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봉 무지'·'하트뿅 어피치' 잘 썼는데…카톡 이모지 종료 철회한 사연[사이다IT]

최은수 기자 2024. 2.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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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기본 이모지 종료에 이용자 반발 거세
모바일 시대 '이모티콘' 소통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텍스트 대신 '이모티콘'으로 감정 표현 수월해
카카오톡 기본 이모지(사진=카카오톡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카카오톡에서 문장 내에 이모티콘을 넣고 싶을 때 엄지를 치켜든 무지, 눈물 흘리는 어피치, 씩 웃는 프로도(카톡개) 등 카카오 캐릭터로 생긴 이모지가 유용하게 쓰이곤 했는데요. (부끄), (버럭), (절규)를 쓰면 자동으로 입력되는 노란색 얼굴의 이모지도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랫동안 잘 사용돼 왔습니다.

그런데 카카오가 돌연 1월 업데이트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던 기본 이모지를 삭제하겠다고 밝혔다가 이틀 만에 결정을 철회했습니다. 이용자 반발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되는데요. 이모지는 몸통이 없는 형태의 얼굴 표정, 손 등으로 감정을 나타내는 아이콘입니다. 움직이거나 몸짓, 손동작 등이 있는 이모티콘과 다른 형태입니다.

카카오는 지난달 24일 진행한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통해 카카오톡 서비스 초기 시절인 2011년부터 제공돼왔던 카카오톡 내 무료 이모지 지원을 완전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다 좋은 사용 경험과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기능 개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지난 2일 카카오는 이용자들의 요구를 수용해 삭제했던 기본 이모지를 되돌리고, 나머지 이모지도 삭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기존 버전으로 롤백을 결정했다”라며 “다음주 중 롤백 업데이트 적용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카카오톡이 롤백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빠르게 결정을 철회한 것은 이용자들의 반발이 예상 외로 컸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기본 이모지 종료 소식에 이용자들은 “잘 쓰고 있었는데 아쉽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본지 기사 댓글과 커뮤니티 등에는 “기본인데 왜 없애냐”, “굳이 없애는 이유가 이해가 안 된다”, “유료 이모티콘 팔기 위한 것이냐”, “이제 추억으로 사라지는 것이냐” 등 부정적 반응도 많았습니다.

특히 애플워치 이용자의 경우 카카오톡 답장 시 텍스트를 치는 것이 번거로워 해당 이모지들이 유용하게 쓰였기 때문에 불편함이 우려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초기 시절부터 쓰였기 때문에 ‘추억’을 잃는다는 느낌에 아쉬움을 내비치는 이용자들도 많았습니다.

카카오톡 기본 이모지가 삭제되더라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탑재된 기본 이모지는 카카오톡에서 사용이 가능하지만, 두 OS(운영체제) 간의 이모지가 호환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카카오톡 1월 업데이트를 통해 삭제된 기본 이모지 이미지(사진=카카오톡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비슷한 사례로 네이버 블로그에서 자주 볼 수 있던 라인프렌즈 캐릭터가 종료된 것도 많은 아쉬움을 자아냈습니다. 지난해 5월 네이버는 블로그와 카페, 라인 메신저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라인프렌즈 스티커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라인프렌즈 계정을 통해 무료 판매됐던 라인의 공식 스티커의 계약 만료가 이유입니다. 네이버 블로그를 상징하던 친숙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이용자 상당수가 아쉬워했습니다.

이러한 이모티콘, 이모지 서비스 종료에 대한 이용자들의 짙은 아쉬움은 이모지, 이모티콘에 익숙해진 SNS 커뮤니케이션 소통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PC통신 시대에는 :), ‘^^’, ‘:-)’ 등 기호와 글자의 조합 등이 쓰이다가, 인터넷 시대에는 ㅋㅋ, ㅎㅎ 등 초성을 이용한 감정표현이 등장했죠.

모바일 시대에서는 2011년 카카오톡, 라인에 등장한 캐릭터 이모지를 계기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이 생겼고,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는 일종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됐습니다. 이모티콘이 인간의 희로애락을 대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할 말이 없을 때 대화를 마무리하기에도 안성맞춤이죠. 요즈음 이모티콘은 2D 형태에서 벗어나 3D, 움짤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기본 이모지를 종료하려고 한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각에서는 유료 이모티콘 판매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합니다.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은 카카오의 수익원 중 하나입니다. 카카오톡이 이모티콘을 처음 선보인 건 2011년 11월경이며 이듬해인 2012년 월간 평균 이모티콘 발송량은 약 4억건이었으나 지난해 누적 개별 이모티콘 수는 약 60만 개이며, 누적 발신량은 2600억 건을 돌파했습니다. 2023년 기준 월평균 이모티콘 사용자와 누적 이모티콘 구매자 수는 각 3000만, 2900만입니다. 카카오가 주력하고 있는 정기 구독 상품 ‘이모티콘 플러스’ 구독자 수도 200만명을 넘겼습니다.

카카오가 말한 대로 유행이 지난 기본 이모지를 종료하고 카카오톡 개편에 속도를 내겠다는 목적도 있을 겁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개편을 핵심 경영 목표로 내걸었습니다.1월 업데이트를 통해 죠르디, 춘식이 등 최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는 기능을 카카오톡 프로필에 추가했습니다.

또 카카오톡 내 일상을 친구들에게 공유하고, 24시간 이후에 사라지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인 ‘펑’도 콘텐츠 등록 시 ‘위치 스티커’를 등록할 수 있게 하는 등 SNS 성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시범 서비스로 카카오톡에 적용된 인공지능(AI) 대화 요약 및 말투 변경 기능은 사용자 15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카카오톡의 '기본 이모지'가 앞으로도 남아있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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