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차단 카드 '수검표'…인력 부족·개표 지연은 과제
낮은 임금, 격무에 공무원 선거 참여 거부 움직임도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66일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개표 사무원이 투표지를 손으로 재확인하는 수검표 절차가 도입된다. 선거 때마다 제기되는 부정 선거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로, 선거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개표 과정에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데다, 선거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문제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인력과 개표 지연에 대한 별도 해결책이 필요한 셈이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수검표가 도입됨에 따라 4년 전 21대 총선 때보다 개표 사무원이 최대 20%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현재 각 시도별로 추가 필요 인력을 시뮬레이션해 이를 취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수치는 집계되지 않았으나, 개표 사무원이 7만명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에는 투표함에서 꺼낸 투표지를 개표 사무원이 투표지를 '투표지 분류기'(전자 개표기)에 넣고 곧장 심사계수기에 넣어 투표용지를 눈으로 보며 투표지가 제대로 분류됐는지 정상적인 용지인지 확인했다. 그런데 이번 총선부터는 투표지를 심사계수기에 넣기 전 사무원이 직접 손으로 만져가며 검표하는 절차를 추가한다.
선관위는 수검표로 득표수를 세어 오다가 1995년 투표지 계수기를 도입하면서 이 절차를 없앴다. 그러나 지난 2020년 21대 총선 이후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며 선거 관련 소송이 줄을 잇자, 지난해 말 선관위가 수검표를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인력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개표 핵심 인력인 공무원들이 최저시급(9860원)을 밑도는 수당과 새벽 출근, 밤샘 야근 등 격무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최근에는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노조가 선거 사무 참여 명단을 제출하지 않는 등 집단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김정수 공무원노조 위원장 지난달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하루 14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무, 시간당 1만원도 되지 않는 선거사무 수당은 명백히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수준"이라며 "(공무원들이) 선거철이면 싼값에 투개표 업무에 강제로 동원되고 있다. 정당한 대가가 없는 선거 업무 강제동원은 과감히 거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무원에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면 은행원이나 대학생 등 민간인을 개표 사무원으로 상당수 투입해야 한다. 공무원의 선거 사무 참여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실제 지방공무원 비중은 2016년 총선 62.8%에서 2020년 총선 당시 52.3%로 줄었다.
일각에선 민간인 참여로 개표 과정에서 실수가 늘어날 경우 오히려 부정선거 등 잡음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선관위는 투표지 분리기를 돌리거나 수검표 절차 등 숙련도가 요구되는 주요 작업에는 전부 공무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행안부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인력 문제 외에 개표 결과도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전자 개표를 도입한 이후 선거 결과는 빠르면 당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수검표 도입으로 결과의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나는 시간이 약 2시간 정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희영 선관위 사무관은 뉴스1과 통화에서 "수검표 절차가 추가됨으로 인해서 개표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국민들이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선거의 정확성이나 신뢰성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이므로 투표에 많이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독일 헌법재판소가 선거의 신뢰성을 이유로 전자개표를 금지하고, 수개표로만 이뤄진 대만 대선의 사례를 들며 "전자 개표를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신뢰"라며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 아닌가. 개표는 비용이나 인력 문제가 아니라 신뢰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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