후 3년 동안 규정이닝을 한 번(2022년·154이닝) 채웠다. 지난 시즌에는 28경기에서 131.2이닝에 머물렀다. 평균 5이닝을 던지지 못했다. 위기에서도 탈삼진 등으로 이닝을 끝내 실점을 크게 하지는 않지만 특정 이닝에 제구가 흔들려 볼넷이 늘고 주자를 내보내면서 이닝을 길게 끌고가지 못한 경기가 많았다. 분명 기록은 좋은데 불안감을 준 이유이기도 하다.

이의리는 “올해 정말 잘 했다고 하려면 평균 6이닝은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와 빅매치 붙었을 때 이겨주는 투수, 나가면 팀의 1승은 보장되는 투수가 돼야 한다. 작년에 그 와중에도 만족스러운 게 딱 하나 있었다. 내가 나갔을 때 팀 승률이 나쁘지 않았던 것”이라며 “요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많이 던지는 선발 투수가 줄고 있는데, 그래서 나는 오히려 많이 던지는 투수가 되고 싶다. 올해는 그런 투수로 발돋움 하는 시즌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에이스 부담, 나눠가질 수 있는 투수


이의리 눈앞에는 항상 대선배, 에이스 양현종이 있다. 프로야구 유일 9년 연속 170이닝을 던진 양현종은 “아직은 어린 이의리나 윤영철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올해도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지겠다 다짐하고 있다. 빨리 그 부담을 나눠가질 수 있는 투수가 되는 것, 올해를 그 시작점으로 만드는 것이 이의리의 목표다.

이의리는 “기회도 많이 받았지만 기대엔 많이 못 미쳤다. 이제는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현종 선배님이 잘 버텨주시지만 나도 도와야 한다. 나같은 투수가 안정돼야 중요한 경기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이제는 자신의 몫을 확실히 하는 투수가 되겠다 마음먹고 있다.

이의리는 “양현종 선배님이 실제로도 ‘부담은 나랑 (임)기영이가 가질테니 너는 즐겁게 하면 좋겠다’고 자주 얘기하신다. 참 따뜻한 말이다. 항상 강한 팀 만나서 강한 선발과 붙는데도 계속 이닝 소화하고 최소 실점으로 막아주는 선배님이 대단하다고 늘 생각한다”며 “올해 내가 그렇게 되고 싶다. 4년차에 그렇게 되면 계획대로 되는 거다. 던져볼 것 다 던졌고 만나볼 팀 다 만났으니 이제부터 실력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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