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정부가 쏘아올린 코스피 반등…지속 여부는 미지수
코스닥은 상대적 부진…"저PBR보다 성장성 중시해야…설 연휴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1월 마지막 주 주식시장은 2주 연속 상승하며 연초에 내준 2,600선을 한 달 만에 회복했다.
지난달 말 정부가 고질적인 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방침을 밝힌 뒤 이에 대한 기대심리로 수혜주가 일제히 급등하며 전체 시장을 견인한 결과다.
다만, 거시경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한정된 자금이 코스피로 쏠리면서 코스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수출 지표도 호조를 보였다고 하지만 불안 요소도 드러냈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내주도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단기적 호재에 대한 경계심, 설 연휴로 인한 조정 등으로 관망 심리가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 역시 제기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돌아온 외국인
3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개선, 외국인 순매수세에 힘입어 3% 가까이 급등한 2,615.31로 장을 마감했다. 주간 상승률은 5.52%였다.
업종별 주간 상승률은 보험이 23.24%로 가장 높았고, 이어 금융업 15.07%, 운수·장비 13.25%, 유통업 13.15%, 증권 11.89% 등 순이었다.
이는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된 결과다.
해당 프로그램은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를 독려 및 지원함으로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기업가치를 개선한 우수 상장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저평가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 등을 기대하는 외국인과 기관 중심 순매수가 집중 유입됐다.
연초 매도 우위였던 기관은 지난 1주일간 1조2천억원을 순매수했다.
최근 1주일간 유입된 외국인 순매수는 올해 누적 외국인 순매수의 55%에 달했다.
그 결과 대표적 저PBR 업종인 보험, 증권, 은행, 자동차, 지주사 등의 주가 상승세가 뚜렷했다.
1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월 금리인하가 사실상 무산됐음에도 국내 증시는 저PBR주 중심의 차별화 장세가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코스피는 최근 1주일 기준으로 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 유일하게 5%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일 발표된 수출입 지표 역시 증시에 훈풍으로 작용했다.
1월 수출은 전년 동월비 18% 증가했고, 대(對)중국 수출 증가율 역시 전년 동월비 16.1% 증가하며 22개월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1월 반도체 수출 증가율도 56.2%로 6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단기적 이벤트에 과민반응 자제해야…4월이면 총선 끝나"
시장의 관심이 저평가 가치주로 이동한 결과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높은 종목 위주인 코스닥에서는 자금이 유출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코스닥은 전날 반등에 성공해 813.68로 800선을 회복했지만, 지난주 시작일 지수인 819.14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도체 업종도 기관 순매도 영향으로 연초부터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다만 업황 턴어라운드 및 올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인 수급은 꾸준히 유입됐다.
지난주 시장을 주도한 정부발 저PBR주 랠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따져봐야 할 변수다.
기업 밸류 프로그램이 시행돼도 제도의 근본 취지로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달성되지 않은 채 단기적으로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성향의 상향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저PBR주라도 실제 지배구조 개선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여지가 있는지, 아니면 단기적으로 밸류에이션 숫자가 낮아서 주가가 올랐을 뿐인지 판단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2월까지는 대형주, 가치주 스타일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주주총회와 금융주 배당 지급은 3월에 있고, 총선은 4월 초면 끝난다"고 지적했다.
김석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주는 이벤트에 과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며 "중장기 주가 상승 모멘텀 확보를 위해서는 수익성과 성장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1월 수출 지표 역시 세부 항목에서는 부진한 측면이 확인됐다.
전체 수출 증가율과 달리 일평균 수출액은 22억8천만 달러로, 최근 5개월 내 가장 적었다.
홍해와 파나마 운하 통행 제한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도 수출 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설 연휴와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고려하면 수출액의 추세적 반등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추가 상승 여력 있다" vs "연휴전 조정 있을 것"
설 연휴를 앞둔 내주 증시는 금주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희망과, 미국 빅테크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 조정에 따른 관망세가 엇갈리고 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주에도 저PBR주 강세와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지속될 경우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내주 주요국 통화정책 회의가 없어 거시경제 이벤트 영향력이 완화하고 빅테크 실적 발표도 없는 이유로 현재의 추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현 코스피 수준에서 PBR 1배 달성 시를 전제로 2,900까지 약 15%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관측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부양책과 수출 회복세가 주가 상승요인인 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빅테크 기업 실적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의 조정 등이 하락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각광받는 저PBR주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업황 및 실적, 주주환원 가능 여력 등을 반영해 수혜 업종이 압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이 전망한 이번 주 코스피는 2,480~2,600이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설과 추석 등 명절 연휴에는 대외 이슈에 대응이 불가능한 탓에 연휴 직전 수급이 부진한 현상이 반복됐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내주 설 연휴를 앞두고 주가 하락을 예상하면서도 평균적으로 추석에 비해 설 연휴 변수가 적었다면서 이번 주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5일(월) 1월 차이신 서비스업 PMI
▲ 6일(화) 미국 1월 공급관리협회(ISM) PMI
▲ 7일(수) 미국 12월 무역수지, 독일 12월 산업생산
▲ 8일(목) 중국 1월 생산자물가지수·소비자물가지수
▲ 9일(금) 일본 1월 M2 통화량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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