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떠나니 더 무서운 이란 왔다…韓, 상암벌 기억 떠올려라

알와크라(카타르)=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2024. 2. 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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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일본에 역전승. 연합뉴스
일본 역전패. 연합뉴스

'우승 후보' 일본이 탈락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 한일전은 불발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두 팀 모두 유럽 빅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즐비해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의 최종 엔트리 26명에는 총 12명의 유럽파가 합류했다. 이 중 5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에서 뛰는 선수는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 이재성(마인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이 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은 한국보다 많은 20명을 유럽파로 채웠다.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튼), 엔도 와타루(리버풀), 미나미노 타쿠미(AS모나코)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가세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우승 후보라고 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경기력이었다. 특히 조별리그에서는 나란히 조 2위에 그쳐 실망감을 안겼다. 한국은 E조에서 1승2무(승점 5), 일본은 F조에서 2승1패(승점 6)를 기록했다.

한국 준결승 진출. 연합뉴스

일본이 먼저 2위로 조별리그를 마친 상태에서 한국이 E조 1위에 오르면 16강에서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마지막 3차전에서 '약체' 말레이시아와 졸전 끝 3-3 무승부를 거둬 조 2위에 그쳤다.

이에 해외 언론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피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와 비겼다며 조롱을 일삼았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일본을 피할 생각은 없었다. 피하고 싶은 팀은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대진상 한국과 일본이 만나려면 나란히 결승에 오르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두 팀 모두 토너먼트 첫 관문을 통과하며 우승을 향해 나아갔다.

일본은 16강에서 바레인을 3-1로 완파했지만, 한국은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종료 직전 조규성(미트윌란)의 천금 같은 동점 골로 기사회생했고, 승부차기에서는 조현우(울산 HD)의 눈부신 선방에 힘입어 간신히 8강에 올랐다.

한국은 8강전에서도 연장 접전을 벌였다. 전반 41분 크레이그 굿윈(애들레이드)에 선제골을 허용했고,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이 유도한 페널티킥을 황희찬이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어 연장 전반 손흥민의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 탈락. 연합뉴스

한국은 토너먼트에서 2경기에 거친 240분 혈투 끝 준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일본은 8강에서 이란에 덜미를 잡혀 탈락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17위로 21위인 이란보다 4계단 높다. 역대 상대 전적은 6승6무6패로 동률이다. 하지만 2005년 이후에는 일본이 2승 1무로 우세했다.

이번 대회 8강전에서는 여러 조건에서 일본이 유리했다. 이란은 시리아와 16강전에서 승부차기 혈투를 벌였고, 주축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포르투)가 퇴장당해 출전이 불가했다.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전력 누수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런 불리한 조건을 딛고 승리했다. 전반 27분 모리타 히데마사(스포르팅)의 선제골로 끌려갔지만, 모하마드 모헤비(에스테그랄)와 알리레자 자한바크슈(페예노르트)의 연속 골로 역전승을 거뒀다.

결국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일본을 쓸쓸하게 짐을 쌌다. 기대를 모은 결승 한일전을 볼 수 없게 됐다. 

이란 역시 이번 대회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아직 준결승이 남았지만, 일본이 탈락한 가운데 한국과 이란이 결승에서 맞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란 격침한 한국. 황진환 기자

한국의 FIFA 랭킹은 이란보다 2계단 낮은 23위다. 역대 전적은 10승10무13패로 열세다. 특히 이란 원정에서는 1974년 첫 원정 이후 승리한 경험이 없다.

최근 홈에서는 이란을 상대로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 2022년 3월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2-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는 2011년 아시안컵 이후 11년 만의 이란전 승리였다.

하지만 이란이 껄끄러운 상대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번 대회 과정만 놓고 봐도 이란의 경기 내용은 흠잡을 데가 없이 좋다.

8강전까지 이란의 성적은 4승 1무다. 조별리그 C조에서는 3경기 전승을 거둬 1위로 통과했다. 이번 대회 5경기에서 10골 4실점으로 공수 양면에서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2승 3무를 기록했다. 조별리그 E조에서 단 1승에 그쳤고, 나머지 1승은 호주와 8강전 연장 접전 끝 거둔 것이다. 5경기 11골 8실점으로 이란보다 1골을 더 넣었지만, 실점은 무려 2배 많았다.

이란 대형 국기 펼친 관중들. 연합뉴스

일본이 떠났지만 더 무서운 이란과 만날 수 있다. 두 팀 모두 결승에 오르면 약 2년 만의 맞대결이 성사된다.

일단 한국은 준결승에서 요르단을 꺾어야 한다. 조별리그 2차전(2-2 무)에서 승부를 보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도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이란 역시 '개최국' 카타르와 준결승전을 통과해야 한다. 카타르는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과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혈투 끝 3-2로 승리했다.

한국은 1960년 이후 64년 만의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요르단을 제치면 결승에서 카타르를 만날 수도 있지만, 악연이 깊은 쪽은 이란이다.

이란도 한국 못지않게 우승이 간절하다. 1976년 이후 48년의 통산 4번째 정상을 노린다. 우승에 목마른 두 팀이 결승에서 격돌할지 지켜볼 일이다.

알와크라(카타르)=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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