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배부른 회사, 배고픈 직원…K푸드의 민낯

유윤정 생활경제부장 2024. 2.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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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식품업계에서 '연 매출 3조원 클럽'에 들어가는 회사가 두 자릿수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업계 내 대기업 직원 연봉조차도 국내 전체 대·중소기업 상용 근로자 연봉 총액(4650만원, 2022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보다 낮다.

하지만 회사가 직원에게 국내 근로자 평균에도 못 미치는 생활 수준을 제공한다면 조직은 발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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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식품업계에서 ‘연 매출 3조원 클럽’에 들어가는 회사가 두 자릿수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 해 전에는 7곳에 불과했다. 내수 침체 속에서 해외 수출을 늘려 이뤄낸 성과다. 그만큼 국내 식품회사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K라면이 대표적이다. 최근 4년간 한국 라면 수출 규모는 두 배로 뛰었다. 전 세계 소비자에게 한국의 매운 라면은 ‘도전의 아이콘’이 됐다. 농심의 경우 지난해 신라면 매출(1조2100억 원) 중 해외 판매액은 절반(7100억 원)이 넘는다. 해외에서만 1초에 53개씩 팔린 셈이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역시 해외 판매액 비중이 67%였다.

라면뿐만이 아니다. CJ제일제당의 식품 부문 해외 매출은 이미 5조원을 넘어섰다. 이 회사의 비비고 만두는 미국 1위 만두가 됐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K만두의 성공 사례를 최고경영자(CEO) 교육 프로그램에 담을 정도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체가 언급된 적은 많았지만, 식품업체로선 흔치 않은 일이다.

김밥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형 유통마트에 납품돼 ‘품절 대란’을 일으킨 냉동 김밥은 오히려 한국으로 역수입되는 기현상도 낳았다. 경상북도 구미에 위치한 ‘올곧’이라는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이 김밥은 출시 10일 만에 250톤이 모두 판매됐다. 김밥 100만줄에 해당하는 양이다.

내수 시장의 한계로 국내 식품회사들은 더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식품회사로 발돋움 하기 위해 미국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 김치 광고를 하고, 거액을 주고 마케팅 회사를 글로벌 회사로 교체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그러나 겉모습만 바꾼다고 글로벌 기업이 되는 건 아니다. 식품업계가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 할 것은 업계에 만연한 저급한 조직 문화다.

몇 년 전 방문한 한 식품회사에서 우연히 옆 회의실에서 들려온 욕설들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상사가 부하 직원들을 혼내는 자리였다. 욕설을 들은 여직원은 울면서 회의실을 뛰쳐 나갔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곤 한다. 하지만 식품업계 내 납품업체 밀어내기 등 협력사 간 갑질 문제도 여전하다. 횡령, 마약을 일삼던 경영진이 아무렇지도 않게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일도 잦다.

직원 처우 역시 정비해야 할 과제다. 식품업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직원 급여가 특히 짜다. 이 업계 내 대기업 직원 연봉조차도 국내 전체 대·중소기업 상용 근로자 연봉 총액(4650만원, 2022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보다 낮다.

가령 삼양식품 직원들의 2022년 평균 연봉은 4300만원에 불과하다. 오너 일가 횡령 혐의로 옥고를 치른 김정수 부회장의 연봉이 20억원이 넘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연매출 4조원을 찍은 동원F&B 직원 평균 연봉도 4300만 원에 그쳤다.

이는 금융·보험업계(평균 연봉 1억238만원) 직원 연봉의 절반도 안 된다. 국내 대표 성장기업인 카카오(1억3900만원), 네이버(1억3499만원) 등과의 차이도 확연하다.

식품회사들은 너도나도 ‘한국판 네슬레’가 되겠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가 직원에게 국내 근로자 평균에도 못 미치는 생활 수준을 제공한다면 조직은 발전할 수 없다. 조직의 목표를 공유하긴커녕 다른 고연봉 업종으로의 이직만을 꿈꾸는 직원에게 소속 회사가 ‘연매출 3조원 클럽’에 들어갔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K푸드 경쟁력에 걸맞는 조직 문화, 직원 복지부터 갖추길 기대한다.

[유윤정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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