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폭탄 실화냐"…겨울에 벌벌 떨게 만든 아파트의 정체 [오세성의 헌집만세]

오세성 2024. 2. 4. 07: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세성의 헌집만세(2)
노후 아파트, 신축 대비 난방비 2배 가까이 비싸
온수매트·문풍지 동원해도 '중과부적'
에너지 요금 인상까지 엎친 데 덮쳐
노후 아파트에는 겨울철마다 난방비 폭탄이 떨어집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것 봐. 관리비가 두 배 늘었어."

아내의 성화에 12월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보니 57만8000원이 찍혀 있습니다. 겨울 전에는 20만원 안팎으로 나오던 관리비가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노후 아파트는 겨울철 관리비가 많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전년도에 비해 앞자리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대궐 같은 집에 사는 것도 아니고, 전용 84㎡ '국민 평형' 관리비가 60만원에 육박하다니요. 당혹스러운 마음에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나마도 출산 가구 등 2만원가량의 요금 감면이 없었더라면 고스란히 냈어야 했습니다.

세부 명세를 살펴보니 전월 11만원이던 난방비가 26만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온수료도 2만원에서 4만6000원으로 껑충 올랐습니다. 난방비와 온수료만 30만원이 넘은 겁니다. 집이 절절 끓도록 난방을 많이 틀지도 않았는데, 추우면 추운 대로 덜덜 떨며 살아야 하는지 다소 억울해지는 부분입니다.

 겨울이면 치솟는 노후 아파트 관리비…국민평형이 88만원?

고지서를 살펴보니 같은 아파트에서 88만원이 부과된 집도 있었습니다. 1990년대 지은 노후 아파트의 숙명(?)인가 싶어 괜스레 심란해집니다. 노후 아파트는 난방비 부담이 큽니다. 단열 기준이나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등의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지어진 탓에 설계에서부터 차이가 납니다. 거기에 건물이 낡으면서 곳곳에 틈이 생겨 냉기까지 들어오니 난방 효율이 높을 수 없습니다.

신축 아파트와 비교하면 노후 아파트의 관리비 부담은 여실하게 드러납니다. 2019년 지어진 같은 면적의 신축 아파트에 사는 지인은 이번 관리비가 27만원이나 나왔다며 비싸다고 합니다. 두 배가 넘게 차이나는 관리비에 더 이상 얘기 나누기가 어려웠습니다. 

전용 84㎡ 아파트 12월 관리비로 57만8000원이 부과됐습니다. 난방비가 원인입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실제 국토교통부의 2019년 조사에서는 1985~1987년 사용 승인된 아파트의 단위 면적당 난방 사용량이 2015~2017년 사용 승인된 아파트에 비해 1.76배 많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노후 아파트에서 신축 아파트만큼 따듯하게 지내려면 두 배 가까이 난방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난방비 부담을 피하려면 신축 아파트보다 춥게 지내야 하는 셈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유아가 있는 가정은 난방을 줄일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영유아가 있는 가정은 실내 온도를 20~24도, 습도도 40~60%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체온조절 능력이 미숙하고 면역력도 약한 아이들은 곧바로 감기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기자도 그 기준에 맞춰 21~22도 정도의 실내 온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관리비 57만원이라는 결말을 맞이했지만 말입니다.

 에어캡 붙이고 온수매트 틀어도…에너지 요금 '인상'

노후 아파트는 난방을 많이 사용하면 요금이 부담되고, 적게 사용하면 추위가 무섭습니다. 결국 주민들 사이에는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는 각종 꿀팁이 공유됩니다. 집 안에서는 발열내의를 입고, 창문에는 에어캡(뽁뽁이)을 붙이라는 것이지요. 여기에 더해 문틈과 창틀에 문풍지를 붙여 새는 바람을 막고 잠자리에 온수매트를 깔면 기본은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실내에서 도톰한 슬리퍼를 신고 난방 텐트를 설치하는 분도 늘었습니다.

그렇지만 난방비 절감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난방 등의 에너지 요금이 껑충 오른 탓입니다. 지난해 12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2022년도에 비해 2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기료는 22.6%, 도시가스는 21.7%, 지역 난방비는 27.3%, 상수도료는 3.9% 상승했는데, 관련 통계를 분리 작성한 2010년 이후 역대 최대 상승 폭이었습니다.

창문에 에어캡을 붙이고 문풍지로 틈새를 막는 일은 노후 아파트의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자 역시 전년 동월과 비교해 난방 사용량은 1748에서 1847로 5.6%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요금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난방비는 19만5600원에서 25만8500원으로 32.1% 올랐습니다. 온수 사용량은 전년과 동일했지만, 급탕비가 3만9700원에서 4만6400원으로 16.8% 올랐습니다. 난방비와 급탕비가 전년 대비 껑충 뛰면서 전년도 40만원대에 머물던 관리비 총액도 57만8000원으로 60만원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난방비가 저렴한 지역난방 아파트도 이 정도인데, 중앙난방 아파트는 관리비가 얼마나 나왔을까 생각도 듭니다. 지역난방은 지역발전소에서 가열된 중온수를 보내 온수와 난방을 하는 방식이고, 중앙난방은 단지 중앙 기계실에서 각 가정에 온수를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중앙난방 아파트는 보통 단지 중앙에 정체불명의 굴뚝이 있습니다. 

더 걱정되는 것은 다음 고지서입니다. 통상적으로 12월보다는 1월에 난방 사용량이 많습니다. 12월 관리비가 50만원대에 그쳤다면 1월 관리비는 60만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미 1월은 지나버린지라 귓가에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라는 유행어가 들리는 기분입니다. 올해 연말에 난방비 아낄 꿀팁이 있는지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