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中 공세에 휘청… 한화솔루션 美 투자 선구안 빛났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지난해 국내 태양광 업체들의 제품 판가와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비우호적인 업황이 지속되자 국내 태양광 1위 업체인 한화솔루션은 국내 사업을 일부 정리하면서, 북미 내 대규모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조기 가동해 수익성 확보에 나섰다.
한화솔루션의 북미 투자는 지난해 1월 결정됐는데, 업황 악화를 미리 내다본 선구안이 빛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한화솔루션이 수령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규모는 4000억원 수준이다. 증권가는 한화솔루션이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전지 수출 총액은 지난해 1월 1억4711만달러(약 2000억원)에서 12월 3356만달러까지 감소했다. 1년 새 77%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수출 중량도 1월 2134만㎏에서 12월 886만㎏로 58% 떨어졌다.
이는 값싼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저가 태양광 모듈 생산을 늘리며 태양광 시장이 공급과잉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의 기술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태양광 제조업의 경쟁력이 많이 악화한 것은 사실”이라며 “내수 시장이 거대하고, 생산능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중국 제조기업의 영향력이 한국 시장에도 가감 없이 발휘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태양광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며 국내 업체도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월 태양광 전지 수출단가는 ㎏당 6.9달러 수준이었지만, 12월에는 3.8달러까지 떨어졌다.
한화솔루션은 충북 음성과 진천에 태양광 모듈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데, 업황 악화로 지난달 17일 음성공장 가동을 중지하며 사업을 철수했다. 음성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3.5GW(기가와트)로 국내 모듈 생산 능력은 기존 6.2GW에서 2.7GW로 줄었다.
한화솔루션은 “국내 사업은 진천공장을 중심으로 셀 제조 기술(설비)을 고도화하고 생산 라인 운영 효율성을 높여 IRA 관련 세제 혜택을 극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솔루션은 북미로 시선을 빠르게 돌렸다. 지난해 1월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건설하고 있다. 총 3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지아주 돌턴 지역 모듈 공장 생산 능력은 기존 1.7GW에서 5.1GW로 확장하고, 조지아주 카터스빌에는 각 3.3GW 규모의 잉곳·웨이퍼·셀·모듈 통합 생산 단지를 건설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 공장과 국내 공장 간 생산 단가 차이는 크지 않으나, 미국 공장은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IRA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과 셀은 각각 와트(W)당 7센트, 4센트의 세금이 감면된다. 잉곳과 웨이퍼는 와트당 4.69센트를 감면해 준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은 3분기까지 총 858억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
한화솔루션은 작년 3분기부터 돌턴 모듈 공장을 조기 가동하기 시작했다. 올해 한화솔루션이 북미에서 수령할 AMPC 규모는 4000억원이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후 잉곳과 웨이퍼, 셀 공장이 모두 지어지면 총 세제 혜택 규모는 연간 1조원 정도가 될 예정이다. 세제 혜택 기간은 오는 2032년까지로, 2022~2032년 누적 예상 세제 혜택 규모는 7조5000억원 정도로 예측된다.
또 북미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어 한화솔루션에도 사업 기회가 확장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솔라 허브에 힘입어 연초부터 미국 내에서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전력을 구매할 태양광 발전사업에 2025년부터 8년간 연간 최소 1.5GW 규모의 모듈을 공급(총 12GW)하고, 해당 프로젝트의 EPC(설계, 조달, 시공)도 담당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모듈은 전량 솔라 허브에서 생산하는 조건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올해 매출 13조1278억원, 영업이익 1조33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당분간 사업 활동의 중심은 북미가 될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차세대 셀 연구·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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