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 제시해도 안 온다는데…'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잘 될까
지방엔 이미 파격 연봉에도 채용난 사례 다수
복지부, 조속히 추진한다지만…"유인책 부족"
전문가 "전문의 수련 과정, 지역과 연계해야"
[서울=뉴시스]권지원 기자 = 정부가 지방 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책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열악한 의료취약지 근무환경과 정주여건 등 현실적인 유인책이나 보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인력의 자발적인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지방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추진한다. 지역필수의사제는 의료진에게 충분한 수입과 정주여건 보장 등을 조건으로 지역 필수의료기관과의 장기근속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복지부가 추진하는 지역필수의사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강행처리한 지역의사제와 '강제성'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지역의사제'는 10년 지역 근무를 조건으로 의대 입학생을 선발하며 장학금을 지원한다.
복지부가 도입하는 지역필수의사제는 의무나 강제성 없이 의사가 정부와 계약을 맺고 지역에 있는 필수의료기관에서 장기 근무하는 형식이다. 복지부는 법으로 지역 근무 의무를 부여하는 지역의사제가 의사의 이동권을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을 인식해 그동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왔다.
박민수 제2차관은 지난달 31일 사전설명회에서 "근본적으로는 법적 의무가 아니라 본인 의사에 기반한 계약형태로 지역에서 하는 업무하는 계획"이라면서 "가급적이면 조속히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반기 내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역필수의사제의 구체적인 계약 방식과 구조, 지원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파격적인 연봉에도 의료 인력을 채용하기 힘든 지역의료기관이 이미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인력의 자발적인 유입으로 의료 공백을 메우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취약지 전문의료 인력 양성을 목표로 도입된 공중보건장학생제도 지원율만 보더라도 50% 수준으로 저조한 실정이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지역거점공공병원에 대한 안정적인 의료인력 공급을 위해 학생을 지원하는 제도로 장학생들은 면허를 취득한 후 지역거점 공공병원에서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12월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공중보건장학제도 선발·운영 현황'에 따르면 사업 시행 이후 5년 간 모집 정원 100명 중 52명만 지원해 충원율은 52%에 불과했다.
또한 의대 정원을 2025학년부터 늘리더라도 증원된 인력이 10년이 지난 후에야 배출되는 만큼, 지역에서 당장 일할 인력을 유인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전문의 제도 수련 과정을 지역과 연계시켜야 한다"면서 "지금 레지턴트 과정에서 3~4년 차 이후 지방의료원이나 보건지소 등 시설을 보강한 후 6개월~1년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지역필수의사제는 립서비스"라면서 "의사들이 지역과 필수의료에 오지 않아서 문제인데, (지역필수의자세의 경우 의무 복무를) 지키지 않더라도 특별한 페널티나 강력한 제재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일 성명서를 통해 "지역인재 전형을 확대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지역의료에 복무할 의사를 책임있게 양성할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강제성이 있는) 지역의사제법을 통과시켜 정부가 지역의료에 복무할 의사 인력을 책임지고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이 밖에도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료지도' 기반으로 맞춤형 지역수가를 도입하고, 필수의료 인력과 인프라 확충을 위해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을 검토할 계획이다. 대학 입시에서 지역인재 전형의 의무선발 비율을 현행 40%에서 대폭 늘려 의료 인력이 지방에 정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lea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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