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 마동석은 조금 달랐다…"불친절해도, 게임같은 영화 원했죠" [MD인터뷰](종합)

이예주 기자 2024. 2.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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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마동석 / 넷플릭스 제공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제가 독보적인 배우라고요? 아마 그럴걸요."

'천만 관객' 영화를 두 번이나 낳은 '범죄도시' 시리즈부터 '부산행',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악인전', '시동', '백두산'까지. 배우 마동석은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액션에 특화된 배우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걸까.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난 배우 마동석은 '독보적인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를 하는 모습이었다.

"허명행 감독과 우리 스턴트팀 정도로 운동을 오래하고 액션을 할 만한 사람들이 많이는 없기 때문이에요. 스턴트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배우쪽으로 넘어와 연기를 시작하면 분명 좋은 액션들이 많이 나올 거에요. 다만 배우들은 연기가 주가 되어야 하고 스턴트는 동작이 주가 되어야 하니, 그걸 다 같이 갖고 있기는 어렵죠. 그런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액션 영화계를 활성화했으면 좋겠어요."

사진 = 넷플릭스 제공

그런 그가, 이젠 할리우드까지 진출해 '마동석 표 액션'을 세계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마블 히어로 시리즈인 '이터널스'로 해외 관객들을 제대로 사로잡은 것.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달 26일 첫 공개된 마동석의 첫 넷플릭스 영화 '황야'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월드차트 글로벌 1위는 물론, 미국의 영화평론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86%와 관객점수 82%로 호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아시아와 중남미, 미국과 영국 뿐 아니라 독일과 프랑스 등 4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1위를 기록하기까지. '마동석'이라는 장르가 심상찮은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성과들에 대한 소감이 남다를 터. 이에 대해 묻자 마동석은 특유의 유머러스한 어투와 겸손한 모습으로 꼭 그 다운 답을 내놨다.

"좋죠. 축하 연락도 많이 받았어요. 같이 일하고 있는 분들께 전화 뿐 아니라 메일로도 축하를 받았어요. 영화 흥행요? 예상 못했어요. 전 그냥 (영화) 만들 때만 열심히 하지, 그 다음에는 하늘에 맡기는 편이에요. 액션 영화니까 '어쨌든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할 수 있겠다' 정도로 생각하긴 했죠. 원래 제가 일희일비가 없기도 하고요. 크게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않는 편이에요.(웃음)"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영화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 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마동석은 사냥꾼 '남산' 역을 맡아 복싱 뿐 아니라 총과 칼 등 무기를 활용한 액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영화에서는 칼, 그러니까 단검도 쓰고 마체테도 써요. 총기들도 여러가지 사용하는데, 제가 미국에서 사냥을 많이 다녀서 총도 써봤기 때문에 역할할 때 도움이 됐어요. 그런 액션 신을 잘 보셨는지, 한국 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연락이 많이 왔어요."

그의 말처럼, '황야'는 마지막 액션 신에서 꽃이 활짝 핀다. 영화의 모든 서사가 이 장면을 위해 달려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런 만큼 다소 빈약한 서사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반응이 엇갈리기도 했다.

"사실 '황야'는 서사도 많았던 영화였어요. 최지완(이준영)과 이은호(안지혜) 등 캐릭터들의 과거사도 있었죠. 그런데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다 보니 액션을 넣을 공간이 없어지더라고요. 애초에 기획을 게임같은 액션오락물로 기획했는데, 자꾸 다른 영화가 나오면 안되겠다 싶어서 서사를 걷어내면서 만들었어요. 3시간짜리 액션 영화를 만들 수는 없었으니까요. 영화가 조금 불친절하더라도 액션 위주의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혼자 결정한 건 아니고요, 감독님과 여러 제작자 분들, 그 외의 전문가들과 함께 상의를 거쳐 방향성을 정했어요."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황야'는 '범죄도시' 시리즈 뿐 아니라 '챔피언', '성난 황소', '시동', '압꾸정' 등의 영화 무술 감독으로 임하며 마동석과 탁월한 호흡을 자랑했던 허명행 감독의 첫 연출작으로도 주목받았다. 앞서 허 감독이 마동석에 대해 "드웨인 존슨을 능가하는 액션스타"라고 극찬한 바, 마동석 역시 그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허명행 감독은 저와 다양한 작품을 오랫동안 함께한 감독이죠. 많이 아시는 작품 말고도 아주 저예산 영화나 사람들이 모르는 영화로도 호흡을 맞췄어요. 예전에 제가 단역하면서 스턴트를 많이 했는데요, 그때마다 허 감독이 많이 도와줬어요. 사고로 척추와 어깨가 부러졌을 때도 허 감독이 와서 '형 다시 일어나실 수 있을거다'라고 하더라고요. 허 감독은 머리가 좋은 감독이에요. 아이디어도 번뜩거려요. 여태껏 우리나라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들을 많이 만드셨죠.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감독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허 감독이 '범죄도시4'도 같이 했지만, 앞으로도 같이 할 일이 많을 거고, 다양한 장르를 보여줄 기회가 많이 있을 것 같아요."

영화가 독특한 세계관을 가져서일까. '황야'를 통해서는 본인의 액션철학과는 조금 동떨어진,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털어놓은 마동석이었다.

"액션 영화를 찍으면서 저 혼자만의 강박이 있는데, 바로 '진짜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할 줄 모르는 기술로 화려하게 보여지는 것보다는 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액션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죠. 진짜로 할 줄 알아야 진짜처럼 보이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배우들이 진짜 주먹으로 때리면 안되니 서로 다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런데 오히려 '황야'는 진짜같지 않더라도 색과 느낌이 과격하고 세게 보이는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사진 = 넷플릭스 제공

그러면서도, 마동석은 시종일관 "재미있는 영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행보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이 남다른 이유였다.

"저는 제가 스스로 아티스트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엔터테이너에 가깝죠. 관객 분들께서 삶 자체도 쉽지 않은데, 그냥 영화와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시면서 그 시간만이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저도 어릴 적부터 그런 것들이 (살아가는데) 많이 도움이 됐거든요. 앞으로도 시리즈를 계속 만들고 출연도 하겠지만, 잘 안되는 것들도 있을 거에요. 그런데 전 도전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불행하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도전해나가는 배우가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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