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통법 폐지 천명… 10년 만에 사라질까

양진원 기자 2024. 2. 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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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단통법 폐지의 명암]①국회 입법 사항인 만큼 법안 폐지까진 상당한 시간 걸릴 듯

[편집자주]지난 10년 동안 시행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호갱'(호구+고객)이 양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탄생했지만 법망을 피해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유통점들이 암암리에 영업을 이어가면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소비자들의 후생만 해쳤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단통법 폐지에 나선 것이다.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폐지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 10년 만에 폐지 기로에 섰다. /일러스트=여누
▶글 쓰는 순서
① 정부, 단통법 폐지 천명… 10년 만에 사라질까
② 단통법 사라지면 출혈 경쟁 심화… 알뜰폰 업계 '전전긍긍'
③ 단통법 없어지면 호갱 사라질까… "통신사 비용 부담 크지 않아"
정부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에 나섰다.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자 단통법을 없애 단말기 가격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통신사와 제조사들의 보조금 경쟁을 활성화 시켜 소비자 효용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중저가 단말기 출시,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 세분화 등 통신비 인하 방안이 한계에 이르자 나온 처방이다. 폐지 시점은 미정이다.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 많은 단통법… 정부, 통신비 인하 위해 폐지 결정


서울 용산의 휴대폰 매장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단통법은 그동안 제도 운영과 관련된 문제 지적이 많았다. 정보에 소외되는 사람들을 막고자 했으나 저렴하게 단말기를 판매하는 이른바 '성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불법 보조금이 난무했다. 음지에서 유통되는 성지 정보를 많이 아는 사람만 혜택을 보면서 과거보다 소비자 불균형이 심해졌다. 이를 단속하기 위해 '폰파라치' 제도를 운영키도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그 과정에서 통신사 간 마케팅 경쟁만 위축됐다. 보조금을 과거만큼 자유롭게 지급하지 못하면서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유지가 자취를 감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단통법 이전 번호 이동은 1000만건을 넘었지만 단통법 시행 첫해인 2014년 800만건대로 줄었고 2018년부터 500만건대에 머물렀다. 2022년엔 400만건대까지 감소했다. 통신 3사의 과점 구조가 공공하게 자리를 잡았다. 단통법이 정부가 기업들에게 단말기 할인 경쟁 대신 가격 담합을 강제한 법이라는 비난받은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부터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을 시행했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를 독려해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했고 단말기 가격이 200만원 넘는 '폰플레이션'(스마트폰+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제조업체 삼성전자와 합을 맞춰 30만∼80만원대인 갤럭시S23FE, 갤럭시점프3를 선보이기도 했다.

무한정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기 어렵고 중저가 단말기도 수요와 동떨어져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았다.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이 힘을 쓰지 못하자 단통법 폐지가 급물살을 탔다.


단통법 폐지 공식화했지만 시행 시기 놓고는 혼란


서울에 위치한 통신 대리점의 모습. /사진=뉴스1
국무조정실은 지난 1월22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진행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단통법 폐지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추가지원금 상한선을 현행 15%에서 30%까지 올리기도 했지만 아예 단통법을 없애기로 했다. 정부는 "통신사, 유통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들이 저렴하게 휴대전화 단말을 구매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단통법을 폐지한다"고 설명했다.

시행 시기는 혼란스럽다. 정부는 최대한 서두르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치 지형상 난관이 있다.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단통법 폐지를 반대하진 않지만 2014년 단통법 도입 당시 부작용을 지적했음에도 무리하게 추진했으니 현 여권이 실패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 소비자들은 단말기 구매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내놓은 플래그십(최고급 사양)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에 대한 공시지원금이 예상보다 적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단통법 폐지를 응원하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사전예약으로 갤럭시S24 시리즈를 개통한 경우는 인상된 공시지원금을 적용받지 못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통신 3사는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이 최근 단통법 폐지 전이라도 단말기 가격 인하 방안을 모색하라고 했고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장도 단통법 폐지에 힘을 실으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방적인 정부 방침에 불만은 있지만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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