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 마스터 클린스만, 플랜A부터 잘 짜면 안 될까?[스경X도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카타르 아시안컵 토너먼트에서 계속 승리하고 있지만, 매번 연장까지 가는 경기를 펼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교체 카드는 탁월하지만, 경기 초반부터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발진 선정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3일 호주와의 8강전에서 선제골을 내주고도 후반 추가시간 막판 페널티킥(PK) 동점 골, 연장전 손흥민(토트넘)의 프리킥 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앞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은 더 처절했다.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다니다 후반 추가시간 조규성(미트윌란)의 헤더로 동점을 만들고, 연장전까지 120분 경기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까지 가 4-2로 이겼다.
두 경기 모두 선제골을 내주며 힘든 경기를 펼쳤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교체 카드가 매번 적중하면서 결국 승리를 거뒀다. 호주전에서는 후반전 오른쪽 윙백 김태환(전북) 대신 측면 공격 자원 양현준(셀틱)을 투입한 것이 주효했다. 1-0으로 앞서가던 호주는 후반 중반 이후 수비 숫자를 늘리며 뒷문을 걸어 잠갔다. 전반전 선제골을 넣은 왼쪽 윙어 크레이그 굿윈(알웨흐다)을 빼고, 풀백이 주 포지션인 조던 보스(KVC 베스테를로)를 투입했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은 오른쪽 측면에 양현준을 놓고 공격적인 윙백으로 활용하면서 호주 수비에 균열을 일으켰다. 반대편에서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막는 데 집중했던 호주는 양현준까지 수비하면서 좌우 수비 간격이 벌어졌다. 이 빈틈을 손흥민이 비집고 들어가 과감한 드리블로 후반 추가시간 PK를 얻어내며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앞선 16강 사우디전에서는 선발 명단 제외했던 스트라이커 조규성을 후반 교체 투입하며 경기 흐름을 뒤집었다. 손흥민 대신 제공권이 좋은 조규성을 최전방에 배치하면서 좌우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공격을 펼쳤다. 선발 원톱 손흥민을 뒤에서 받치는 오른쪽 공격수로 나섰던 왼발잡이 이강인이 왼쪽 측면 사이드라인에 붙어 크로스를 올렸다. 오른 풀백 김태환도 상대 진영 깊숙이 올라와 조규성을 지원 사격했다. 결국 김태환의 크로스와 설영우(울산)의 헤더 어시스트, 조규성의 헤더 골로 후반 추가시간 동점을 만들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선발진을 잘 꾸려 이른 시간 상대를 공략했으면 연장까지 갈 일도 없었다. 특히 제공권이 좋은 호주를 상대로 조규성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시킨 결정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조규성은 대표팀 내 공격 자원 중에서는 가장 제공권이 좋지만, 키가 2m에 육박하는 호주 수비수들 사이에서 공중볼 경합에서 완전히 밀렸다. 대표팀이 비교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싸움을 붙이기 보다는 손흥민,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빠르고 침투가 좋은 공격수들을 일찌감치 스트라이커로 내세웠다면 빨리 승부를 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팀은 연장전 승부를 거듭하면서 체력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고, 경고 누적 관리 실패로 4강전에는 수비의 핵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쓸 수 없게 됐다. 한국은 7일 조별리그에서 상대한 요르단과 다시 맞붙는데, 무사 알타마리(몽펠리에) 등 기술과 스피드 모두 뛰어난 상대 공격수들을 어떻게 방어할 것이냐가 과제로 떠올랐다. 요르단은 앞서 조별리그 한국과의 경기에서 알타마리 등 측면 공격수들의 위협적인 침투를 앞세워 한국 수비를 괴롭혔고, 2-2 무승부를 거뒀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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