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팬덤株’ 셀트리온, 금리 인하·주주가치 제고 힘 받나 [갑기자의 주씨썰]

서종갑 기자 2024. 2.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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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회장, 성공 신화·강력한 주가 부양 의지 시너지
고금리 환경, 코로나 19 종식에 주가 장기간 부진 겪어
중복 상장 해소·금리 인하 가능성 커지며 시장서 주목
2030년 바이오 신약 기업 재도약, 시밀러 새 제품 기대
[서울경제]

주식에도 ‘팬덤(Fandom)’이 있다면 1세대 팬덤주(株)는 누가 뭐래도 셀트리온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화려한 입담과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바이오시밀러 산업을 성공시킨 신화, 그 어떤 오너보다 진심이었던 주가 부양 의지가 결합돼 2018년까지 셀트리온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공매도 세력과 한바탕 붙는 배짱을 보인 오너이기도 하다. 이후 셀트리온 주가는 2차례 부침을 겪는다. 첫 고비는 코로나19로 전세계 증시가 급락한 때고, 두 번째는 고금리에 취약한 바이오 주가가 부진의 늪에 빠진 최근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금리 고점을 확인하고, 인하 기대감이 큰 이때가 바이오 업종에 투자할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마침 셀트리온은 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 요인 중 하나인 중복 상장을 해소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바이오시밀러 위주인 사업을 2030년까지 바이오 신약 개발사로 변신하겠다는 비전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바이오 업계의 치열한 경쟁 상황, 오너 리스크는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메인트랙에서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셀트리온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 1일 기준 6개월 전인 지난해 8월 2일 대비 20.74% 올랐다. 연초 대비로는 22.81% 빠졌다. 다만 지난해 12월 28일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이 완료된 후 이달 12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신주가 상장되면서 유통 주식 물량이 늘어나며 수급적 요인과 시장 기대감이 소멸한 점을 감안하면 예상가능한 범위 내 조정이었다는 분석이다.

셀트리온은 이른바 원조 ‘팬덤(Fandom)’주다. 현재는 2차전지주인 에코프로 그룹에 자리를 물려줬지만 한때는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열광하던 주식이 셀트리온이었다. 최근 한국 재계에서 드문 창업 1세대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특유의 성공 신화와 카리스마,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바이오시밀러 산업에서 일군 성과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셀트리온 주가는 2010년 10월 15일만 해도 1만 9580원에 불과했다.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해 2018년 3월 2일에는 33만 3851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주가 조정을 겪은 데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2020년 3월 19만 원대까지 급락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에 시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2020년 12월 주가는 36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코로나19가 종식 국면에 접어든 후 주가는 지난해 10월 13만 원대로 3분의 1 토막났다. 셀트리온 주가가 부진을 겪는 사이 전기차 시장이 개화하기 시작했고, 2차전지 종목 중 셀트리온과 유사한 성공 신화를 가지고 있는 에코프로 그룹주가 셀트리온의 팬덤을 이어받았다.

셀트리온의 허쥬마

주식 시장에 영원한 건 없다. 지난해 초부터 8월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에코프로 그룹주는 밀랍으로 이어붙인 이카루스의 날개가 뜨거운 태양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렸던 것처럼,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주가 전망은 부정적이다. 2차전지 주가 조정이 가까운 시일 내 끝날 것이란 전망이 희박해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수많은 기업이 뛰어 들면서 너나할 것 없이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는 ‘치킨 게임’이 심화하면서다. 소수 승자가 살아남을 때까지 경쟁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최근 들어 증권가에는 에코프로의 빈 자리를 바이오가 채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차츰 커지고 있다. 우선 바이오 업종 주가를 짓누르던 고금리 환경이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차츰 해소될 전망이다. 올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한풀 꺾였지만 시장에서는 2분기 내로는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 산업은 연구개발(R&D), 제조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데 조달 금리가 높게 되면 아무래도 신규 투자를 받아내기도 어렵거니와 이자 등 자금 부담 비용도 커 수익성이 낮아진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방지법(IRA)으로 인한 바이오 신약의 판매 확대 가능성도 우호적인 정책 환경이다.

셀트리온 자체의 주주가치 제고 활동도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여지가 크다. 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인 중 하나로 꼽혔던 중복 상장 해소, 자사주 매입 등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많아지면서다. 최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자사주 매입, 소각 계획을 밝힌 기아가 ‘형’인 현대차를 꺾고 시가총액 6위에 오르는가 하면 연달아 자사주를 사들인 미래에셋증권 주가도 크게 뛰었다. 여기에 현재 셀트리온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5.8배, 43.3배로 최근 5년 사이 저점 부근이다. 바이오 업종인 데다 그간 셀트리온의 주가 수준 치고는 매력적인 가격이라는 평가다. 2030년까지 바이오 시밀러 기업에서 바이오 신약 업체로 도약한다는 비전, 새로운 바이오 시밀러 제품 출시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셀트리온의 계획대로 신약을 개발하고, 새로운 바이오 시밀러 판매가 증가할 경우 주가가 현재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 겸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이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셀트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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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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