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스타' 김종국 감독의 불명예 퇴장

이정철 기자 2024. 2.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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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KBO리그에 대형 사건이 터졌다. 김종국(50) KIA 타이거즈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를 받으며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결국 KIA는 지난 1월29일 김종국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1996년부터 '타이거즈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김종국 감독은 KIA 유니폼을 반납했다.

김종국 감독. ⓒ스포츠코리아

타이거즈 선수부터 코치, 감독까지

김종국 감독은 1996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신인시절부터 빠른 주력, 뛰어난 수비력을 앞세워 팀의 주전 2루수로 자리매김했다. 해태의 1996, 1997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1998년 해태는 큰 변화를 맞이한다. 팀의 상징이자 리그 최고의 유격수 이종범이 일본프로야구에 도전했다. 김종국 감독은 이종범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유격수로 포지션을 이동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1998시즌 44경기, 1999시즌 2경기 출전에 그쳤다. 결국 2000시즌 2루수로 돌아오며 86경기에 출전했다.

팀명이 KIA 타이거즈로 바뀐 2001년. 김종국 감독은 변함없이 주전 2루수 자리를 지켰다. 이어 2002년 타율 0.287, 8홈런, 53타점, 95득점, OPS(장타율+출루율) 0.756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특히 50도루를 기록하며 도루왕을 차지했고 이 활약을 바탕으로 2루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리그 정상급 2루수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김종국 감독은 이후에도 2008년까지 KIA 주전 2루수로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로 'WBC 4강 신화'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순조로운 선수 생활을 하던 김종국 감독은 36세였던 2009시즌 주전 자리를 내줬다. 현역 연장의 기로에 선 상황에서도 백업 멤버로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2009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당시 타이거즈의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김종국 감독은 의미있는 우승을 경험한 뒤, 2010시즌 플레잉코치로 변신했다. 이후 2011년부터 2021년 5월까지 KIA에서 작전, 주루코치를 맡아 2017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선수에 이어 코치로서도 우승을 경험한 것이다.

'타이거즈맨'으로서 역사를 차곡차곡 쌓은 김종국 감독은 2021년 5월 수석코치로 올라서더니, 2022시즌을 앞두고 KIA 사령탑에 앉았다. KIA팬들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김종국 감독을 환영했다.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받고 '김종국호'가 출범했다.

김종국 감독. ⓒ스포츠코리아

감독 생활 명과 암, KIA는 김종국 감독을 믿었다

KIA는 김종국 감독에게 확실한 취임 선물을 안겨줬다. FA 자격을 얻은 국가대표 외야수 나성범을 영입했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대투수' 양현종을 복귀시켰다. 투,타에서 활약할 기둥을 선사한 것이다. 나성범은 6년 150억원, 양현종은 4년 103억원의 거액계약이었다.

김종국 감독은 2022시즌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양현종의 안정적인 투구와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토, 김선빈 등 막강 타선을 앞세워 5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2021시즌 9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분명한 성과였다.

그러나 김종국호는 2023시즌 초반부터 1점차 패배를 연속적으로 당했다. 필승조를 모두 소모하고도 접전에서 패배하는 경기가 계속 발생했다. 김종국 감독의 투수진 운영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김종국호는 끝내 2023시즌 정규리그 73승2무69패로 6위에 머무르며 5강 진출에 실패했다. 5강 마지노선인 5위 두산 베어스(74승2무68패)와의 거리는 1경기차에 불과했다. 김종국호의 수많은 1점차 패배를 조금만 승리로 바꿨어도 달라졌을 결과였다.

이로 인해 김종국 감독에 대한 여론은 매우 악화됐다. 감독 계약기간이 1년 남았지만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팬들의 의견들도 줄기차게 이어졌다. 실제로 순위도 후퇴했으니 KIA로서는 김종국 감독과 결별할 확실한 명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KIA는 김종국 감독에게 다시 한번 신뢰를 보냈다. 2024시즌에도 김종국호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김종국 감독을 도와줄 특급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을 영입했다. 지난 2023시즌 아쉬웠던 결과를 외국인 투수의 부진으로 규정하고 이를 보강한 셈이다.

크로우와 네일까지 합류하자, KIA는 2024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전문가들로부터 LG 트윈스, kt wiz와 함께 3강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24시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대형악재가 터졌다.

김종국 감독. ⓒ스포츠코리아

배임수재 혐의, 경질… 씁쓸한 퇴장

김종국 감독은 KIA 후원업체로 선정된 한 곳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았다. KIA는 지난 1월25일 김종국 감독의 사건을 인지했다. 이어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종국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 같은 사실들을 최종 확인했다.

KIA는 1월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어 29일엔 '품위손상행위' 명목으로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김종국 감독으로서는 1996년부터 이어져 온 '타이거즈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의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KIA도 큰 충격에 빠졌다. 진갑용 KIA 수석코치는 1월29일 스프링캠프지로 떠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다 눈시울을 붉혔다. 1월30일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난 선수들도 큰 충격에 빠진 듯 인터뷰에서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김종국 감독은 1월30일 구속영장실질 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많은 취재진들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관되게 굳은 표정만 지었다.

김종국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 더불어 수수한 금품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에 관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었다. 구속 수사를 피하게 됐지만 이제부터 혐의에 대한 법적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김종국 감독. ⓒ스포츠코리아

김종국 감독은 이번 사태로 인해 타이거즈맨으로 쌓아온 명예를 한순간에 잃었다. 이러한 사건에 휘말린 것만으로도 KIA에게 큰 피해를 줬다. KIA는 구단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프랜차이즈 스타 감독을 잃었다.

1996시즌부터 늘 타이거즈맨으로 활약했던 김종국 감독.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스타의 명예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실추됐다. 언제나 타이거즈맨으로 남아 있을 것 같았던 김종국 감독의 불명예 퇴장이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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