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안에서 대화 금지"…DM으로만 주문받는 술집에 '술렁' [이슈+]

김세린 2024. 2. 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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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식당에 이어 술집 주문도 'DM으로'
소비자 엇갈린 반응 "굳이" vs "새롭다"
"Z세대 타깃 '온라인 친화적' 매장 늘어날 것"
'SNL 코리아'에서 '주문은 DM으로만 부탁드려요'라는 '밈을' 패러디한 장면. /사진=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영상 캡처

"가격은 카페 인스타그램 계정에 다 안내가 되어 있으세요. 확인 부탁드릴게요. 아, 추가 질문은 인스타그램 DM으로 부탁드릴게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SNL코리아'에서 방송인 권혁수가 '요즘 핫한 카페 주문법'에 대해 풍자하며 꺼낸 대사다. 최근 들어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고객과 소통하는 카페와 식당 등이 늘어난 가운데, 인스타그램 메신저인 "'다이렉트 메시지(DM)'로만 주문받다"는 곳까지 등장했다. 

일명 '감성 충만', '힙(hip)'한 콘셉트를 내세운 가게들이 SNS에 마케팅에 열을 올릴 뿐 아니라 방문 예약이나 운영 시간 문의까지 SNS로만 받는 운영 방식을 두고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콘셉트에 대한 '밈'(meme·유행하는 사진이나 글)까지 확산하 있다. 

얼마 전 유튜브에 이색 장소를 주로 방문하는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버가 올린 '대화가 금지된, DM으로만 주문받는 술집이 있다고?'라는 제목의 숏폼(짧은 형식) 동영상은 2일 기준 조회수 약 63만회를 달성하며 눈길을 끌었다.

인스타그램 DM으로만 주문을 받는 술집. 술집 내 대화도 금지돼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독고독' 캡처


이 유튜버는 경북 경주 황리단길 한 술집을 다녀왔다고 소개하며 "가게 안에서는 모든 대화가 금지라 DM으로 주문해야 하는데, 이유는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 오는 술집이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하는 음악을 DM으로 신청하면 앞 화면에서 틀어주는데 좋아하는 노래가 화면에 나와서 좋았다"며 "휴대폰도 내려놓고 '혼술(혼자 마시는 술)'하면서 음악에 집중하고 왔는데 너무 평화롭고 좋았다"고 덧붙였다.

'힙지로'로 불리는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한 술집도 방문 시 일행과의 대화는 모바일 메신저로, 주문은 인스타그램 DM으로 주문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게 측이 제공하는 운영 지침 안내서에는 "메뉴 주문은 꼭 인스타 DM이나 카톡 메시지로 해달라"며 "일행 간 대화가 불가능하고 카톡을 권장해 드린다"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달 비슷한 분위기의 한 술집에 방문했다는 직장인 이모 씨(28)는 "분위기가 좋아 보여서 한잔하려고 찾은 술집에서 메뉴판 확인부터 주문까지 전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하라고 했다"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지 않던 상태라 '그냥 해주시면 안 되냐'고 물었는데 '내부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 메뉴는 그곳에만 있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고 푸념했다.

'주문은 DM으로만' 밈을 패러디한 유튜브 영상들. /사진=유튜브 캡처

인스타그램 DM으로 운영되는 술집, 카페 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디지털 세대로 DM으로 소통하는 것이 익숙한 Z세대(16~24세)는 "새롭고 재밌다"며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달 5일 인스타그램이 소비자 데이터 조사 플랫폼 오픈서베이와 함께 국내 Z세대(16~24세) 인스타그램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인스타그램 기능으로는 '스토리'(26.8%), '릴스'(23.2%), 'DM'(22.8%) 등이 꼽혔다.

국내 Z세대들이 피드, 스토리, 릴스 등 콘텐츠를 접한 뒤 취하는 후속 행동으로는 '좋아요 누르기'(54%)에 이어 'DM 통해 콘텐츠를 친구 및 지인에게 직접 공유하기'(43.8%)가 가장 많았다. 인스타그램 측은 "Z세대는 일상 속 순간을 공유하고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스토리를, 친구·지인과 가까워지고 교류하는 수단으로는 DM을 자주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콘셉트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들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문도 못 하겠다", "요즘 가게는 감성이 참 특이하다", "괜찮아 보여서 그냥 들어갔다가 기분만 상해서 나올 듯" 등 부정적인 반응도 보였다. 

일각에서는 재미와 신선함을 추구하는 젊은 층을 겨냥해 예약부터 주문, 서비스 요청까지 DM으로 하는 곳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것. 

다만 김영갑 KYG 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콘셉트를 정할 땐 합당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많은 사람이 비판하는 행위라면 인정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별하고 재밌는 콘셉트가 '이상해'가 아닌 '갈만하네'라는 인상을 줘야 한다"며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다른 사람들도 방문한다"고 조언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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