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보험·빅테크와 디지털 헬스케어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길재식 2024. 2. 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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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교수

소비자 생활에 있어 가장 영향력이 큰 서비스는 어떤 것들일까. 중요하지 않은 서비스가 없겠지만, 두 개만 뽑는다면 단연코 금융과 건강이 아닐까 싶다. 말할 것도 없이 돈이나 건강이 부족해지면 생활 자체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 따라서 산업간 경계가 없어지고 산업간 시너지효과가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금융과 건강·헬스케어의 융합이야말로 기업 수익모델 관점에서 찰떡궁합이며, 최고의 주목 대상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시장의 급성장은 글로벌 금융·핀테크업계의 비상한 관심 포인트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시장은 2022년 기준 6900억 달러(910조원·추정)로 2015~2022년간 연평균 15.7% 성장했다. 조사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 Sullivan)에 따르면 2027년까지 5년간은 18.8%로 더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왜 이렇게 급성장세일까. 전문가들은 고령화사회 진입을 첫째 요인으로 꼽는다. G1, G2인 미국과 중국 모두 인구의 평균연령이 거의 40세로 역대 최고치고, 고령인구(65세 이상)비율도 각기 16.5%와 14.8%로 계속 상승추세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 여유가 있는 고령인구가 늘면서 예방형과 맞춤형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둘째, 디지털 활용의 중요성이다. 디지털·모바일기기의 발달로 실시간 건강 체크와 건강정보 활용이 가능해진 데다, 챗GPT 등 빅데이터가 필수인 AI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산업의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그럼 現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시장에서 어떤 업종 내지 집단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나. 가능성으로만 보면 디지털이 강한 빅테크, 헬스케어에 강한 병원 등 의료기관, 헬스케어와 시너지효과가 큰 금융회사 등을 꼽을 수 있는데, 현실적으론 빅테크와 금융권의 보험사가 선두주자다. 이는 시장규모 1위인 미국과 포텐셜 1위인 중국 모두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우선 의료기관이 강력할 것 같지만, 전문가들 평가는 다르다. '히포크라테스선서'와 같은 의사들의 숭고한 윤리·봉사 정신은 인정하지만, 수익모델로는 경쟁력 있는 헬스케어로 환자들이 계속 줄면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빅테크는 태생적으로 디지털·IT인데다, 디지털플랫폼 상에서 시간·공간 제약 없이 헬스케어와 금융 등 여타 업종을 연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그만큼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단 얘기다. 보험사는 어떤가. 갸우뚱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헬스케어로 환자가 줄면 보험금지출도 줄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헬스케어의 육성 관점에선 최고의 인센티브를 갖고 있다. 미국, 중국 모두 보험사가 강력한 디지털 헬스케어모델 내지 회사를 갖고 있는 이유다.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경우 유나이티드헬스그룹과 애플이 대표적이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로 디지털 헬스케어 최강자로 진화 중이란 평가다. 존슨앤존슨과 함께 미국 헬스케어 시가총액 1위를 다투고 있다. 세계 시가총액 1~2위 업체인 애플은 최근 2~3년간 아이폰,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 모든 기기와 앱을 통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혈압, 혈당, 수면, 호흡 등 건강의 핵심 데이터를 장악할 경우 수익모델의 확장성은 상상 이상일 거라는 게 시장 의견이다. 중국은 대표적 빅테크인 알리바바의 알리건강과 텐센트의 위닥터 그리고 대형 보험사인 핑안보험의 핑안닥터 등 '슈퍼앱 3인방'이 핵심이다. 특히 핑안보험은 핑안닥터라는 인터넷병원에 자체 고용 2000명과 외부 계약 3만 4000명의 의사가 포진돼 있고, 플랫폼 회원수 4.4억명, 일평균 온라인 진료건수도 72만 7000건으로 2위 알리건강 25만건의 거의 3배다. 한마디로 모회사 보험상품과의 시너지창출이 경쟁력 포인트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 헬스케어와 금융 등 여타 업종과의 시너지 창출이 여전히 취약하단 점이다. 의료기관이든 빅테크, 보험사든 헬스케어의 뚜렷한 강자는 아직 없다. 이유가 뭘까. 시장에선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한 現 의료법의 제약을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2021년 보험사들이 자회사를 통해 헬스케어 업무진출을 허용했지만, 보건당국이 1·2차 가이드라인(2021, 2022년)을 통해 비의료 헬스케어서비스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예 : 혈압, 혈당 등)하고 있고, 공보험 특성상 의료보험 대상도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정보보호도 중요하고, 우리나라는 현재 단위 지역당 병원수도 미국, 중국보다 많아서 의료접근성이 좋은 이점도 있다. 하지만, 이래서는 빅데이터와 AI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미래성장동력인 '바이오·헬스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선 글로벌 기업이 한국시장을 장악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공보험제도를 취하면서도 단기간내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의 경험이나, 적정 범위내에서 보험사에게 병원 등 의료기관 M&A를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책당국과 관련업계의 전향적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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