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요청 드렸다" 부활한 베테랑의 '역제안'…롯데는 고민하지 않고 2년 계약으로 보답했다 [MD괌]
[마이데일리 = 괌(미국) 박승환 기자] "처음부터 내가 요청을 드렸다"
지난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의 선택을 받은 김상수는 삼성을 시작으로 넥센-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에서 통산 14시즌을 뛰었다. 특히 2019년 키움 시절에는 67경기에 등판해 3승 5패 40홀드 평균자책점 3.02로 활약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냄과 동시에 '홀드왕' 타이틀까지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김상수가 세운 40홀드는 아직도 깨지지 않은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이다.
키움에서 전성기를 맞으며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던 김상수는 2020시즌이 끝난 뒤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SSG로 이적하게 됐고, 2021년 50경기에서 4승 3패 5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5.09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이듬해에도 8경기에서 1세이브 평균자책점 9.00으로 부진했고, 결국 시즌이 끝난 뒤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그런 김상수에게 롯데가 손을 내밀었다.
롯데는 김상수가 2년 연속 부진했지만,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베테랑 투수로서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주기를 기대했다. 방출이라는 설움 속에서 절치부심한 김상수는 지난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그는 67경기에 등판해 52이닝을 소화, 4승 2패 1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2로 연봉 1억 1000만원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롯데 불펜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마치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은 듯했다.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김상수는 이번 연봉 협상 과정에서 박준혁 단장에게 '먼저' 제안을 건넸다. 바로 비FA 다년계약을 맺어달라는 것이었다. 롯데 입장에서는 어린 유망주들에게 귀감이 되고, 그 누구보다 성실한 김상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 결과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각) 스프링캠프 출발에 앞서 2년이 보장되는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지난 1일 괌 데데도 스포츠 컴플렉스에 입성한 뒤 2일 첫 불펜 피칭을 소화하는 등 2024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상수는 3일 취재진과 만났다. 김상수는 연장계약에 대한 질문에 "내가 처음부터 구단에 (연장계약에 대한) 요청을 드렸고, 그 자리에서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좋은 평가와 계약을 해주셨기 때문에 선수 입장에서는 너무나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2년 계약을 맺은 만큼 2025시즌까지는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것에 기쁜 마음을 드러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연장계약을 맺으면서 책임감도 생기고, 롯데라는 팀에 더 애정이 간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미루지 않고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때문에 책임감이 크다. 그리고 (연장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안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담스럽다. 구단에서 인정을 해줬으니, 그에 대한 가치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 선수이기 때문이다. 책임감이 크고, 부담스러운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연장계약이 지닌 의미로 '책임감'과 '부담'을 말했지만, 롯데로 이적한 뒤 자신의 실력으로 얻어낸 성과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구단도 김상수의 헌신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베테랑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던 것. 김상수는 "구단에서 여러 가지를 다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잘해달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상장하는 것이 내 역할이고 목표"라고 강조했다.
사실 김상수는 야구 내적으로도 팀에 큰 보탬이 됐지만, 어린 선수들이 대거 포진된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그 누구보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솔선수범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팀에 많은 공헌을 했다. 롯데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했고, '캡틴' 전준우와 최고참급인 정훈을 비롯해 새롭게 합류한 김민성, 진해수 등과 함께 김상수가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데 더 힘을 써달라는 의미로 연장계약을 맺었다.
김상수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는 "내 나이 또래의 선수들이 오면서 팀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김)민성이도 이전에 함께 뛰었고, (최)항이도 SSG에서 함께 했다. 그리고 (오)선진이도 군대에서 같이 했다. 여러 선수들이 와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전)준우 형이 새롭게 캡틴이 됐는데, 지난해 겨울부터 고참급들이 함께 식사도 많이 하면서 소통도 하고, 등산도 다니고 하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준우 형에게는 힘이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참급들의 합류로 팀 분위기는 상당히 좋아지고 있다. 김상수는 "팀 분위기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준우 형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으니 천천히 나아가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팀이 더 끈적끈적 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김태형 감독님도 '기'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감독님의 기도 세지 않느냐. 운동선수는 항상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강인함이 있어야 이길 수 있다. 나도 선수들에게 이를 강조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지난해 정규시즌 7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6년 연속 가을무대를 밟지 못했다. 김상수도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시즌을 보냈지만, 팀 성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해는 반드시 가을야구를 하겠다는 입장. 그는 "지난해 롯데 팬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오히려 부족했던 것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올해는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보완을 더 해야 할 것 같다"며 "팬분들께서 (연장계약에 대해) 너무 축하해 주셔서 기분이 좋다. 그렇기에 올해 가을야구를 할 수 있게 보답해야 한다. 나부터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올해는 달라진 롯데가 됐으면 좋겠고, 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