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대공방어, 수천 달러짜리 자폭드론에 뚫린 이유···적 아닌 ‘아군’으로 착각?[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자폭드론, 가격대비 살상 효과 뛰어나
저고도 비행, 방공망 위협할 무기체계
韓 특전사, 암살용 ‘자폭 드론’ 운용 중
“친(親)이란 무장단체의 무인기(드론)를 아군의 인기로 오인했습니다.”
지난 1월 28일 일요일 이른 시간 미군 3명이 친(親)이란계 민병대의 무인기 공격, 즉 자폭 드론에 의해 숨졌다. 다수가 부상을 당했다. 이는 미군의 오판에 따른 인재(human error)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군 소속 드론이 임무 수행 후 기지로 복귀하는 시점에 자폭하려 기지에 달려드는 친이란 민병대의 이란산 샤헤드 드론도 함께 침투하고 있었다. 문제는 아군 드론과 구별하지 못한 요르단 북서쪽에 위치한 현재 보급기지 ‘타워22’ 소속 미군의 미숙한 대응이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다. 타워 22 기지의 대공(對空) 방어시스템이 적 드론을 미군 정찰 드론으로 오인하고 즉시 대응하지 않아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 대해 외신들은 비슷한 시간에 현지 보급기지 타워 22와 가까운 시리아 남동부의 미군 기지 두 곳을 공격한 2기의 드론은 격추됐다는 사실을 보도하면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는 현재 미 정보분석가들은 타워 22에서 띄우는 정찰 드론이 일정 시간에 이륙하고 복귀해 인근 시리아와 이라크에 위치한 친이란계 민병대 세력이 예상되는 미 정찰 드론의 이착륙 시간에 맞춰 공격 드론을 띄웠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후속 보도를 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미군의 대공(對空) 방어시스템이 왜 적 드론을 놓쳤는 지에 대해선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지로 귀환하는 모든 미군 드론은 적과 구별돼 ‘아군’으로 자동 인식되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사전에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격을 받을 당시 이 기지의 대공 방어시스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도 ‘미군이 적 드론을 아군으로 착각해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예비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미군 드론이 타워 22로 돌아오던 중 적 드론이 낮은 고도를 유지하며 비행 중이었는데 미군이 피아를 혼동해 친이란 민병대의 샤헤드 드론이 격추당하지 않고 기지를 때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신은 타워 22 내부에 ‘드론 잡는 무기’라 불리는 ‘코요테’가 배치돼 있었다며 미군이 오인하지 않고 코요테를 정상 작동시켰다면 적군기를 격추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 전직 미군 정보관리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미군 정찰 드론의 비행 패턴을 모방했다면, 이는 적이 상당한 수준의 신호 정보를 포착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는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를 겨냥해 작년 10월 이후 160여 차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한 이들 민병대가 이란과 같은 국가로부터 ‘정보 지원’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폭 드론이 강타한 타워 22는 인근 시리아의 알 탄프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비롯해 이라크와 시리아 내 미군 병력에 물자를 운송하는 보급 허브(hub)다. 미군은 공식적으로는 이라크에 약 2500명, 시리아에 900~1000명의 미군을 배치하고 있다. 이외에 공개되지 않은 병력이 이 지역 곳곳에 존재한다.
이들 부대의 주임무는 두 국가에 아직 남아있는 이슬람테러집단 ‘이슬라믹 스테이트(IS)’ 잔당을 소탕하기 위해 이라크군 및 시리아의 반정부 민병대 세력을 훈련하고 함께 작전을 펴는 것이다.
그러나 타워 22는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친이란계 민병대와 테러집단의 중동 지역 미군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이래 한 번도 공격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자폭 드론의 공격이 성공한 것은 미군으로서는 매우 아픈 사례다.
실제 이번 자폭 드론의 타격은 정밀하고 치밀했다. 타워 22에는 미군 350명 외에 요르단군 병력이 함께 근무하고 있지만 드론은 새벽녘에 대부분의 미군이 자고 있던 병영 주거 공간만 정확히 타격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화물용 컨테이너보다 약간 큰 알루미늄 박스 형태인 미군 생활 공간을 노렸다고 전했다. 공병부대 소속 연방예비군인 3명이 숨진 것 외에 40명 이상의 미군이 다쳐 일부는 이라크와 독일로 후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친이란계 민병대 세력들을 아우르는 조직인 ‘이슬람 저항군(Islamic Resistance)’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3일 미군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쪽에 있는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지난해 11월 이후 미군이 사용하는 이라크 서부의 알 아사드 공군기지를 공격하는 등 미군에 대해 로켓과 자폭 드론 공격을 지속해 왔다. 앞서 미군은 지난 23일 새벽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본부와 무기고, 자폭드론 조종 훈련시설 등 두 기지를 파괴하기도 했다.
이번에 명성을 떨친 이란상 ‘샤헤드-136’ 자폭 드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날려보내며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무기체계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샤헤드-36 드론은 무게가 200kg, 길이는 3.5m로 윙스팬(양쪽 날개 사이 길이)은 2.5m에 이른다. 최대 속도가 185km/h로 다소 느리다. 하지만 최대 비행거리가 약 2500km에 달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비행할 수 있어 상당한 위협적인 존재다.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다 탐지된 목표물에 동체를 직접 부딪쳐 공격하기 때문에 자폭 드론으로 불린다. 단점은 소음이 크게 나는 중국산 엔진을 사용해 수 km 떨어진 거리에서도 드론 공격임을 알 수 있어 적이 손쉽게 간파할 수 있다. 장점으로는 저공 비행으로 레이더로 탐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당 가격은 2만 달러(2660만원)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현대전에서 드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세계 각국은 자폭 드론 개발·도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미국 바드대 드론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보유한 자폭 드론은 2017년 8국 35종에서 지난해 32국 210종으로 급증했다. 한국도 이른바 ‘참수 부대’라 불리는 특전사 특전임무여단이 요인 암살에 활용하기 위한 자폭 드론을 운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당 가격이 적게는 수백~수천 달러밖에 안 돼 비용 대비 살상 능력이 크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예들 들어 미군이 지난해 11~12월 홍해 일대에서 격추한 후티 드론 숫자는 40대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드론 하나를 막기 위해 미군이 쏜 이지스함 탑재 함대공미사일 ‘SM-2′의 1발당 가격은 210만 달러(약 28억원)로 미군 내에서도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왔다.
무엇보다 저고도 비행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자폭 드론을 다수의 로켓이나 미사일과 섞어 쏠 경우 아군의 방공망 무력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를 알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경우엔 러시아 자폭 드론 등 방어를 위해 미국이 지원한 50만 달러짜리 첨단 지대공미사일 ‘나삼스(NASAMS)’도 동원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대 드론의 전쟁’으로 평가한다. 러시아는 주로 이란제 드론 ‘샤헤드-136’를 사용한다. 30~50kg 무게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도 드론 전담 부대까지 창설해 다양한 드론을 전장에 투입하고 있다. 대앙 약 500달러에 불과한 소형 드론을 주로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한 건, 자폭 드론의 등장으로 전차·장갑차로 구성된 기갑부대가 질주해 포탄을 주고받던 재래식 전쟁의 풍경을 완전히 바꿨다는 평가가 나오게 됐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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